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교생 70% 일상 외국어 사용 과다
서강고 논문팀 발표
2015-10-08 천병업
[뉴스깜]천병업 기자 = 569돌 한글날을 맞아 광주 서강고 한글누리 학생들이‘광주 고등학생들의 외국어와 순화어 사용실태와 인식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서강고 2학년 오혜주, 이정우, 진혜령 학생으로 이루어진 한글누리는 지난 8월, 광주의 3개 고등학교 남녀 학생 606명을 대상으로 외국어와 순화어 사용실태, 외국어와 순화어 사용 인식, 국립국어원 인지도, 순화어정책 인지도, 순화어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내용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평소 글쓰기와 한국학, 언어학에 관심이 많았던 세 학생은 광주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의 소논문아카데미에 참가하게 되면서 논문주제로 외국어와 순화어 사용실태와 인식에 대한 연구를 선정하게 되었다. 한글누리팀은 올해 5월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8월에 설문조사를 마치고 두달에 걸쳐 계열별, 학년별, 성별로 나눠 설문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광주 고등학생들에게 외국어와 그에 대응하는 순화어 6개를 제시하고 평소 일상생활에서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는 물음에 29.3%만이 순화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70.7%는 외국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외국어와 순화어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익숙해서’라고 응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는데, 외국어를 쓰는 학생 중 익숙해서라고 응답한 학생은 63.8%, 순화어를 쓰는 학생 중 익숙해서라는 응답한 학생은 41.1%였다.
학생들은 순화어의 느낌을 물어보는 질문에‘생소하고 부자연스럽다.’와‘뜻을 알기 어렵다’고 했으며 순화어를 만들 때 중요한 것으로 본래의미 보존(31.4%), 간결하고 짧은 단어 구성(25.6%)을 꼽았다. 국어순화의 필요성에 대해 모든 외국어를 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 학생이 10.2%, 이미 익숙한 외국어를 제외하고 순화해야 한다는 학생이 65.2%로 무조건적인 우리말 사용보다 언어사용의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전혀 순화할 필요가 없다고 학생도 9.6%로 조사되었다.
학생들은 순화어를 만들기 어려울 때 대처방안으로 어쩔 수 없이 외국어 사용(59.4%), 새로운 말 만들어야 함(16.7%)순으로 응답했다. 순화어사용의 장점으로 우리말 사용이 증가됨(45.4%), 쉽게 이해가능(22.3%)이라고 응답했으며 외국어 사용의 장점으로는 번역시간이나 노력 절감(24.8%), 미묘한 의미구별 가능(17.2%)이라고 응답했다.
광주 고등학생 중 12.7%만이 국립국어원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순화어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학생은 13.9%에 불과했다. 순화어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순화어가 부자연스러움(36.1%),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함(29.9%)로 응답했으며, 순화어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참여를 통한 더 많은 공감 얻기(37.6%),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한 적극적 홍보(29.7%), 공기관의 적극적인 순화어 자료 제공(13.2%) 순으로 응답했다.
조사결과, 학년과 성별, 계열간의 유의미한 차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순화어를 자주 사용하는 학생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학생보다 되도록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배 이상, 우리말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비율 역시 2배 정도 높았으며, 순화어가 외국어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11.8% 더 높았다.
한글누리팀은 제언을 통해‘교육청과 학교에 국어책임관제도 도입, 학생들의 순화어 선정 과정 참여 제도화와 가산점부여, 매월1회 교육청과 학교홈페이지에 순화어 게시, 매주1회 우리말방송 의무청취, 다양한 순화어활용대회 개최, 순화어자율동아리 운영’등 순화어친화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팀장을 맡고 있는 오혜주학생은“순화어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친구들이 많은 것을 보고 순화어에 대한 홍보가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학생들은 평소 익숙한 말을 자주 사용한다고 했으니 외국어보다 순화어가 더 친근하고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진혜령 학생은“국립국어원에서 사이버대학과 웹툰을‘두리누리대학’과‘누리터 쪽그림’으로 순화했는데, 이것은‘인터넷대학’이나‘인터넷만화’로 재순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스키니진의 기존 순화어‘맵시청바지’대신‘청쫄바지’로 쓰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정우 학생은“그동안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순화어 정책을 펼치는 걸 본 적이 없다.”며“우리말쓰기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학생들이 순화어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 같아 교육청에 정책제안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유양식 소장은“연구결과를 보니 광주 학생들은 외국어나 순화어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익숙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서강고 한글누리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교육청이나 학교차원에서 실천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이번 연구는 광주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청에 사업을 제안하는 최초의 사례여서 학생참여 교육정책수립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강고 한글누리는 광주시교육청 광주교육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하는‘소논문아카데미’에 참가하고 있는 23개팀 중 한 팀으로, 이번 연구결과를 수정보완하여 올 11월 열릴 소논문발표대회에서 발표하고 공동논문집에 실을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연구결과를 교육청에 정식으로 제출하여 교육정책으로 수립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