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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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4화)
  • 안정산
  • 승인 2016.04.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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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오른 용기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솟아오른 용기

 운동을 마치고 나서 아침식사 입맛은 더욱 돋을 듯싶다.
식당은 3곳으로 나누어 졌었는데 자기 조가 배치된 곳을 찾아 가야했다. 3조. 5조. 8조는 뒤쪽에 자리한 작은 식당이다.

이곳 식탁도 둥글었으며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아 먼저 컵에 생수를 채우고 예전처럼 함께 자리한 회원들과 “사랑 합니다. 감사 합니다”로 컵을 부딪친다. 항상 새로운 회원과 만나지만 다정스런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식탁마다 회원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반찬 때문에 기존 몽골식단보다 더 많은 진수성찬이다.

나는 언제나 식사속도가 빨라서 함께한 회원들에게 디저트로 커피와 녹차를 주문받아 서비스하기로 작정했다.

식당뿐만 아니라 초원어디에서 만나도 가족처럼 사랑스럽고 화기애애하기 때문이다. 작은 사랑이라도 베풀면 행복이 배가 된다는 것도 순수한 배려에서 나왔을 것이다.

비록 혼자서 여행 왔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며 아침편지로 마음이 소통된 회원들과 어울리다보니 외롭지 않다. 드디어 오늘은 말 타기를 하는 첫날이라서 설레는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각자 말 타는 복장을 하고 중앙 홀 앞으로 모이라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마이크 소리에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심금이 울리고, 왠지 가슴이 벌떡거리며 긴장과 호기심까지 뒤범벅이 되더니 심장도 덩달아 함께 뛰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각반 함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다리에 차는 법을 배우게 했다.
손에는 각자 준비해 온 빨간 목장갑을 끼고 안전모인 하얀 헬멧에 버프까지 목에 두르니 마치 경마 선수처럼 보인다. 준비가 완료된 회원은 조장의 깃발을 따라오게 한 후 일정한 장소에서 출사표를 던질 태세로 줄을 세운다.

말 타기 복장만큼은 완전무결하게 갖추었다는 듯이 질서 정연하게 서있다. 모두 내 가슴처럼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고도원님은 중앙 홀 단상에 올라서 미소와 함께 아침편지를 낭송하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게 한다.
그러나 다른 때와 달리 귀담아 듣지 못할 정도로 희미했지만 수칙만큼은 크게 훈시처럼 들려온다.


"하나에서 열까지 조심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조심하자."이다.
고도원님은 우리 마음을 꽤 뚫어 본 것처럼 스태프들과 함께 말 타기위한 준비 운동을 구령에 맞추어 갖가지 자세를 취하고 따라하게 했다. 좌우 앞뒤가 2m 간격으로 서서 체조하는 모습은 마치 학창시절 체육시간을 연상케 한다.
간혹 운동선수처럼 난이도를 높여 스트레칭 할 때는 따라서 하기가

너무 힘들었으며 내 근육이 이처럼 굳어 있는지를 몰랐기에 자책할 정도였다. 30분 동안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우리는 울타리 바깥쪽에 운집한 말과 조교들이 있는 곳으로 서서히 걸어가서 전쟁에 가담하는 졸병들처럼 또다시 앉아 기다리게 했다.


회원 모두가 안장에 부딪쳐 상처 날것을 예방해 두터운 동복바지와 팬티 속에 기저귀까지 찼으니 둔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나는 겨울 내복을 하나 더 끼어 입어서 걷는 모습도 오리걸음처럼 뒤뚱거리고 앉기조차 불편하다.


말 타는 연습을 수차례 눈여겨 보았고, 주의 할 점도 귀담아 들었기에 두려움은 덜하지만 그래도 가슴 떨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오늘 출현하는 조교들은 여러 초원의 게르 마을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집되었다고 한다. 몽골 전통복장을 입은 청년들은 마치 기마병처럼 여러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서기 전, 풀밭에 앉아 중보기도를 올렸다.


"주여!
몽골에서 말 타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기쁨과 영광을 하나님께 바치려니,
오직 회원들의 무탈 만큼은 빕니다.
나 또한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능력을 주시고 조교의 지도력도 함께 기원합니다.
언제나 교만하지 말게 하시고 낮은 자세로 행동하며
지시에 따르는 겸손한 마음도 잊지 않도록 붙들어 주소서!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기도드립니다. -아멘-"

고도원님은 그들에게 무심코 다가가지 않고 몽골가이드와 아침지기 스태프들까지 동원하여 일렬종대로 세우더니 저 멀리서 말과 함께 있는 조교들을 향해 마주섰다.
고도원님은 몽골어 통역관을 시켜 마이크로 여러 가지 주의할 점을 조교들에게 전한다.
통역관은 몽골의 울란 바타르 대학교 한국어과 교수였으며 연설이 한참동안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별로 진지한 모습을 취하지 않고 자유분방한 자세로 말들과 더 친하게 어울리며 지냈다.


이곳 겨울은 얼마나 혹독하고 고생이 심했던지 지금도 겨울복장을 입고 따뜻함을 즐기는 것 같다.
비록 얼굴은 산적처럼 그을렸지만, 생김새는 우리와 같은 혈통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가이드 지시에 따라 말 타는 순서가 이루어 졌으며, 나도 차례가 되어 말(호미)곁으로 다가섰다.
내 조교는 소녀 같이 긴 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었다.

 

▶ 마음의 소통

열심히 외운 몽골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싸인 바이뇨(안녕하십니까?)와 “미니네르(이름은) 안정산"을 동시에 말했더니 여성 조교도 "한나"라는 이름으로 답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녀는 반가운 모습을 취하며 웃는 얼굴로 대해준다. 설명회 때 가르쳐준 대로 옆에 많은 말들이 운집해 있어서, 말 뒷다리를 조심스럽게 눈여겨보며 왼쪽방향으로 다가가서 말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으니, 한나는 말에 오르라는 시늉을 한다.

먼저 왼 발을 등자에 끼고 왼손에 말고삐를 잡은 후 오른손으로 안장을 잡고 조심스럽게 말에 오르는데 조교 한나는 둔한 내 엉덩이를 받쳐 주었다.

가죽 각반(발목과 종아리 보호대)을 차고 팬티 속에 기저귀와 내복까지 입었으니 둔할 수밖에 없었다.

헬멧은 자동차 안전띠를 착용한 것처럼, 낙마할지라도 머리에 상처를 방지하고 마음에 두려움도 사라지게 했다.

복장만큼은 안전무장을 하였으니 꼬리뼈 통증이 방지될 것이며 말 등도 생각보다 넓어 안전해 보인다. 기초적인 몽골어를 수첩에 기록하여 외우고 말에 올랐으나 긴장감 때문인지 중치가 막히듯이 입가에서 감돌다가 전원이 꺼져버린다.

틈날 때마다 외웠건만 기억은 오직 “바예를라(고맙습니다)” 한마디 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처음엔 땅만 보고 걷다가 옆을 흘끗 쳐다보니 8조 변순애도 긴장된 모습이 역역해 보인다. 조교의 몸짓과 눈치를 살피고 말고삐도 조절하며 아기 걸음마처럼 한참을 걸었더니 제법 주위가 보이고 점점 안정을 되찾아 아름다운 풍경도 느낄 수 있었다.

한나도 초조와 불안감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듯 씨익 웃어준다. 이젠 몸자세를 살짝 뒤쪽으로 빼라고 몸짓으로 일러준다.

삶의 보람은 도전에 있고, 노력으로 뜻을 이룬 행복감은 누구나 배가 될 것이다. 이제는 만족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정신세계가 더 넓혀지고 마음도 새롭고 의욕도 충만해져 반드시 심신이 건강해질 것이다. 또한 이루었다는 자부심은 새로운 희망의 길이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멋진 인생은 어떠한 목표가 설정되었을 때 쉽게 물러서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데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지금 새로운 인생 역사를 펼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말과 함께 최선을 다함이 우선이고, 용기가 두려움만 잠식시킨다면 이 넓은 초원에서 보다 더 찬란하게 미래의 길이 열릴 것이다.

다른 회원들도 직장과 자기 분야에서 자긍심으로 살아가겠지만, 지금은 긴장된 모습에 사로잡혀 말눈치만 살피고 마음마저 말에게 모두 맡겨버린 채 패닉(panic) 상태인 것 같다.

널따란 초원에서 131명의 회원과 스태프 그리고 몽골가이드와 조교를 포함해서 300명 이상이 며칠 후면, 함께 말을 타고 초원을 헤집고 다닐 것을 상상하니 어느새 들뜬 마음이 두려움마저 삼켜버린다. 그 많은 회원들 틈바구니에서 말위에 우뚝 서있는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8조 가이드 무기(몽골사람)를 소리쳐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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