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함평군 학교면 대곡마을 산기슭에서 3대 선조를 모시고 26년간 시묘살이를 살고 있는 효심 깊은 부부가 있어 화제다.
김후덕(95), 심정숙(83)씨 부부는 매일 밤낮으로 부모, 조부모, 증조부의 묘소 주변을 살피고 잡초를 제거한다.
김 씨 부부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1989년.
평소 효심이 깊었던 김 씨는 어머님이 앞이 훤하게 보이는 곳에 묘를 써달라는 유언에 3년간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과거 잘나가는 목수였던 김 씨는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3대 묘소를 모시고 직접 집도 혼자 지었다.
장성군 삼서면이 고향이던 김 씨는 유언에 따라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묘를 쓰고 시묘살이를 시작했으나 지내기가 녹록치만은 않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을 일체 사용하지 못하고 암흑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특히 고령으로 길에서 200여 미터나 떨어진 산기슭까지 쌀과 부식을 나를 수 없어 컵라면으로 때워야 할 때가 많았다.
또 동절기나 여름철 집중 호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위험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학교면(면장 채대섭)은 3개월간 인근 땅 소유자를 설득한 끝에 전봇대를 설치하고 전기를 넣었다.
또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아 가스렌지, 냉장고 등을 설치하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돌봤다.
이에 김 씨 부부는 “이제 전기와 가스도 들어와 천석꾼이 부럽지 않다”며 “더욱 건강을 되찾아 부모님께 공을 갚고 후손들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선조들을 정성껏 모시겠다”고 말했다.
채대섭 학교면장은 “우리 지역에 에너지 빈곤가구가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역자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이제 라면 드시지 마시고 밥을 해서 드시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