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박물관 개관 22년 만에 '등록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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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배박물관 개관 22년 만에 '등록 취소'
  • 강흥석
  • 승인 2014.01.2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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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 공립박물관 자격요건 못갖춰 최근 등록 취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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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나주배박물관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정한 2종 공립박물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난 1992년 개관한지 22년 만에 박물관 등록이 취소됐다.
 
지난 2009년 6월 개정된 법률에서는 2종 공립박물관의 경우 유물 60점 이상 보유, 82㎡이상 전시실과 학예사 채용, 수장고와 화재·도난방지시설, 온습도 조절장치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법이 개정 된지 4년 동안 나주시는 배박물관이 공립박물관 자격요건을 유지하는데 미흡한 학예사 채용과 수장고, 화재방지설 설치, 소장유물 추가확보 등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전라남도가 감사원 등의 지적에 의해 나주를 비롯, 도내 공립박물관 30여 곳이 있는 지자체에 대한 실사가 이뤄졌다.
 
당시 현지실사를 나왔던 전남도 관계자는 나주배박물관이 학예사와 수장고가 없고 소장유물이 부족해 박물관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청문을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열린 청문에서 나주시는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정상 박물관 등록 취소처분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남도가 나주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현장 실사에서 지적된 학예사 배치와 유물관리시스템 도입 계획 등을 청문 당일까지 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나주배박물관에 대한 박물관 등록증을 지난 3일 반납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박물관 등록은 취소됐지만 박물관 명칭사용에 대한 특별한 법적인 제한규정은 없어 나주배박물관은 현행대로 계속 박물관 명칭을 사용한 채 운영될 방침이다.
 
나주시 담당 공무원들은 지난 20여 년간 별다른 지도감독 등이 이뤄지지 않다가 갑작스레 현지 실사 이후 공립박물관 자격을 박탈하자 곤혹스런 분위기다.
 
나주시는 2종 박물관 등록 요건을 갖춰 등록증을 재교부 받을 계획이지만 유물확보 문제로 박물관 재등록 추진은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전남도 실사를 통해 지적된 학예사는 채용할 수 있고, 수장고 신설과 스프링쿨러 등 소방안전시설 추가설치는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시일을 갖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현행법에서 나주배 박물관과 같은 '2종 박물관'의 경우 소장유물을 '60점 이상'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확보된 유물은 '29점'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유물도 고서 10점을 제외하면 수레와 지게, 삽, 낫, 똥장군, 쇠스랑 등 농기계가 태반으로 딱히 배와 관련된 유물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먹는 과일인 배와 관련된 유물을 60점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부족한 유물을 어떻게 채워 넣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고 하소연 했다.
 
지난 2004년 리모델링을 통해 새 단장한 나주배박물관은 나주배의 우수성과 탁월함, 배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으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나주배박물관이 연간 관람객수를 1만명도 채우지 못한데다 관람수입은 아예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박물관이 소재한 금천면과 15km 이상 떨어진 왕곡면에 지난 2010년 말께 박물관과 유사 기능을 갖춘 나주배테마파크가 들어서면서 시설 중복투자로 예산낭비와 시너지 효과 반감 등을 가져와 박물관과 테마파크 모두 부실 운영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나주지역은 최근 등록이 취소된 나주배박물관과 다시면 회진리에 2006년 9월 개관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이 2종 공립박물관으로 운영돼 왔었다.
 
한편 전남지역에는 공립박물관 30개소가 운영 중에 있으나 이중 법적인 등록요건을 갖춘 박물관은 15개소에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미등록 박물관이 절반을 차지하는 데는 공립박물관으로 등록되더라도 국비지원 등 혜택이 전무한데다 각 지자체들이 보여주기 묻지마식 박물관 신축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강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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