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비 오는 날 스케치

2015-07-09     

[칼럼]비 오는 날 스케치

해마다 6~7월은 장마철로 접어들고 비 오는 날이 많다.

비 오는 날 하면 준비해야 할 것이 우산이다. 안개 낀 날과 이슬비가 자주 오는 영국은 나들이할 때 우산을 챙기는데 영국 신사는 우산을 지팡이처럼 가지고 다니는 사진을 가끔 본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비가 오지 않아 그냥 나섰는데 귀가할 때 비가 오면 난감하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비가 그친 뒤에 가면 되겠지만, 비를 맞으면서 옷이 젖어 걸어가는 풍경은 스케치 소재가 된다. 우산은 대부분 혼자 쓰고 가는데 두 사람이 같이 쓰고 가는 것과 비를 맞으며 가는 것도 스케치 소재다.

초등학교 우산이란 동요에는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 가 있다. 이것도 하나의 스케치 소재가 된다. 하나의 스케치 속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소리와 느낌이 들어 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칠판에 '비 오는 날’ 이라고 재목을 교사가 정해주면 어린이들은 비 오는 날의 풍경을 서로 이야기하며 그것을 주제로 정하고 스케치하기 시작하여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며 다 그린 뒤에는 그림을 작품 판에 게시하고 자기가 그린 그림의 주재와 내용을 설명한다.

하나의 그림 속에 어린이의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과 우정이 젖이 들어 있으며 하고 싶은 말이 들어 있다. 여기에서 어린이들은 그림 감상을 하면서 서로 느끼고 깨우침을 얻는다.

우산을 아침에 비가 와서 받고 갔으나 오후에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되면 잊어버리고(잃어버리고) 가는 때가 가끔 생기는데, 비 오는 날 떠날 때는 반드시 뒤돌아보고 우산을 챙기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필자가 빛고을건강타운에서 수업을 마치고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에 들어왔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고 승강장에서 하차할 때는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그치기까지 기다릴 수 없는 시간 약속이 있다. 약속 시각까지 가야 하므로 기다릴 수 없어 비를 맞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도로변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가니 일회용 비닐우산이 벽에 몇 개 걸려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방림초등학교에 가는데 우산을 조금 빌리자고 하니 안 된다고 거절했다. 다시 비를 맞으며 걷다가 방림신협에 들려 우산을 빌리자 하니 “우리는 우산 취급을 안 한다.”라고 했다. 내가 이 금고를 이용하는 고객인데 그러냐고 하자 창구의 남 종업원이 일회용 우산살이 고장 난 우산을 빌려 주어서 감사히 생각하며 방림초교에 약속시각에 도착했다.

비에 옷이 젖어 온 내 모습을 보는 교감 선생님께 비 오는 날 세상인심을 야기 하니 사물함에서 우산을 꺼내 주면서 “선배님이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옷이 젖은 것을 보니 동정이 갑니다. 이 우산을 사용하시고 잘 보관해서 사용하시고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일을 마치고 교감 선생님께서 준 우산을 받고 방림신협에서 빌려준 일회용 우산을 반납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부동산 사무실에 들렀다. 가방에서'비우고 채우는 보람 있는 삶'이란 스크랩 신문칼럼 기사를 주고 나왔다.

집에 돌아와 초등학교 미술 시간의 동심으로 돌아가 오늘 내가 겪은 사연을 도화지에 스케치했고 모처럼 그림을 그려 보았다. 그림을 설명하라면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정성껏 그렸다. 비 오는 장마철에 우산 때문에 생기는 아름다운 미담 스케치 주제가 많았으면 한다.

 


2015년 7월 9일 정기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