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보험자다. 보험자는 재정이 부당하게 새어 나갈 경우 가장 먼저 이를 감지하고, 가장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주체다. 그런데 불법 사무장병원 문제 앞에서 보험자는 여전히 ‘조사만 하고 멈춰 서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 과연 이것이 합리적인 구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 의료인이 의사나 약사의 명의를 빌려 병원이나 약국을 운영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편취하는 불법 구조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과잉진료와 허위청구가 반복되고,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개설기관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점점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부터 2025년 6월 말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은 1,775곳, 환수 결정 금액은 약 2조 9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환수율은 8.5%에 그친다. 적발 이후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재산 은닉과 폐업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보험료는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상태로 사라진다. 공단은 이 문제를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는 기관이 아니다. 불법개설 의심기관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시스템과 수년간 축적된 조사 경험,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체계상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이나 관련자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행정조사 이후에는 수사기관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고, 그 소요 기간은 평균 11개월에 이른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이 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 도입이다. 특사경은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 권한이 아니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이라는 명백한 불법 영역에 한해, 복지부 장관의 추천과 검찰의 지휘·통제 아래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공단 특사경은 의료인을 위축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제도다. 불법기관을 신속히 차단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재정 누수를 막아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사회적 자산이다. 보험자가 재정 누수를 눈앞에 두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이제는 바꿔야 한다. 공단 특사경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필수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