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2화)

▶헨티 칭기스터넛 캠프

2016-03-04     안정산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헨티 칭기스터넛 캠프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그러나 새벽은 하루 일과 중 보너스 생활이 확실하다. 습관처럼 일찍 일어나 글 쓰는 연습을 통해 몇 년 전에 부족하지만, 내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였고 더 열심히 아침편지를 쓰다가 이처럼 몽골에서 말 타기도 인연이 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새벽이면 꾸준한 생활체육 덕분에 남들이 젊다고 좋게 봐주니 내 인생은 이보다 더 만족 할 순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노년시대가 새롭게 시작되는 반환점을 지나왔다.

인생길도 늘 푸르게 가다듬어야 강물을 거꾸로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노년까지 황금시대로 힘차게 펼쳐 나갈 것이며, 삶에 깊은 의미도 부여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나 사는 동안 아름다운 꽃길만을 걷고 싶겠지만, 자신의 하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생길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초원에서 청년들과 색다른 이벤트를 함께 엮어가고 젊음을 나누며 꿈마저 공유한다면 천년을 사랑하는 학처럼 내 인생도 한없이 행복을 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관념으로 변화되고 다가오는 시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30대까지 봄철 새싹처럼 성장 통을 겪으면서 잘 자라려고 더욱 몸부림치게 된다.

그리고 30대부터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처럼 숲 속에서 물소리와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오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뚝 서있는 자신의 모습이 가장 자랑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60대는 더 높은 행복지수로 더욱 보람을 느끼며, 가을 열매가 무르익어 고개 숙이듯 겸손을 배우는 인생으로 살아야 한다.

들판에 곡식처럼, 나누어 주고 베풀면 청춘이 다시 살아나서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이처럼 노년에도 인고의 깊은 의미를 알고 떨어진 낙엽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에 촉각을 맞춰야, 대지가 마지막 계절까지 하얀 눈을 품에 안으며 아름다운 설경을 펼쳐 주듯이, 인생도 마지막까지 다하도록 보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순리대로 살아야 제 2의 사춘기가 계절마다 흐뭇하게 찾아오고 회춘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드디어 열 두 시간동안 초원의 여행을 끝내고 오후 7시쯤 캠프에 도착했다. 8일간 머무를 헨티 칭키스터넛 캠프는 울란 바타르에서 331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러시아와 경계하며 몽골 북부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25대의 푸르공은 언덕 주차장에 한 줄로 멈추어 섰다. 아직 해는 지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소낙비라도 쏟아 부을 듯이 천지가 어두컴컴해 진다. 회원들은 각자 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바삐 움직이는데, 캠프 도우미 청년들은 몽골 전통복장을 입고 환영해 줄 준비하여 한 줄로 서있다.

그들은 전통예식에 따라 환영식을 진행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순식간에 소낙비가 쏟아져 모든 절차는 생략되었고 고도원 님만 예식에 따라 그들의 전통술 마유주 한잔 마시고 끝마쳐야 했다.

모든 분위기가 어느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각각 3~4명씩 룸메이트를 정해주었으나 게르 방향과 위치마저 확인이 어려워 무거운 여행 가방만을 이끌고 헤매며 이리저리 뛰고 달린다.

유목민 전통가옥 게르 문패 B-5이고 “안정산”과 룸메이트 이름이 인쇄해서 출입문에 붙었으나 비에 젖어 알아보기조차 힘들다. 게르 형태는 몽골 특유한 기후와 유목민 생활에 적합하게 지어졌음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짓궂은 소낙비가 한 시간만 더 늦게 쏟아졌어도 좋았을 텐데.....

우리들 환영 예식이 난장판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 아쉽기만하다. 게르는 하얀 색깔과 둥근 모양새로 만들어졌고 풀밭에 이루어진 분위기마저 똑같아 내 숙소 찾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세상 모든 사물의 모양새와 색깔이 다른 것은 모든 동물들이 쉽게 알아차리도록 약속된 것처럼 중요함을 가르쳐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르에 내부 구조물은 다양한 용도와 주거시설로 지어졌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 할 때 조립하기 쉽고 편리해 보였다.

전쟁의 상황이나 가축무리와 함께 끝없는 초원으로 이동할 때는 마차에 게르를 짓는다고 했다. 둥글납작한 형태여서 거센 바람도 잘 견뎌낼 수 있으며, 펠트 천으로 둘러진 천막은 눈비를 맞아도 빨리 건조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굴뚝은 천장에 솟아있고 출입문은 길목을 향해 하나뿐이었으나 높이가 너무 낮아 벌써부터 머리를 부딪치며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바닥은 시멘트로 깨끗하게 덧칠되었고 가운데는 난로가 있었으며 벽 쪽으로 침대가 3개 놓여졌다.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게르 천막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전기불은커녕, 벽에는 밖을 바라보는 유리창하나 없으니 동굴을 체험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무언가를 모험하고 싶어 마음을 요동치게 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고요와 적막이 감싸고 있는 게르안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으니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하늘에서 보내는 음악처럼 들렸으며, 저절로 행복의 가치관에 대한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머나먼 길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고 싶고

누구나 흘러가는 세월 따라 그냥 걸어갈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더한 행복이 느껴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 곁에는 회원들이 그리도 많지만,

이 순간 왠지 혼자 여행한 것처럼 외롭기만 하다.

 

인생의 조건은 결코 편하지만 않고 고생길도 많으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덜 힘들고

경우에 다라서 근력의 힘이 솟아나듯이

별빛처럼 새로운 희망도 나타날 수 있건만...

 

내 인생에 더 아름다운 꽃길을 만들려면,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라도 마음의 넓이와 눈높이를 같이하고

눈빛이 절대 멀리 달아나지 않도록 서로를 향하며,

그저 옆에만 머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때로는 더 가까이 다가가서 등 뒤에 먼지도 털어주고

생각을 같이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함께 걸어야함을

이제야 깨닫는 것일까.

누워있어도 마음이 편하기보다 왠지

빗방울 소리마저 쓸쓸하게 들려온다.

 

인생에서 사랑과 행복보다 더한 가치가 없다는 것도 안다.

부부사랑은 서로에게 에너지를 심어주고,

하루하루 인생길을 소풍처럼 즐겨야

황혼에도 노을같이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련만....

 

그처럼 아침이면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지만,

어제의 태양이 아닐 수 있다.

내 인생을 차츰 늙게 만드는 괴물처럼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부부 사랑은 보약과 같다는데 어찌 장수하지 않겠는가.

부부라도 사랑하는 모습은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고

자식에게는 거울이며 가화만사성을 이룰 수밖에 없다.

 

노년에도 행복한 부부는 심신이 더욱 건강해지고

얼굴이 환해져서 주름살마저 가려지니

누구에게나 귀감이며 장수해야 마땅하다.

 

바쁨 속에서 만들어낸 시간은 서로의 몫이지만

둘이만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처럼 부부는 어디서든 함께 보내야

사라으이 에너지가 한없이 우러나올 것이다.

무관심은 미워하는 것보다 더하며

다른 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번 여행을 아내와 함게 하지 못한 마음,

시간이 흐를수록 무모하고 못내 아쉬기만 하다.

모든 대화는 단절되고 우두커니 천정만 바라본다.

 

나 혼자만의 여행이 결코 옳은 길이 아니었음을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보고 있다.

이제야 변명처럼 여기다보니

설렘보다 스트레스가 생겨나며

마음이 뒤틀리고 울렁거리게 한다.

 

그래서 사랑이 부족하면

가슴속에 아쉬움만으로 가득 채워지나 보다.

빗 방울소리는 더욱 거세진다.

 

원형지붕 일부에 부착된 투명비닐 덮개 때문에 내부는 다소 훤했으나 지붕에 뚫은 연통사이로 빗물이 계속 흘러내린다.

심기가 불편해서인지 잠자야 할 숙소가 아니라 마치 곳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천정을 지탱하는 서까래와 원형 받침대의 문양은 꽃무늬로 장식되어 우리나라 절에서 많이 접해본 탱화처럼 보여 다소 아늑하고 안정된 분위기이다.

우리가 8일 동안 기거할 칭 기스터넛 캠프는 운동장만큼 넓은 잔디밭이었으며 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다. 그 안에 숙소인 게르가 42채 있고 중앙에는 두 채의 본부식당과 취사장 그리고 세면대, 남녀 화장실로 배치구도가 이루어져 있다.

화장실 안에 있는 목욕탕 물은 옥상 물탱크에서 흘러내리는데 수압이 너무 약해 겨우 비눗물을 씻어낼 정도여서 샤워를 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물 부족 때문에 소변 후 화장실 물을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걸 보니 생활문화가 아주 열악한 편인 것 같다. 그만큼 자체지하수가 부족해 다른 곳에서 자동차로 물 공급을 받는 실정이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