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시장 홍정희 상인회장 롯데백화점 광주점서 노하우 전수

“그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강사들이 세련된 말투와 몸짓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지만 재래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에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처음입니다”
11일 오전 11시 롯데백화점 광주점 별관 교육장. 말끔한 정장 차림의 직원 40여명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이 날 강사로 나선 사람은 유명한 인기 강사도 아니고 저명한 학자도 아니었다.
바로 백화점 인근 대인시장에서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평범한 상인이었다. 하지만 이날 강의실의 분위기는 어느 유명 강사의 명강의 못지않게 진지했으며, 중간 중간 박수도 터져 나왔다.
강사로 나선 사람은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불과 400m 떨어진 대인시장 홍정희 상인연합회 회장이었으며, 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은 롯데백화점 광주점 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이었다.
홍회장은 “백화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오늘 강의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은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전통시장 판매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고객 응대에 활용하고자 대인시장 상인회장에게 직접 강의를 요청해 이뤄지게 된 것. 그 동안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대인시장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진행한 다양한 노력의 연장선인 셈이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의는 사뭇 진지했다. 홍회장은 그 어렵다는 골목 상권에서 자신만의 경영철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상인들의 성공담을 생동감 있게 전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상인연합회 간부들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시장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들려줬다.
또 전국에 유명세를 떨친 속초 중앙시장 ‘만석닭강정’처럼 대인시장을 대표하는 명물을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연창모 식품팀장은 “강의를 들으면서 어렸을 적 부모님 손 잡고 인근 재래시장에 가서 이것 저것 시장 음식을 맛보던 때가 문득 생각났다”며, “저 또한 고객을 직접 대하는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꼈으며, 재래시장에 대한 애착을 이전 보다 더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홍회장의 강연이 끝나고 휴식시간 동안 강연장은 어느덧 회의장으로 변했다.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진행한 ‘전통시장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함께 되돌아보고 향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가진 것.
간담회에서 홍회장은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협력관계에 머물지 않고 시장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해주면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시장 상인들 대부분 처음에는 불신감이 컸지만, 현재는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지난 2월 27일 대인시장과 '상호협력에 관한 협약식'을 체결한 이후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각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지역상생연구회'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주 1회 고객맞이 자세, 불만고객 응대 방법, 위생관리, 안전관리, 상품 진열 및 판매 기법 등 백화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상인들이 회의나 각종 모임, 교육을 진행할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백화점 내 교육장과 회의실을 빌려주고 평일 백화점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또 상인자녀 대상 장학금 증정, 정기적인 무료 건강검진 서비스, 대인시장 전용 쇼핑백 제작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류민열 롯데백화점 광주점장은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는 재미와 감동을, 시장 상인들에게는 매출 극대화라는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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