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깜]박종수 논설주간 = 호남선이 완공된 것이 지난 1914년이다. 100년을 훌쩍 넘긴 호남선을 떠올리면 지금도 분통과 울분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응축된 한이 욕설로 배설된다. 전라도말로 빈정이 상한다. 최근 호남고속철도운행의 논란을 지켜보는 시.도민은 “호남선의 비는 언제 그칠까...”라며 혀를 끌끌찬다. 코레일의 어설픈 논리를 예상했던 것처럼 분노를 애써 삭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에게 한국철도의 역사는 ‘피눈물의 역사’다. 경부선완공이 1904년, 호남선은 10년이 지난 뒤에야 전 구간을 달릴 수 있었다. 철도수요가 급증하면서 경부선 복선화는 1936년 시작해 8년만인 1944년에 끝냈다. 반면 호남선은 32년이나 늦은 1968년 착공, 36년만인 2003년에야 숙원을 풀었다. ‘거북이공사’가 아니라 굼벵이가 공사를 했어도 더 빨랐을 정도로 늑장을 부렸다. 선거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호남푸대접’의 대명사였다.
고속철에서도 차별은 여전하다. 철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고속철의 대역사는 노태우전대통령의 선거공약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경부와 호남고속철의 시작과 끝 역시 일반철도의 판박이다. 경부고속철은 지난1992년 착공, 1단계인 서울-동대구간은 12년만인 2004년 완공됐다.
2단계인 동대구와 부산은 2010년 완공, 전 구간 운행에 18년이 걸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반면 호남고속철은 시작부터 경제성과 타당성을 놓고 삐걱됐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 "호남고속철은 인구나 경제성 같은 잣대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고 총대를 맸다. 그래도 차일피일 미뤄지던 착공이 경부고속철 보다 17년이 늦은 2009년 7월 전북 익산역과 황등역간을 시작으로 고고의 성을 울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속병을 앓게 만든 호남고속철이 오는 4월초부터 본격 운행에 들어간다. 광주송정과 용산역간을 1시간33분만에 달린다고 한다. 경부선에 비해 11년이나 늦은데다 아직도 광주-목포간이 미완공 상태여서 찜찜한데 코레일측까지 나서서 지역민의 가슴을 후벼판다. 코레일이 뜬금없이 운행열차의 22%를 서대전을 경유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만약 서대전을 경유할 경유 고속철의 생명인 속도가 45분이나 늦춰진다.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이 되는 셈이다.
쾌속운행에 한껏 부풀어있는데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든다. 호남선만 생각하면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나는데 그것마저 부족해 이제는 피눈물까지 짜게 만들셈인가 보다. 윤장현광주시장이 코레일의 어설픈 발상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에 참석해서 “눈물젖은 호남선을 이용했던 지역민이 다시 분노의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당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부탁했다”는 발언은 지역민들의 분노를 대변한 것 같아 공감이 간다.
‘ 내리는 호남선’ 은 항상 소외와 차별,한이 뒤섞여있다. 그래서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 코레일이 명분으로 내세우고있는 경제적 효과가 정치적의도를 감추는 술수가 돼서는 안된다. 호남선고속철의 서대전경유 반대는 광주.전남시도민 뿐만 아니라 전북, 충북지역민도 함께 결사반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고속철에서 속도가 늦춰지면 ‘이빨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은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