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한반도 표준시 변경의 찬반
지구가 자전하는 데 24시간이 걸리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지구본을 보면 날줄(경선)과 씨줄(위선)이 있는데 위선은 적도와 평행하도록 수평 하게 지구를 나누는 가로 선이며 위선은 양극을 지나도록 지구를 나누는 세로선 구성의 씨줄이다. 위선은 적도를 0도로 정해 남북극으로 각각 90 등분했고, 날줄은 영국글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선을 0도 정해 적도를 360등분하여 동쪽으로 180, 서쪽을 180등분 하여 만나는 선이 태평양을 지나 남북극으로 이은 선인데 이 선을 날자 변경선 이라 한다. 한반도는 북위 33도(마라도)에서 43도(나진) 사이에 있으며, 동경 124 - 132도 안에 들어 있다. 따라서 그 지역표준시는 경선이 지나는 선의 시간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므로 동서로 길게 늘어진 중국이나 러시아는 지역에 때라 표준시가 다르며 세계 각국은 그 나라 표준시를 정해 사용하고 있다. 날자 변경 선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으면 하루를 빼고 반대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남으면 하루를 더해서 정한다. 날자 변경 선에서 경선의 15도 사이는 1시간 차가 생긴다. 이러한 시간관계를 고려해 표준시를 정해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중심을 지나는 경선이 동경 127도 30분인데 일본의 동경을 지나는 135도를 표준시로 정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일본과 남북한이 공통으로 인정하며 사용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8월 7일 중앙통신발표로 오는 8월 15일을 기해 표준시를 주체성을 살리기 위해 한반도의 중심을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 선을 기점으로 정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현재의 표준시보다 30분이 늦어진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현재 시각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표준자오선인 동경 135도 기준의 동경시 대신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평양시간’이라고 이름 지었다. 평양시간을 적용하면 동경시를 그대로 사용하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30분의 시차가 발생한다. 정부는 당장 개성공단 출입 경제 문제 등 남북 교류 사업에 지장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남북 통합과 동질성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우리는 하나다. 우리끼리 평화적으로 남북통일을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표준시를 광복 70주년이 되는 8월 15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표준시 변경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가 대한제국이 1908년 동경 127도 30분을 기준으로 정한 표준시를 동경시로 강제 변경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해방 후 70년 동안 써온 동경시를 갑자기 바꾼 데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표준시는 모든 사회활동의 시간적 표준일 뿐만 아니라 국가 자존심과 국제관계 등이 얽힌 정치·외교적 사안이기도 하다. 남한에서는 해방 후 1954년 ‘시간 독립’을 내세워 대한제국 표준시를 채택했다가 5·16 쿠데타 세력이 운영한 국가재건최고회의 결정에 따라 동경시로 환원한 바 있다. 이는 대일교역과 주한·주일 미군의 시차 불편 해소를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표준시 변경을 위한 시도가 3차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그때마다 정부는 대부분 국가가 국제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의 시차를 둔다는 국제관례와 북한이 동경 135도를 사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이 같은 표준시 변경 논의를 고려해볼 때 표준시 변경을 굳이 못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북이 각각 다른 시간을 갖겠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 우선 국가 활동의 시간적 기준인 표준시의 시차는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훼손한다. 그리고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 수렴해간다는 공동의 의지도 약화시키고 상호 체제의 차이를 부각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정치제도, 경제체제, 문화에 이어 시간까지 ‘분단’된다면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북한에 이 문제 논의를 위한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남북은 대화를 통해 하나의 한반도 표준시 기선에 대한 찬반을 논의하고 한반도의 표준시로 정해야 한다. 그것이 남북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길이며 남북통일을 위해 할 일이다. / 2015년 8월 16일 정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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