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풍이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인생은 소풍이다.
벌써 점심때가 되었나보다.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말이다.
오직 하늘과 초원으로 둘러싸인 어느 한곳에 멈추어 선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은 이미 내게서 떠나버렸고 불안하게 운전했던 긴장감으로 온 몸은 굳어버린 상태이다.
푸르공 의자의 좁은 공간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뼈까지 뻐근해서 즐거움보다 피곤이 더 많이 몰려왔던 것이다.
고도원 님도 우리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차에서 내리자마자 스태프 구령에 맞추어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온몸을 풀게 한다. 쉬는 동안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셨더니 초조하고 울렁거리던 마음도 차츰 사라지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초원에도 여러 갈래 도로가 형성된 것은 분명히 목적지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다는 뜻이다. 처음엔 어디에도 길이 없었으나 누군가 자주 지나가서 여러 갈림길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 사람이 다니지 않아 험할지라도 내 땀과 수고로 어떤 길이든 만들어주면 여러 사람이 다니는 길이 되고, 새로운 지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창의성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해서 타인이 편하게 이용해야 좋은 생활용품이 되는 것처럼 이러한 것이 내 꿈이요 희망이다. 우리와 함께 달리던 자동차 두 대가 펑크와 고장을 일으켜서 수리는 끝났으나 우리가 지나온 길을 찾지 못해 지금껏 헤맨다는 무전연락이 왔다.
길을 잘못 들면 목적지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길은 어디서나 연결되니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뙤약볕을 가려줄 아무런 그늘도 없는 곳에 깔판을 깔아놓고 도시락을 까먹어도 기분은 소풍처럼 즐겁기만 하다. 반찬은 열 가지 정도로 한국 식단과 전혀 다를 바 없었으며 김치와 생선구이까지 구비되었으니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간혹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고 때때로 산들 바람이 불어주어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어떤 회원은 들뜬 분위기와 식사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바쁘기만 하다. 어느 초원이든 별다르지 않았지만 독초가 피부를 도사리니 조심하라는 스태프 말에 마음이 움츠려진다. 그래도 학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젊음을 만끽하며 금새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들만의 놀이 문화로 마냥 즐거워한다.
8조 회원들은 적극적인 흥을 돋아주는 이가 없어서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 점심을 마치고 한 시간정도 휴식을 취한 후 목적지를 향하는데 이번에는 식곤증이 몰려온다. 15호차 회원들은 여행 의미를 어디에 두는지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비좁은 의자에 기대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코골이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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