순천인안초 3학년 아빠들의 즐거운 반란
[뉴스깜]양재삼 기자 = ‘세계 제일의 교육열’이나 ‘치마 바람’ 속에 늘 아빠들은 열외였다. 엄마들의 지나치다 싶은 교육열만큼 심각한 것이 아빠들의 무관심이다. 아빠가 참여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교육이 바뀐다. 즐거움으로 똘똘 뭉친 순천인안초(교장 임종윤) 3학년 아빠모임을 소개하는 이유이다.
방학식 책 선물하기
“선생님! 아이들 모두 하교했나요? 죄송한데 조금만 붙잡아 주세요.”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달려온다. 3학년 아빠모임 대표인 예찬아빠다. 부랴부랴 불러 모아 놓으니 헐레벌떡 달려오는 아빠들의 손에는 예쁘게 포장된 책이 가득하다. 한 명씩 건네준 것은 12월 아빠 모임에서 결정한 [겨울방학 아빠 책 선물]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는 아빠들은 “맨날 모여서 술만 먹는 것은 아니죠?”라는 담임의 농을 보기 좋게 비웃기라도 하듯 참 좋은 일을 많이 한다.
아빠들만 준비하는 캠프
“엄마들은 절대 오시면 안 됩니다.” 6월 14일 백운산에서는 엄마들을 볼 수 없었다. 연휴 기간에 실시한 캠프는 순전히 아빠들만 준비하였다. 그 동안 엄마들은 모처럼 아이들과 ‘큰 아이’가 없는 집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도대체 라면만 먹이는 것은 아닐까?”라를 걱정은 기우에 불과. 숯불에는 갖가지 고기와 야채가 가득하고 애써 준비한 영화보기 시간에는 손수 찐 감자 간식이 나온다. 캠핑 열풍의 한 가운데에 있는 아빠들이 그간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발휘한다. 평소 바빠서 가족캠프의 경험이 없던 몇몇 가정의 아이들은 여름밤 아빠와 친구들만 자는 캠프가 마냥 신났다. 세심하게 준비한 캠프가 끝나가고 엄마들의 카톡 수다가 이어진다. 아빠들 자랑에 너나가 없다. 보기 좋은 팔불출 가족들이다.
가족 체육대회와 겨울 현장학습
순천인안초에 새 가족들이 생겨난 3년 전, 모두 친해지기 위해 시작한 인안가족캠프가 작년에는 학년별로 열렸다. 3학년은 아빠들을 중심으로 체육대회가 준비되었다. 아빠들이 진행하는 민속놀이, 퀴즈, 레크레이션, 바비큐에 이어 모든 가족이 참여하는 모닥불 촛불잔치까지 모두가 흐뭇한 시간이었다. 바쁜 바깥일 때문에 학교일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엄마의 타박만 들어야했던 아빠들이 이제는 당당히 자녀교육의 주역이 되었다. 방학 중에 모인 아빠들은 겨울방학을 이용해 자녀들과 울산 자동차 공장 견학을 간다. 개별 가족들이나 학교에서 다 채워줄 수 없는 공백을 훌륭히 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현수막
순천시내에 걸린 3학년 아빠모임의 세월호 관련 현수막은 상당히 뉴스거리였다. 내 아이만을 주목하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세상을 향한 아빠들의 시선은 늘 열려있다. 학급에서 혹시 소외되는 아이는 없는지 살피고 기꺼이 몸과 마음으로 함께 할 일이 생기면 거침없이 달려온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교육은 늘 뒷전이었는데 이렇게 아빠 모임에 참여하고 부터는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해서 참 좋습니다.” 어느 엄마의 이야기는 그 집만의 기쁨은 아닐 것이다. 형, 동생 하면서 형제처럼 지내는 3학년 아빠들은 앞으로도 오랜 동안 잘 지낼 것 같다. 우선 즐거움으로 뭉쳐있고 그 속에서 가족들과 관계는 날로 좋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인안초의 미래가 밝아짐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