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미국횡단마라톤' 강명구씨 팽목항에서 세월호 추모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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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미국횡단마라톤' 강명구씨 팽목항에서 세월호 추모달리기
  • 서울/박우주
  • 승인 2015.10.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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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간 1879km 전국일주마라톤…10월29일 광화문광장 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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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깜]  = 뉴욕 뉴시스 '뉴욕에서 팽목항까지…'
 '나홀로 미대륙횡단 마라톤'의 주인공 강명구(58)씨가 팽목항에서 '세월호 추모달리기'의 특별한 의식을 치렀다.
 강명구씨는 18일 해남 우수영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달려왔다. 지난 한달여간 분신이나 다름없는 조깅용 특수유모차도 물론 함께였다. 그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3150마일(약 5040km)의 미대륙횡단마라톤에 성공한 주인공이다.
 미 대륙을 달려서 횡단한 사례는 제법 있지만 일체의 조력자없이, 그것도 침낭과 취사도구 등 최소한의 생존장비를 유모차에 싣고 달린 것은 거의 전례없는 일로 평가된다.
 나홀로대륙횡단마라톤을 완수한지 넉달여만에 그는 모국에 돌아와 지난 9월13일 남한 일주 마라톤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미대륙횡단마라톤을 함께 한 특수유모차에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배너를 붙인 채 47일간 1879km의 레이스에 도전한 것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일산 임진각을 기점으로 동쪽 끝까지 달려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자리 코스를 달려 골인하는 레이스다.
 지난 9월23일엔 강릉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를 거쳐 독도에 도착, 사상 처음 '독도달리기'를 했고, 지난 13일엔 완도에서 제주도에 도착, 서귀포를 돌아 제주항까지 돌아왔다. 제주에서 나흘밤을 보내고 이날 해남에서 팽목항까지 달려온 것이다.
 진도대교를 지나 팽목항으로 달려가는 길은 안개가 짙게 깔렸다. 울돌목의 회오리바다 소리는 사람의 울음처럼 들렸다. 팽목항이 가까워지자 언덕이 아닌데도 숨이 가빠오고 가슴이 답답하게 눌려왔다.
 그는 "오늘 나의 달리기는 어린 영혼들의 원혼을 진혼제와도 같았다. 유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 자신도 위로가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팽목항에 도착하기전 '하얀 목련'이라는 추모시를 써왔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지도 못하고/슬픔의 바다에 잦아드는구나!/.....때 아닌 국화가 놓여진 자리에/ 햇볕 따스한 어느 봄날 목련으로 다시 피어나렴/ 냄새나는 세상에 꽃향기로 머무르렴!‘
 제단에 추모시를 적은 노랑 종이배를 올리고 향불을 붙인다음 304 명 아이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렀다. 얼굴을 일일이 눈으로 어루만져주었지만 흐르는 눈물에 그 고운 아이들의 얼굴이 찌그러져 보였다. 그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얘들아!
 노랑 종이배를 들고 나와 바다에 띄워보냈다. 종이배는 물결 따라 한참을 흘러갔다. 바람에도 뒤집히지 않고 떠갔다.
 강명구씨는 "미국에서 긴급뉴스로 세월호 침몰현장을 생생하게 TV로 보았다. 전원 구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최초 신고는 아이들이 했는데 정작 구조된 건 선원들뿐이다. 정부의 콘트롤타워도 작동하지 않았다. 돈을 먼저 생각한 선주와 뒤를 봐주는 부정한 관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언론, 이를 방조한 사회 모두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달리기를 마친 그는 특수유모차를 끌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서해안을 타고 올라가 고창-서천을 거쳐 평택-인천을 들러 10월29일 출발지인 광화문광장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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