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왜성, 치욕의 잔재 아닌 평화와 역사의 공간으로”

순천왜성 국가사적 승격 정책토론회 개최… "전쟁의 흔적에서 평화의 유산으로" 역사학계·전문가·시민 모여 재지정과 보존 방안 논의 발제와 종합토론서 “조선 백성의 땀과 조·명 연합군 역사의 현장… 관점 전환 필요” 제기

2026-09-17     이기장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에듀컬처는

[뉴스깜=이기장 기자] 15일 오후 순천대학교 국제문화컨벤션관 소극장에서 '순천왜성 국가사적 승격과 보존사업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에듀컬처가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정유재란의 마지막 격전지이자 호남 침략의 거점이었던 '순천왜성(예교성)'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국가사적으로 다시 승격시키기 위해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대변인 김진남 의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손훈모 순천시장을 비롯한 이영란, 김용찬, 정수진, 손두기, 김성하, 한정민 순천시의원과 조옥현 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은 호사카유지, 이무용 교수가 해설사와 함께 일본왜성을 직접 돌아보며 보존관리 실태와 현재 상황을 둘러봤다. 이어 유영철 순천시의장과 오찬을 하며 앞으로 국가사적승격을 위한 다양한 의견과 대책을 논의 했다.

유영철 순천시의장은 오찬장에서 “학계 전문가들이 제시한 학술적·문화적 방향성을 바탕으로 순천왜성이 국가사적으로 반드시 재지정될 수 있도록 순천시의회 차원에서 관련 조례 제정과 예산 지원 등 필요한 의정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과거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사적에서 해제됐던 순천왜성을 현재의 평가 기준에 맞게 재조명하고, 전쟁의 유산을 지역과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역사 교육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서신 에듀컬처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진남 의원은 개회사에서 “아픈 역사일수록 피하지 않고 정확히 기억하고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며 “순천왜성이 단순한 상흔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역사를 배우고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달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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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훈모 순천시장 역시 축사를 통해 대학원 시절 역사학(사학과)을 전공한 인연을 소개하며 “역사를 잘 아는 민족이 미래를 더 잘 개척해 나간다”며 “순천왜성의 역사적 가치와 평화 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살려 미래 지향적 자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출장으로 영상 인사를 전달한 신민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은 “순천왜성은 정유재란의 상흔이 남아있는 역사적 현장으로, 이제는 지방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 사적 승격을 통해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의회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순천왜성의 국가사적 승격을 위한 구획 설정과 논리 개발이 집중 다뤄졌다.

‘전쟁의 흔적에서 평화의 유산으로’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호사카 교수는 사전 현장 답사 소회를 전하며, “순천왜성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축조했으나 조·명 연합군과 일본군 간의 마지막 최대 육전·해전이 펼쳐진 곳”이라며 “단순한 일본식 성곽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조·명 연합군의 역사와 동북아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공간으로 재정비하고, 일본어·영어 안내판 확충 및 해자 복원 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욱 순천대 사학과 교수와 임동규 순천정유재란역사연구회 상임고문은 발표 자료를 통해 1933년 문화재 지정 이후 1996년 ‘일본군 축조’를 이유로 사적에서 해제된 역사적 경과를 짚으며, “문화재 지정 기준이 과거 단순 학술과 국방 가치에서 ‘국가적 사건과의 연관성’으로 변해온 만큼, 현재 기준으로의 재평가가 필수적”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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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남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학계·행정·주민 간의 다각적인 제언과 현실적인 고충이 토로됐다.

이무용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장에 가보니 규모와 성곽 기법에 놀랐다. 순천왜성을 단순 유적이 아닌 ‘성곽 정원’ 컨셉으로 브랜딩하고, 정유재란 벨트화(순천왜성-광양만-여수 이순신대교-노량해전지)와 생태 자원과 연계한 시민 중심의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만호 전남연구원 박사(문화관광연구실장)는 “사적 해제 사유였던 ‘일본군 축성’ 논리를 정면 반박해, 당시 동원된 조선 백성들의 땀이 배인 ‘조선 백성들의 축성 산물’로 관점을 전환하는 도발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객관적 비교 연구와 함께 일본식 외성 자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김지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문화자원과장은 “사적 지정 신청 절차를 철저히 준비하고, 시·도 협업을 통해 학술 성과 체계화 및 예산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장여동 순천시 근대문화유산팀장도 “단순 순천왜성 자체의 사적 지정인지, 정유재란 전적지라는 넓은 개념으로 갈 것인지 명확한 목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토지 매입과 기초 학술 조사를 차근차근 완성해 나가겠다”고 추진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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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에서는 신성리 등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나 정작 현장은 풀만 무성하고 멧돼지가 출몰하며, 외곽 토성이나 12문 등 소중한 유구들이 중장비 공사로 훼손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참석 전문가들과 시 관계자들은 단순 풀베기를 넘어선 체계적인 복원과 성곽 외곽 유구 전수조사,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통합특별시의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와 관계 기관에 국가사적 승격을 위한 건의를 이어가고, 관련 조례와 예산 지원 등 제도적 기반을 지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순천왜성을 둘러싼 과거의 오명과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사적 승격을 위한 이론적·행정적 토대와 시민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