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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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화)
  • 안정산
  • 승인 2015.08.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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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몽골에서 말 타기 설명회 날 ㅣ2009. 7. 18(토)ㅣ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 2009 몽골에서 말 타기 설명회 날 ㅣ2009. 7. 18(토)ㅣ
 
오늘은 ‘고도원의 아침편지 재단’에서 주관하는 <몽골에서 말 타기 2009> 설명회 날이다.
며칠 전, 폭우로 남부지방 홍수피해는 아직 복구 작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하늘의 먹구름은 국지성 호우를 동반할 듯 짓궂은 날씨가 거듭되고 있다.
나는 우산을 챙겨들고 광천동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장마철 습기 탓으로 상의는 벌써 땀으로 흠뻑 젓은 상태이다.
서울행 고속버스는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해 순조롭게 달릴 수 있었다. 농촌 들녘은 푸르고 한가로워 보이지만, 농부는 밀짚모자 눌러쓰고 장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물꼬 트느라 논둑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서울행 고속버스는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해 순조롭게 달릴 수 있었다. 농촌 들녘은 푸르고 한가로워 보이지만, 농부는 밀짚모자 눌러쓰고 장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물꼬 트느라 논둑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여기저기 과수밭에서도 농부는 약통을 등에 메고 병충해를 예방하느라 쉴 틈도 없이 분주히 약물을 뿜어댄다.
생전에 궂은날 마다않고 논밭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어디 그뿐이랴, 어머니도 자식들 학자금 마련하고자 오이, 가지, 풋고추 등 바구니에 가득 채워 머리에 이고 고개를 넘고 산 너머서 면소재지 장에 가시던 모습을 떠올리니 어찌 그리움이 더하지 않겠는가.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이라도 그리움을 느끼지 못하면 살아있는 자식이 아닐 것이다. 사람은 항상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이 메마르지 않고, 외로움까지 동반하면 뼈가 시릴 때도 있다.
이러한 그리움 때문에 사랑이 간직되고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내가 아무리 기쁨과 행복에 젖어 있을지라도 그리움은 영원한 동반자요, 외로움 또한 한평생 내 곁을 떠날 때가 없으리라.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 춘궁기가 있어서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8킬로미터를 걸어서 집에 올 때면, 배가 너무 고파 다래도 따먹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속살을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처럼 허기를 달랬던 가난한 시절이 어찌 새삼스럽게 떠올라 머리까지 짓누르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여행하려는 미지의 세계, 몽골 환경이 내 어렸을 때의 시절과 유사하다는 예감에 사로잡힌 번민일 것이다.
추억에 젖어있던 시골 풍경도 어느새 빌딩 속으로 사로잡혀 숨어들었고 버스는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서울에 도착했다. 마중 나오기로 한 막내딸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장대비가 갑자기 쏟아져 시내 도로는 물난리로 변해서 자동차가 정체되어 조금 늦겠다는 소식이 폰을 통해 메시지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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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치고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바빠 보인다. 한참동안 바라보던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려오는 딸의 모습을 먼발치에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훤칠하고 예쁜 모습은 시선을 멈추게 하고 반가움이 내 가슴에서 더욱 우러나오게 한다.
어린애처럼 귀엽게 여겨졌던 막내딸이 벌써 시집갈 나이가 되었나 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승부의 세계처럼 경쟁하여 승자만 살아남을 것인데……. 걱정된다.
항상 그렇듯이 서울 사람들은 지하철부터 북새통을 이루며 뇌리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나는 딸 뒤를 쫒아가듯 지하철 7호선과 2호선을 번갈아 타야했다. 지하철에 탑승한 사람들의 표정도 너무 똑같아서 놀랍기만 하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생업에 종사하고 퇴근하는 사람, 이상에 지쳐 깊은 잡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북새통 속에서 지루함을 달래려고 독서하는 사람이 가장 한가로워 보인다. 모든 분위기가 새롭고 신기하듯 자꾸만 두리번거리며 내 눈동자도 그들처럼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들에게 일상 업무가 폭풍 같이 밀려오고 어쩔 수 없는 삶에 시달리다 보면, 가슴속에 품었던 열정과 꿈들이 어느새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형체마저 희미해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정신세계가 구태 속에 머물러있으면 간혹 끄집어내서 세상 흐름에 박자도 맞추어 주고 계절 따라 철이 들게끔 자연을 찾아 물소리 새소리도 들려줘야 색다른 외풍이 불어와도 마음속 희망의 불씨만큼은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상상이 든다.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릴 때면 스스로 마음속에 들어가서 무슨 생각이 가득한지 깊숙이 파고들어 되돌아 볼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내 자신의 거울에만 비추어 아름답게 꾸민 얼굴보다 세상 속에 나타난 자화상이 아름다워야 지하철에서 그처럼 굳은 표정이 사리지지 않을까 싶다. 옛날에는 이 복잡한 공간을 헤집고 다니던 뉴스 메이커 신문팔이 아저씨가 인기가 높은 때도 있었는데 이젠 역마다 자판기가 자리 잡았다. 한 시간정도 지나니 목적지인 합정역이란 안내방송이 들린다.
쏟아지던 소낙비는 멈췄고 보슬비에 우산 받쳐 들고 약도를 살피며 ‘아침편지 재단’사무실로 향했다.
먼저 망원정을 물으며 동네 안길을 걷는데 서울 정서가 아닌 아주 조용한 시골마을 같아 보여 생각 밖이었다. /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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