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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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5화)
  • 안정산
  • 승인 2016.05.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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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초원으로 향하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더 넓은 초원으로 향하다

회원들은 말과 호흡을 맞추며 스스로 안정된 자세를 갖추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조교와 수화로 의견 조율하느라 말에서 오르내리며 법석이다. 회원마다 키 차이 때문에 등자길이가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아수라장 같아 보이지만 질서는 절대적이었으며, 말들 속에는 새끼 조랑말이 따르고 늑대처럼 큰 개들도 뛰어 다닌다.

그들도 모처럼 많은 사람을 접해보는 하루가 초원의 잔치인양 신나는가 보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이 최고라는 아침 수칙이 머리를 스치며 실감이 난다.

한 시간 쯤 말을 타고 언덕에 오르니 야생화로 가득한 꽃밭을 감상하는 여유도 생겨난다. 지금껏 내 가슴속에 간직된 초원은 작은 벌판에 불과했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야생화 밭과 경계선마저 보이지 않는 목장 끝자락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나도 말위에서 초원의 대국을 호령한 칭기즈 칸 후예처럼 가슴에 큰 꿈을 가득 품고, 새로운 세계를 활기차게 넘나들어보고 싶다. 

아직은 한나가 곁에서 고삐를 잡고 걸음마 시키며 자연의 세계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맛보기로 체험하게 하지만, 며칠 후면 ‘호미’랑 단 둘이서 초원을 누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더욱 부풀어 오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게르 촌과는 많이 멀어지고 조교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 많은 말들과 행렬을 이루며 차분하게 초원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언제나 우리 주위를 맴돌며 앞뒤에서 바람 가르듯 뛰어다니는

스태프와 가이드가 어찌나 멋지던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특히나 여성 스태프 이하림은 말에 채찍질하며 달리는 모습이 애마부인처럼 너무도 아름다워 보인다.

벌써부터 회원들 간에 적응력 차이 때문에 말의 행렬이 200미터가량 늘어지고 있다. 안전을 지시하는 스태프와 몽골 가이드들이 동분서주할 때마다 조교들은 우리에게 움츠리지 않도록 더욱 친절을 베풀어 준다.

 그들은 자연에 삶을 영위하며 순수하게 살기 때문에 우리나라 60년대 농촌사람들처럼 소박하기만 하다. 몽골은 1년 중 영하 4도 이하의 겨울이 1/3이라니 오늘 같은 더위에도 그들은 봄 날씨처럼 시원함을 느낀다고 했다.

어제 비포장도로를 달려올 때는 비를 뿌려 다소 흙먼지를 잠재우더니, 오늘은 구름과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더위를 달래준다. 이처럼 좋은 날씨가 유지됨은 하나님께 이번 여행만큼은 꼭 도와달라고 보낸 “고도원의 편지”덕분이라는 유머가 떠오른다.

초원의 언덕도 넘어보지만, 어디를 가나 오직 초원뿐이었는데 어느 한곳에서 S자형을 이루며 천국 같은 야생화 꽃밭과 대자연을 만끽하도록 유도한다.

안석현 실장이 핸드마이크로 몽골 가이드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면 곳곳에서 몽골어가 동시에 울려 퍼진다. 조교와 말들의 행렬이 3중 4중으로 뭉쳐질 때마다 위험하니 두 줄로 질서를 지키라는 호령소리였다.

간혹 청년조교들이 무질서한 자세로 회원 말들과 겹쳐서 혼선을 이루면, 초조와 불안감이 느껴지고 순간적으로 낙마한다는 경고이다.

조교들은 숙련되어 말 타기를 즐기지만, 청년들이 그들을 따라가다가 위험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시키는 것 같다.

 

 

▶ 처음 느껴본 천국

 고속버스가 두 시간마다 휴게소에서 쉬어 가듯, 말들도 노란 허브 꽃이 만발한 어느 한곳에서 잠시 쉬게 한다.

달리는 말 타고 운동장 크기로 원을 형성한 후 말에서 내렸는데, 회원 대부분은 잔디에 덥석 주저앉아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말 타면서 미숙한 자세 때문에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란다. 조교와 말들은 큰 원을 이룬 다음, 그 모습대로 기다리게 하고 회원들은 가운데로 운집하여 다시 작은 원을 만들었다.

고도원님은 많은 경험에서 회원들 마음을 알아주는 확실한 리더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더니, 마치 거대한 올림픽 전야제에서 스포츠 댄스를 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율동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게 한다. 프로그램에 의해 준비된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자동차가 동분서주하며 바삐 움직인다. 내 앞으로 지나가는 카메라에 멋진 포즈를 취해 보이는 여유도 생겨났다. 자유분방하게 활동하다가 어느새 각조의 가족끼리 다시 뭉치게 큼 응집력이 생겨났으니 준비된 마음의 조화를 이룬 것이다.

협동으로 이루어낸 친근감과 작은 대열을 유지시키는 모습에서도 통솔력은 아주 돋보였다. 회원들은 또 다른 위치에서 고도원님을 주목하고 꽃밭에 누워 명상이 시작되었다.

고도원님 지시에 따라 한참동안 눈감고 시간을 보내는데 마치 천국에서나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이 다가온다. 초원의 꽃밭은 우리를 지상낙원으로 인도해 주는 듯 했으며, 인생의 새로운 참맛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더구나 고도원님 시낭송은 대자연의 운치에 젖어 들었고 명상 속으로 더욱 빨려들게 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야생화가 싱그러운 향기를 메마른 가슴에 불어넣어주니, 오장육보가 청소되는 듯 상쾌하고 황홀감이 무아지경으로 빠져든다.

낮인데도 하늘이 노랗게 물들고 별들은 반짝거렸으며, 새로운 세상에 스타가 된 것 같다. 천국을 경험하는 것처럼 꽃이 피어나는 모습도 보이며, 유난히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는데 산들 바람은 짓궂게 꽃잎을 흔들며 행복감에서 깨어나게 한다.

어느 회원은 천국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냐고 소리 내어 반문해 본다. 명상은 아름다운 세계에서 저마다 꿈과 접근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생각으로 명상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얼굴마저 동안(童顔)으로 변화되는가보다. 꿈같은 천국체험도 아쉬움만 남겨두고 눈을 떠보니 옆에는 마른 말똥과 쇠똥이 입맞춤 할 것처럼 주의에 흩어져 있었다.

한 시간의 휴식과 기념 촬영을 마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의 말과 조교를 찾아가기 위해 다시 대열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는 말에 올라 게르 본부로 향하는데 갈 때는 처음보다 더 빠른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3시간 동안 긴장된 모습으로 말 타기 연습과 즐거움을 가슴에 한 아름씩 안겨왔지만, 말에서 내리자 온 몸은 한량없이 무겁고 한걸음조차 걷기 힘들기만 하다.

예전에 말 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운전기사처럼 장애물만 피해가면 되는 줄 알았었는데 온몸 운동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지친 몸을 스스로 달래야 했다.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지어 여러 가지 소감과 고통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게르 촌으로 들어간다. 점심은 마치 노동 후 먹는 꿀맛이었으니 어찌 어머니 밥상이 아니겠는가.

점심시간에는 말 타기 소감에 집중되었고, 그 어떤 체험과도 비교 할 수 없다며 나름대로 이색적인 느낌을 흥미롭게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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