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효도와 효도계약서
2016-01-19
[칼럼]효도(孝道)란 자식이 부모로부터 물적 심적으로 받은 사랑의 은혜를 되돌려 갚는 것을 말한다. 부모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널따란 말이 있다. 자식은 이러한 부모의 은혜를 평생 갚아도 다 갚을 수 없다.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 없고 부모 도움 없이 자란 자식 없다. 부모와 조상은 나무라면 뿌리와 같다. 나무는 크게 자랄수록 뿌리의 고마움을 알고 뿌리를 튼튼하게 하며 자란다. 나무는 자라면서 뿌리에 영양을 저장하고 공급하며 뿌리는 나무가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주고 자라는 데 필요한 물을 공급해준다. 이처럼 부모와 자식은 나무의 뿌리와 줄기 같이 서로 도우며 성장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 자식이 부모의 고마움을 망각하고 효도를 하지 않는 불효자가 생겨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효도를 자랑으로 알고 잘하는 민족이며 이것을 서양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그런데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서양의 가족문화가 우리 문화에 접목되면서 효도를 피하는 자녀가 늘어났다. 여자는 시부모가 생존한 남자를 싫어하며 효심이 지극한 남자는 결격자로 제외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인생의 노후에 건강의 이상이 있을 때 의지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데 자녀가 돕지 않아 호소할 수 없는 부모가 법적으로 효도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부자간의 관계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로 성문화된 증서인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효도계약서(孝道契約書)다. 지난해 12월 말 대법원이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50·60대의 송년·신년 모임에서 화제가 되면서, 이미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준 부모들까지 효도계약서를 쓰자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거나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봉양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각서(覺書)를 말한다. 다만, 각서에 들어가는 '효도'의 세부 내용은 제각각이다.
민법상 자식에게 조건 없이 증여한 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돌려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섣불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줬다가 나중에 홀대받거나 버림받을 것을 우려한 부모들이 안전장치로 효도계약서 쓰기에 나선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식을 상대로 내는 부양비용 청구 소송은 2005년 151건에서 지난해 262건으로 늘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 무슨 효도계약서를 쓰느냐고 할 수 있으나 효도계약서의 기본 골격은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한다.'라는 것이다. 자식이 당연히 해야 할 것을 안 하기 때문이다. 바리데기가 효자란 말이 있다. 유산을 받지 못한 바리데기는 약속이 없지만, 효도를 잘하고, 고등교육을 받고 유산을 많이 받은 자식은 효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 삼대 악재(惡材)는 초년 성공(成功) 중년 상처(喪妻) 말년 빈곤(貧困)이라 했다. 초년과 중년에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면서 재산까지 상속했지만, 말년에 빈곤하여 자식에게 효도를 강요할 것인가? 그러기 전에 우리는 말년 빈곤이 되지 않게 철저한 대비와 비축을 해야 하며 어떤 경우라도 자식을 믿고 재산을 다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쩌다 교육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가 부모와 자식 간에 효도계약서를 써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녀교육을 하는 부모와 학교에서 도덕교육을 하는 교육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전통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진 나라가 망할 징조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는가? 어찌 효도를 계약서를 써 가며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쓰인 계약서가 얼마나 유효하며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렇게도 계약서를 쓰게 하면서까지 효도를 받고 싶단 말인가? 한마디로 효(孝)는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계약사회라고 한들 어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계약으로 묶을 수 있단 말인가? 부모와 자식 간에 부끄러운 효도계약서는 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