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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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4화)
  • 안정산
  • 승인 2016.04.1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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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새벽 공기 8월 1일(토)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초원의 새벽 공기 8월 1일(토)

새벽 5시가 되자 알람소리 없이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4시, 룸메이트들은 피곤이 덜 풀린 듯 아직 코고는 소리가 합주곡처럼 울려 퍼져 게르안에 적막을 깬다. 장작불에서 뿜어 나온 피톤치드 향과 따뜻한 열기도 아직 남아 있다.

초원에 가슴을 담그고 맑은 공기를 마시러 조심스럽게 게르 문을 나섰더니 동쪽 하늘은 벌써 구름 밖으로 살며시 햇살을 내보내며 해돋이 준비 중이란 신호를 한다.

울타리 밖 잔디밭에는 이슬이 많이도 맺혔지만, 나만의 공간을 찾아 깔판을 깔고 덥석 주저앉았다.

새벽공기는 아주 싸늘했지만 그래도 마음의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느낌이다.

도시 속 오염에 찌들인 오장육부가 맑은 공기로 대청소되고 삶에 시달린 정서마저 고요한 초원에서 평화로 치유하니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환상에 빠져든다.

그러나 모기떼는 자유를 주지 않았고 어느새 색다른 먹이를 찾았다는 듯이 윙윙거리며 나를 그냥 두지 않는다.

긴팔 상의와 긴바지를 입었지만 모기침은 옷을 뚫고 쏘아댄다. 한참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몸을 편히 쉬지 못하게 한다.

푸르공으로 다가가 안에서 자고 있는 기사를 깨워 차 안으로 들어가 기행문을 쓰기로 했다. 자동차에도 모기는 마찬가지인 듯 기사는 담요를 둘러쓰고 시트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우리를 실어다 준 25대의 푸르공 기사들은 울란 바타르에서 12시간동안 운전했기에 더욱 피곤함이 누적된 듯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들은 회원들이 중간이동 할 때를 위해 항상 대기상태였다.

 

▶아침 마라톤

6시가 되자 기상 나팔소리가 칭기스터넛 캠프 너머 언덕까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회원들 중에는 늦잠꾸러기도 있을 텐데 기상 나팔소리는 용서 하지 않으며 사이렌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기상! 기상!"을 외쳐댄다. 나는 발목 통증이 걱정되지만 단거리 마라톤에 참여하기로 했다.

일부 회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캠프 밖으로 뛰어 나오지만 대부분은 눈을 부비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참여하는 것 같았다.

오는 순서대로 스태프 구령에 맞추어 체조와 스트레칭 하는 동안에 모두 모였고 곧바로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마라톤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회원들 모습은 희비가 엇갈렸다.

마라톤을 즐기는 회원들은 당찬 모습으로 앞장서서 달린다. 어제 왔던 자동차 길을 따라 한참 동안 달리다가 언덕길로 향했다.

 

청년들은 선두를 향해 질주하지만, 여성들은 거친 숨소리 몰아쉬며 뒤로 쳐지기 시작한다. 내 발목은 10분도 못되어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처음엔 일부러 선두 그룹에서 시작하여 달리다가 차츰 밀려나 꼴찌에서 속보로 걷고 있다.

어느 여성회원은 절뚝거린 내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듯 트레이너처럼 위로하며 동행해 준다. 그러나 숨어 있은 내 집념과 열정만큼은 모를 것이다.

열정이 10%의 가능성만 이룬다면, 내 의지력에서 한없는 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만, 현실은 낙오자나 다름없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첫날이라고 4킬로미터 지점에서 선두를 멈추게 했다.

이번 여행인원은 스태프를 포함해서 141명인데 136명이 출발하여 목적지까지 모두 도달한 쾌거였다. 그러나 고도원님은 모든 회원이 참여하지 않아 아쉬운 듯 멋쩍은 웃음과 조크를 던지며 분위기를 조율한다.

한참 동안 체조로 몸을 풀고 나름대로 호연지기를 가슴에 안도록 하였으며, 다시금 게르로 향하는데 이번엔 다행이 꼴찌대열에서 선두가 시작되었다.

오직 참여에 만족하며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속보로 거듭하다가 초원의 이슬을 털어내며 가로질러 맨 뒤에서 쫒아갔다. 어느새 저 멀리 숙소가 보인다.

먼저 도착한 회원들은 게르 울타리 변방에서 둥글게 원을 만들고서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등목 맛 사지까지 해주고 있다.

한참 동안 여러 가지를 번갈아 하다가 마지막엔 “사랑 합니다”로 우정을 나누고, 따뜻한 포옹과 자신의 기운까지 주고받으며 아침운동을 마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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