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의과대학 새 주인 누가 될까? … 4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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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의과대학 새 주인 누가 될까? … 4파전
  • 양재삼
  • 승인 2015.01.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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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병원·제생병원 “수련평가 자질 갖춰” … 예수병원·부영건설 “지역 인재, 지역이 맡아야”

[뉴스 깜]양 재삼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이 폐과를 막아내고 새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서남학원 이홍하 이사장이 교비 1000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1년여 만이다.

서남대 이사회는 지난 6일 평가소위원회를 열어 의과대학 정상화와 재정안정을 위한 투자·출연계획, 법인 평가를 통해 대학재단 정상화에 도움이 될만한 새 재단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입찰에 참여한(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충북 중원대학교(분당제생병원), 전주예수병원, 부영건설로 알려졌다. 의향서 제출 여부는 비밀이라 공개하지 않지만 네 곳이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출전’을 알린 만큼, 서남대 인수는 ‘4파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명지병원=명지병원은 서남의대 인수에 박차를 가한다는 분위기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12일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남대 인수를 위한 조건을 내비쳤는데, 이날 이 이사장은 ▲명지의료재단 전체를 서남대에 출연하는 점 ▲의학교육 인프라를 갖춘 점 ▲이 이사장의 부친과 본인이 전북출신인 점을 강조했다.

명지병원이 이같이 서남의대를 인수하려는 데에는 ‘의료인력 수급’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지의료재단은 본래 관동대학교 소속이었으나, 2009년 인천사랑병원을 운영중이던 이왕준 이사장에게 매각됐다.

매각 이후에도 병원은 관동대와 2003년 맺은 협력병원 협약을 유지하며 학부생 교육과 실습을 담당했으나, 2013년 2월 관동대가 협약을 해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단 산하의 제천명지병원과 청풍호노인사랑병원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명지병원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카드’라는 것이 병원계의 중론이다.

다만 지역 내 의사회 등의 여론이 예수병원을 향하고 있다는 점, 이 이사장의 ‘지연’에도 불구하고 명지병원을 ‘외부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점 등은 일정 부분 단점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

*중원대학교=중원대학교는 명지병원과 마찬가지로 의료인력 수급을 노리는 동시에 산하 병원 3개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는 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대순진리회 산하의 대진대학교는 1992년 설립 이후 꾸준히 의대유치를 추진했다. 김영삼 정부가 대학설립 자유화를 내세우면서 의대의 선인가 후시설 정책을 폈기 때문이었다. 대순진리회 산하 대진의료재단도 이를 계기로 1500병상 규모의 동두천 제생병원, 670병상 규모의 분당 제생병원, 500병상 규모의 고성 제생병원 건립을 시작했다.

그러나 1996년 차병원의 포천중문의대(현재 CHA의과학대학교)에 밀리면서 의대 유치가 좌절됐고, 분당을 제외한 나머지 두 병원은 외관 공사가 완료됐음에도 현재까지 병원을 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대진의료재단은 관동대 의대의 학생 실습을 맡는 등 의대 인수를 위해 노력했으나, 2014년 가톨릭 인천교구가 관동의대를 인수하면서 여타 병원들은 다시 개원을 미뤄야만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순진리회 소속 중원대학교의 인수 참여는 향후 산하 병원 3곳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재단 역시 지난 2009년 “의료인력을 수급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의과대학이 있어야 개원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개원에 필요한 의료진, 관련 인력을 꾸준히 공급받기 위해서는 의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남의대 인수와 관련, 중원대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그동안 의대생 실습을 맡아온 경력 등을 장점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남대 임시 이사회가 평가 기준으로 ‘의대 인증평가 능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지역 내 여론이 ▲대순진리회의 내부 논란으로 인해 자금 동원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점, ▲여타 입찰자들과 달리 전라북도와 크게 관련이 없다는 점 등을 눈여겨 보고 있어 인수는 조금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 예수병원=예수병원은 현재 지역 내에서 협상자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곳이다. 예수병원은 서남대 폐과 위기부터 2년간 수련기관을 맡아왔으며, 지역 내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이라는 점에서, 인수 후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월 전라북도의사회와 서남의대총동문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지역 내 인재를 지역내 병원에서 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예수병원의 서남대 인수에 손을 들어주었다. (관련기사 : 서남의대 총동문회, 예수병원 인수 지지선언, 전북 의사 “예수병원, 서남대 우선협상자로”).

또 시의회 및 지역 재계, 지역내 국회의원까지 예수병원의 서남대 인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주시의회는 6일 “전주예수병원은 서남의대 임상실습병원으로서 학생들에게 기숙사와 의학실습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그간의 기여도를 놓고 볼 때 학교운영 정상화 재단 선대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주 완산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은 4일 “예수병원은 호남지역의 의료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섬기며 봉사해 온, 많은 사랑을 받는 의료기관”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대학을 통해 우수한 의료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수병원은 이 여세를 몰아 서남대 인수시 의대에 지역 출신 우수인재를 지역특례로 대거 선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자는 전라북도 내부의 바람을 끌고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서남대 교수 일부 등 일각에서 “서남대 설립자 이모 씨와 예수병원에 근무중인 A씨가 학교 정상화를 방해하려 하고 있으며, 예수병원 운영진 중 일부가 이씨의 의도를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예수병원이 서남대를 인수한다고 해도 갈등이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부영건설=이번 인수전에서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한 곳이 전북을 기반으로 한 부영건설이다.

부영건설은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화끈한 베팅’을 했다. 이중근 부영건설 회장은 최근 “서울 금천구에 병원 부지가 있다”며 “병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서남대 자체를 인수하면) 종합대학으로서 병원도 있으면 좋다는 뜻에서 공모했다”고 밝혔다. 대학을 인수하면 서울에 병원을 지어주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또 “기업 얼굴로 봐서는 우리가 들어갈 것”이라며 “사업인들의 기본자세는 손대면 성공하고 목표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영건설이 소유한 부지는 금천구 시흥동 113-121 일대로 2만4000㎡(약 8000평) 규모다. 700~1000병상을 담을 수 있을 정도의 땅이다.

부영건설은 서남대 인수에 있어서 자본적 우위에 있다. 현재 부영건설의 자산총액은 약 15조70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후보자들보다 재단 안정성 면에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북을 기반으로 한 ‘지역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부영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당시 전라북도와 부영은 ‘지역 연고팀의 필요성’을 내걸고 유치에 도전하는 등 부영이 가진 향토색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계와 관련이 적다는 점 ▲지역 내 여론이 ‘지역기업’보다 ‘지역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에 쏠려 있다는 점 등은 부영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남대 이사회는 13일 인수 대상자 실사를 마친 뒤 20일 우선 협상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며, 이후  이후 학교법인과 교육부는 협의를 거쳐 협상 대상자를 최종 선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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