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칼럼] 변화의 시험대 ‘조합장 동시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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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칼럼] 변화의 시험대 ‘조합장 동시선거’
  • 승인 2015.02.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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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칼럼] ‘소통.관통.형통’

[박종수칼럼] ‘소통.관통.형통’

변화의 시험대 ‘조합장 동시선거’


협동조합은 산업혁명이후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생겨났다. 영국의 ‘로치데일(Rochdale)’이 바로 협동조합의 효시다. 로치데일은 1848년 영국 맨체스터 공단에서 기업주들이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거나 생필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는 횡포를 견디다 못한 직공 28명이 만든 것이다.


 이들은 1파운드씩 28파운드로 작은 가게를 열고 버터, 설탕, 밀가루 등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며 조직을 키워나갔다. 농협협동조합은 농노제가 폐지되면서 가족농중심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출발했다. 자주적이고 자조적인 조직체로서 영농자재구입이나 영농자금 조달, 생산농산물판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한 자연발생적 조직체였다.


우리나라 농협의 역사는 서구와 달리 농민들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조직이 아니라 관제농민단체로 탄생됐다. 1957년 정부가 농업협동조합법을 제정하고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었다. 1년 뒤 농협중앙회를 결성하고 경제와 신용이 분리된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을 1961년 일원화 하면서 ‘종합농협’으로 출범했다. 통합된 961년8월15일이 바로 농협의 창립기념일이다. 농협은 창립됐지만 무늬만 협동조합이었을 뿐 조직의 운영은 과거농민들을 감독하고 감시하던 조선총독부 식산계, 금융조합, 대한농민회에서 일하던 사람들로 채워졌다. 협동조합을 표방한 농협의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후유증이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현재 농협은 1300여에 가까운 회원조합에 조합원수가 240여만명, 우리나라 전체농가인구수가 330여만명, 농가호수가 100만가구 인 점을 감안 하면 농가호당 평균 2명이 농협조합원이다. 여기에 준조합원이 930여만명으로 조합원과 준조합원을 합치면 우리나라 인구 5명가운데 1명이 직,간접으로 연결이 될 만큼 막강한 조직력을 과시한다.

 

오는 3월11일에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장을 한꺼번에 뽑는 이번 동시선거는 4년마다 선거부정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위해 국회에서 2011년 농협법을 개정,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조합장 선거는 ‘경운기 선거’라는 오명을 받으며 공분을 사왔다. 출마자가 금품으로 매수한 조합원들을 경운기에 태워 투표소로 나른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조합장 선거에서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5당4락’이란 말도 얼마나 금품선거로 얼룩져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악취가 진동하다 보니 최근 10년간 당선 무효로 처벌받은 조합장이 16명이나 된다. 10년간 부과된 과태료는 311명에 5억 8천여만원에 달한다.


혼탁과 금품선거로 지탄받아온 조합장 선거의 폐단을 바로잡기위해 중앙선관위가 동시선거 제도를 마련했지만 곳곳에서 돈 냄새가 풀풀 나고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흔히들 조합장 선거를 ‘미니 지방선거’로 부르지만 부정선거의 수위와 행태는 다른 선거와 견줘서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적이면서 음성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수면위로 보여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조합장선거의 금품만연과 혼탁은 지역에서 갖는 사회적지위와 경제적 권한,신분상승 때문이다. 당선과 함께 억대를 상회하는 연봉과 조합사업, 예산, 인사집행의 권한은 가히 ‘제왕’이라는 표현이 걸 맞는다. 각종 감사와 지방의회의 견제, 지역민들의 감시 속에 행동이 부자유스러운 지방자치단체장을 능가하는 자리로 평가하기도 한다. 지역조합들 가운데 조합장이 권한을 행사 할 수 있는 예산규모가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1천억원대에 이를 만큼 규모가 만만치 않다. 평범한 농사꾼도 조합장이되면 ‘천석꾼’이 된다는 말이 떠도는 이유도 막강권한을 한마디로 대변해준다.


조합장선거의 오명을 벗기 위한 동시선거마저 과거선거의 판박이가 돼가고 있다. 조합장이 농민의 ‘대변자’고 조합원의 ‘심부름꾼’으로 행세하지 않더라도 제발 정치인같이 행동하지 않았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선거가 조합장선거를 개혁하는 시험대가 아니 최소한 변화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합원들도 협동조합의 생명인 호혜와 연대, 협력의 가치를 존중하는 조합장을 선출하도록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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