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깜]이기원 기자 = 석연경 시인의 첫 시집 ‘독수리의 날들’이 (주)천년의시작에서 출간됐다.
석연경의 시에는 초목들이 자주 등장한다. 초목들로 대표되는 자연과 그 자연 안에 내재해 있는 생명의 힘이 석연경 시들의 중요한 소재고 또 주제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생태시들의 자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생태시들은 자연을 이상화하고 신비화한다. 이상화된 자연은 세상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원리가 되어 관념화되어 자연이 결국 또 다른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와 달리 석연경의 시들에 등장하는 자연은 구체적이다. 그의 시들은 자연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말하게 만든다.
그녀의 시에서 인간과 자연은 한 세상에 함께 있으며 서로 소통하는 존재다. 끊임없이 자연을 타자화하여 인간과 자연으로 세상을 이분하지 않고 자연에 초월적인 지위를 부여하여 인간을 자연에 복속시키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인간과 자연이 관계 맺는 방식 그 자체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
“가천 산방 앞뜰에/ 빽빽하게 올라오는 다육이들/ 물 없이도 살고/ 사랑받지 못해도 당찬 꽃이니”라는 구절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생명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 속에는 항상 슬픔이 내재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유한성이라는 존재의 근본 조건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슬픔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석연경 시인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바로 그 슬픔의 근원인 생명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죽음과 소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식은 내적 성찰을 행하는 것이다.
이 시집은 바로 이 두 방식을 통해 깨달음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의 결과이다. 언어 실험을 통한 모험을 감행하고 있지 않지만 정제되고 정직한 표현들이 단단한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시집에는 ‘독수리의 날들’ ‘환생’ ‘검은 산’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등의 시가 실렸다.
석연경은 1968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 동인 활동을 했다. 건축과 문예창작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2013년 『시와문화』 에 시, 2015년 『시와세계』 에 평론이 당선되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인문학 강의와 시 창작 교육을 하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