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씻겨주는게 스승의 보람 아닌가요?
"화순 사평초 '스승의날' 기념식 대신 사제동행 목욕 행사
2014-05-15 양재삼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선생님이 내 몸을 깨끗이 씻겨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전남지역 한 농촌 학교가 스승의 날을 맞아 '사제 동행 목욕바우처'이라는 이색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사랑을 다질 수 있는 기회 가져 눈길을 끌고 있다.
화순 사평초등학교는 '스승의 날'인 15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에 동참, 별도의 행사를 치르지 않는 대신 학급별로 교사와 학생들이 면 소재지에 위치한 공중목욕장을 찾아 함께 목욕을 하며 사제간 허물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 학교가 '목욕바우처'를 도입한 것은 전남도교육청 지정 무지개학교(혁신학교)로서 교수ㆍ학습의 내실화를 꾀하고 형식에 얽매인 체험학습보다는 아이들에게 보다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교사들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 벽지학교인 사평초교는 다문화 가정과 조손가정 아이들이 많은데다 평소 목욕장을 자주 다니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교사들은 이날 전교생을 대상으로 '사제동행 목욕' 행사를 실시하되 자칫 성장기 아이들이 부끄러움을 타거나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성향을 파악하고 급우관계 등을 고려해 6∼8명씩 짝을 지어주고 각 팀마다 담당교사를 배치한 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이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사제간의 정이 훨씬 돈독해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함께 목욕을 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나눔과 사랑을 직접 실천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이 학교 윤인순 교사는 "정년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40여년의 교직생활에서 가장 보람된 일 가운데 하나를 실천했다"며 "여러 아이들의 때를 미느라 몸은 힘들었지만 제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평초교 문경희 교장은 "요즘 사회적으로 힘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하고 학생들과 함께 해주어서 너무나 고맙다"며 "모두가 즐거운 무지개 학교를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양재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