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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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9화)
  • 안정산
  • 승인 2015.12.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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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르공 여행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프르공 여행
 
오늘의 수칙은 “웬만하면 참고 웬만하면 웃자”이다. 짤막하면서도 오늘의 여행 분위기가 은근히 숨어 있다.
프르공으로 이동하는데 여러 가지 환경조건이 그만큼 불편함을 즉감할 수 있었다. 다른 선진국에서의 패키지여행은 아름다운 광경을 두루 살필지라도 때로는 불평이 많이 생기겠지만, 우리는 아침편지 회원이요, 프로그램을 통해 꿈 너머 꿈을 가슴에 담아가는 것이 목적이라서 마냥 즐거울 것만 같다.
 
오늘 여행은 열두 시간 정도이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고장도 자주 일으킨다는 푸르공을 타고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만을 질주하게 된다. 처음 접해본 초원의 오지에서 그 불편함이 얼마만큼 뒤따를지 궁금하기만 하다.
몽골은 강수량이 부족하다는데 우리를 환영이라도 하듯이 새벽엔 소나기와 이슬비가 번갈아 뿌리더니, 아침하늘은 청명하여 여행하기에 아주 상쾌한 기분까지 곁들여 준다. 아침 7시 핸티 아이막을 향해 출발.
 
푸르공은 봉고차와 비슷한 7인승이고 좌석 뒤에는 오픈 된 짐칸이었으며 여행 가방으로 가득하다. 자동차의 연식은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고 시트도 깨끗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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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러시아제로 유리창마저 밖으로 밀어야 열리니 우리나라에서는 진작 폐차됐을 낡은 자동차였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초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자연바람이 마음껏 품어주어 차안의 열기를 식혀준다. 8조 회원들은 두 대의 차에 나뉘어서 여행하게 되었다. 내가 승차한 15차는 여성들과 대학생들이 탑승했는데 아직은 친숙하지 않아 어색스런 분위기 속에 침묵만이 흐른다.
지평선은 끝없이 초원만 이루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채 감탄하게 한다. 자동차도 하늘과 맞닿아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만을 향해 쫓아가는 느낌으로 달리고 있다.
 
푸른 초원은 침묵만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여러 종류의 짐승들이 자연과 더불어 오지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주 옛날에 보았던 검은 나무 전봇대도 듬성듬성 서 있다가 지치면 어디론가 그림자마저 사라져 버린다.
가냘프게 보이는 철길은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 사람의 피가 흐르는 생명줄이 되어 몽골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젖줄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몽골 대륙을 횡단하여 러시아까지 뻗어가는 산업철도인 듯싶다. 고속도로라고 말하기엔 너무 역악하다. 안전운행에도 일반도로와 다름없이 가드레일이나 중앙분리대마저 없으니 교통사고나면 아주 큰 위험이 뒤따를 것 같다.
 
간혹 큰 자동차만 스쳐가도 불안감이 엄습해 오지만, 여행은 인생에 가장 즐겁고 아름다운 선물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찾아내고 삶 속에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를 도전하고 개척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을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시간과 돈, 가족의 협력까지 제공 되어야 하니 마음의 선물이며, 그 대가로 정신세계가 새롭게 변화되고 많은 추억도 장만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살아야하는 의미를 여러모로 깨닫게 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선 고마움도 함께 느끼며 잠시 행복감에 젖어 본다. 차창 밖은 아직도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푸른 숲과, 과수원, 논 밭 등 농작물이 전혀 보이지 않아 우리나라 금수강산의 기억들을 지우개로 지워버려야 이곳 초원의 세계로 빠져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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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달려도 변함이 없고 무한한 초원으로 형성된 오직 인터넷 네이버에 비춘 바탕화면만이 펼쳐진다.
두 시간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더 깊은 초원의 샛길로 빨려 들어가니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이정표가 없고 특정지역의 구별도 없는데 초원에 깊이 숨어있는 길을 어찌 알고 찾아가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에게는 삶의 지혜로 감각적인 분별력이 생겨났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초원이 어느 위치와 다를 바 없어 구별조차 못하지만, 유목민은 전체가 느낌이 다르기에 계절 따라 옮겨 다니지 않겠는가 싶다. 불모지처럼 보이는 널따란 초원의 곳곳에 유목민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은 게르를 보고 알 수 있었으며, 어디를 가나 자기네 영역처럼 누리며 누구의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것 같다.
초원은 우리에게 차바퀴 자국만으로 통로를 열어 주었지만, 짐승들에게 한가로이 풀을 뜯게 하니 아마도 그 심성이 있다면 참으로 너그러운 인자한 모습일 것이다.
 
수백 리를 달리고 EH 달려도 휴게실이나 화장실 하나 나타나지 않아 오직 자연에 의존해야 하기에, 푸르공이 초원 복판에 덩그러니 멈춰서면 그곳이 휴식처였다.
자동차 오른쪽은 여성들의 난장판 꽃따기(소변)이고 왼쪽은 평소에도 남성들이 좋아하는 자연스런 모습으로 말보기(소변)하라는 안내 방송이 부끄럼도 없이 울려 퍼진다. 여성들은 여러 명이 모여서 담요로 가리고 일을 보지만, 남성들은 보란 듯이 툭 터진 초원을 바라보며 세련된 모습으로 시원한 방뇨를 즐긴다.
 
상상하면 웃기는 모습 같지만, 자상하게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안한 점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 생각이 습관적인 환경을 지배하고 생활변화도 일으킬 것이다. 초원에는 게르 마을을 이루기도 하지만, 외딴 게르에서 흘러나온 하얀 연기는 한 폭의 그림이요, 사람이 살아있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화가가 이곳을 배경으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면 열두 가지 색상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평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깔과 거기에 “자유”라는 색상만 보태면 된다. 유목민은 한곳에서 3개월 정도 머무르다가 새로운 초원을 찾아 옮겨 다니기에 대부분 자녀들은 큰 도시로 유학을 떠난다고 했다. 여기도 한국 농촌처럼 젊은 청년들이 도시생활을 선호하기 때문에 유목민은 점점 노령화가 되어간다고 했다.
 
울란 바타르를 출발하여 자동차가 비포장이 된 초원의 길을 가로지를 대는 마치 지상 래프팅처럼 프르공과 함께 몸을 날리고 어떤 모습으로 전복될지 모를 곡예 운전으로 꼬리뼈 통증까지 느끼게 한다. 목적지가 열 두시간정도 걸린다는 스태프 말에 더 깊은 초원으로 빨려가고 싶었지만, 어차피 초원일 것이다. 현대 사회처럼 속도만을 추구하고 산다면 초원의 생활은 시간 개념도 없어 막막하고 여러 가지 시각적인 감정 변화와 새로운 느낌도 못 찾아 답답할 것 같은 슬로우 시티가 확실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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