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8화)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 덕망은 퍼질수록 빛이 난다.
개인의 꿈 이야기는 끝났지만 여전히 나름대로 삶 속에 얽힌 옳고 그른 활동과 재미난 인생이야기가 지속되었다.
들판 야생화에서 자연의 인고와 아름다움을 느끼듯이 내게도 긍정적인 사고와 평화스런 행복이 많이 깃들어 있나보다.
꽃은 가까이 보아야 예쁜 것처럼 친한 사람은 언제나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 가슴에 항상 사계절의 운치가 남달리 담겨지고 나름대로 품격까지 갖춘다면 별처럼 찬란한 빛을 발할 것 같다.
꽃의 향기는 시간이 지나면 시들지만, 사람의 덕망은 멀리 퍼질수록 더욱 빛이 나서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사람은 예쁜 꽃처럼 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게 되고, 죽어서도 영원히 우리 가슴에 간직되어 존경을 받게 된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듯이 남의 아름다움만 탐내지 말고, 내가 가진 달란트를 더욱 아름답게 살려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보는 대화의 시간으로 발전해 갔다.
그 순간 곁에 있던 진호께서 분위기를 바꾸자며 어제 밤에 마시고 남은 발렌타인을 불쑥 꺼내 보이니 모두가 반가워한다.
준법 속에서 편법이 애교부리면 생활 속에 색다른 묘미가 발생한다는 말에 모두들 웃어 된다. 총무 준호도 어느새 공금으로 맥주와 음료수까지 사다놓고 동료 가족들에게 좋은 분위기를 형성해 준다.
유목민처럼 게르에서 어우러진 단란한 가족 파티가 열린 것이다. 분위기는 더욱 즐겁게 달아오르고 진호가 경상도 말씨로 재치와 유머를 발휘할 때면 폭소가 터져서 밖으로 새어나가니 지나가던 8조 가이드 무기도 게르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무기는 경희대학교 유학생이고 한국말도 잘하지만, 재미난 위트가 능란해서 가는 곳마다 여성들에게 인기스타이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미소마저 잃지 않으니 다른 조원들이 스카우트 해가려고 엿볼 정도로 남성미가 흐른다.
어느새 무기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바뀌어졌고 몽골 문화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더구나 무기는 기타 반주로 몽골 노래까지 열창해 주니 8조 게르는 한 밤중에 우정의 무대 전야제처럼 느껴졌다.
▶ 마음속 깊은 곳에 별이 빛난다.
오늘밤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다.
많은 회원들이 게르에서 뛰쳐나와 별들의 잔치에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청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별자리를 찾아내어 청운의 꿈을 나누고 더 많은 추억도 장만하느라 야단법석이다.
이처럼 별자리가 선명하게 나타난 것은 분명한 꿈이 이루어지려는 예감이며 내 가슴에도 빛이 발하려는 느낌이 든다.
3년 전 스페인을 여행할 때, 지중해 연안 바닷가에서 보았던 황금빛 별들도 반짝인다.
회원들의 눈망울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비롯해 수많은 별자리를 찾느라 밤하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별자리는 본래 약 5000년 전 바빌로니아 지역의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살던 유목민 칼데아 인들이 양떼를 지키기 위해 밤하늘 별들의 형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BC 3000년경에 만든 이 지역 표석에는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 ·염소 ·물병 ·물고기자리 등 태양과 행성이 지나는 길목인 황도(黃道)를 따라 배치된 12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을 포함한 20여 개의 별자리가 기록되어 있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서도 BC 3000년경에 이미 43개의 별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바빌로니아 ·이집트의 천문학은 그리스로 전해져서 별자리에도 그리스신화 속에 신과 영웅, 동물들 이름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별자리가 신화적 유래에서 좋은 일상 쪽으로 접근되어 모두가 별을 좋아하고 꿈도 별처럼 이루어지길 바라게 된 것이란다. 그래서 사람이 유명해지면 빛나는 인기스타가 되고, 장군의 계급장도 별 모양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어두운 밤 울타리 안에 게르도 고요한 별자리처럼 각기 자리를 지키며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우리는 잠을 이루고자 어둠을 헤치고 더듬더듬 각자의 게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