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님을 위한 행진곡’ 국회 결의 거부
2월 국회업무보고에도 과거 입장만 되풀이
2014-02-24 이기원
강기정의원은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가 2월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기념곡 지정에 대해 결론도출이 어려워 논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국회의 결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는 보훈처의 행태는 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박승춘 보훈처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님을위한행진곡의 5․18기념곡 지정 추진사항’을 보고하면서, 올해 1월까지 관련부처와 보훈단체, 정책자문위원회 등으로부터 의견수렴을 해 왔다고 밝혔다.
의견수렴 결과를 9가지로 정리한 보훈처는, △ 님을위한행진곡이 5․18이후 33년 동안 추모행사 등에서 울려 퍼진 상징적 노래라는 의견 외에는 나머지 8가지는 모조리 부정적인 의견만 수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의견으로는 △ 특정단체가 애국가 대신 부른 노래 △ 엄숙해야할 정부 기념식에서 주먹을 쥐고 흔들며 부르는 노래 △ 북한이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 음악 △ 북한의 통일노래 100곡집에 수록된 노래 △ 작사자 등의 행적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노래 △ 가사에 나오는 ‘임’과 ‘새날’에 논란이 있는 노래 △ 국가유공자 단체의 반대 △ 지정될 경우 다른 국론분열 현상 발생 등이었다면서, 의견수렴 결과 결론도출이 어려워 논의의 장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보훈처는 엉뚱하게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나라사랑교육 자료요구, 예산삭감, 감사청구, 검찰고발 등의 논란으로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보고를 함께 해,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강 의원은 “보훈처가 든 이유는 박승춘 보훈처장과 보훈처의 대선개입에 대한 예산삭감, 감사청구, 고발이었다는 점에서, 님을위한행진곡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서, 보훈처의 사실관계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고 질책했다.
강 의원은 “보훈처의 이 같은 의견수렴 결과와 입장은 작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대한민국 내에서 찬반이 있는 사안들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공론의 과정을 거쳐 여야의 합의 또는 표결로 최종 결론이 도출돼 왔다는 점에서, ‘님을위한행진곡’또한 공론의 장을 거쳐 여야 합의로 결의안을 통과시킨 만큼 보훈처는 국회의 결정을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히고,
“보훈처가 의견수렴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국가적 의사결정을 되돌리고, 국민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한 도전행위이자 월권행위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보훈처가 밝힌 출처불명의 자문 가운데, 가사 중 ‘새날’의 의미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제를 가진 새로운 세상을 뜻한다’고 되어 있다”면서, “북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행진곡을 부른 모든 국민들과 기념곡 지정을 주장한 새누리당의 김무성의원을 비롯해 결의안에 찬성한 여야 의원들이 모두 종북이냐”고 되물었다.
강 의원은 “5․18 34주년이 불과 2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보훈처의 막가파식 버티기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숭고한 뜻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즉각적인 기념곡 지정과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정무위원회는 보훈처의 업무보고 내용과 국무조정실의 업무파악 부재를 이유로 님을위한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위한 두 기관의 별도 업무보고 일정을 잡기로 합의했다.
이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