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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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6화)
  • 안정산
  • 승인 2016.06.0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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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내가 주인공이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인생은 언제나 내가 주인공이다.

오후엔 말 타고 더 빠른 속도로 8킬로미터 거리까지 달리는 2단계 연습이다.

두려움이 가중될지라도 진정으로 말 탄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한나는 내게 바싹 다가와 호흡조절해 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오논 강 상류를 건너고 더 넓은 평원을 향해 달리는데 나는 한나에게 중간을 벗어나 선두 대열에 합류하자고 거리낌 없이 눈빛으로 제의해 보았다.

회원 모두가 제법 숙련된 모습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말고삐 조이며 채찍을 가한다. 한나도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 “추추(가자, 가자)” 외치면서도 자꾸만 내 말 타는 모습만 지켜보고 주의 깊게 자세를 살피며 때로는 미소도 지어준다.

지금껏 영화에서 보았던 적군을 향해 달리던 말발굽 소리와 달리, 내가 현실에 주인공이 되어 거친 숨소리와 함께 강을 건너고 흙먼지와 바람을 가르며 희열마저 느끼고 있다.
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즐거운 인생 주인공이 되어 아름답게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내 엉덩이는 말의 반동과 함께 오르내리며 밸런스 감각에도 제법 숙달되어간다.

대학생 준호는 벌써 혼자서 말고삐 잡고 쏜살같이 내 곁을 스치고 선두대열을 향해 질주해 갔다. 모두가 헬멧을 쓰고 선글라스에 녹색 버프로 얼굴마저 가린데다 똑같은 조끼 유니폼까지 입었지만, 어디서나 8조 회원은 금방 찾아 낼 수 있었다. 마음이 소통되고 가족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아침편지’를 애독하는 회원이 내 이름을 기억하면서 반겨 줄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

말을 타고 8킬로미터를 가는 2단계 연습.

어떤 회원은 말 타고 촬영하자는 제의에 작은 스타가 된 기분이 다. 습관처럼 글쓰기를 좋아해서 아침편지를 썼지만 회원들은 무심결에 스쳐간 글이 아니었나 보다. 어떠한 글이든 그 사람 마음과 인격의  표현이니 신중(愼重)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한참 동안 달리다가 여의도만큼 평탄한 초원에서 선두대열이 먼저 원을 그리기 시작했고, 말들의 휴게소처럼 만들어 주면서 모두 내리게 한다. 여기저기서 자기네 조원들을 찾느라 소리 높여 외치고 손짓하는 모습이 각양각색으로 요란스럽다. 저 멀리 우리 조장도 손짓과 함께 8조를 소리쳐 된다.

131명 모두가 아무 탈 없이 그 넓은 초원에 그림 같은 푸른 잔디를 깔아놓고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 각 조별로 한자리에 모여 쉬는 동안 게임도 하고 벌써부터 기념촬영이 한창이다. 고도원님을 중심으로 단체사진 촬영이 가장 인기였으며, 몽골 청년가이드들도 여성들에게는 대단한 스타처럼 모델이 되어 준다. 몽골 가이드 유니폼은 연분홍색 티셔츠에 검정 재킷인데 사진촬영에는 더욱 잘 어울리는 컨셉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대부분 몽골 울란바타르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거나 한국 유학생이었지만, 방학 동안에 아르바이트로 참여 한 것이다. 몽골대학교에서 한국어 전공학생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대학에서도 엘리트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회원들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세트장 영화 촬영하는 것처럼 저마다 할일을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아침지기 카메라맨도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회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디오에 담느라 쉴 틈이 없다. 널따란 평원에는 말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잔치 한마당이었으며 주인을 따라다니는 개들도 마냥 즐거워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는 몽골 여행객들.

회원들은 저마다 새로운 친구랑 여러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추억도 만들어 보지만 초원의 배경은 별다르지 않았다. 조별로 둘러앉아 즐기는 놀이 문화는 순간마다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어 글로 표현하기조차 힘든 낭만의 세계였다. 하늘도 우리마음과 함께 어울린 듯 하루 종일 뭉게구름으로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있다.

여기저기에 만발한 야생화는 회원들에게 평화를 엿보게 하고 사진배경에도 한몫을 하니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어디서나 누우면 꽃 침대이고 묵상하면 가슴속 깊은 곳까지 행복이 뿌리내리니 마음에는 울타리가 없어지고 온 세상이 평화만으로 형성된 것 같다.

여기저기엔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이 되어 “김치”소리와 함께 미소를 짓게 한다. 지금 이 시간은 어떤 모양이로든 뇌리에 스쳐만 가도 마음 한켠에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행복의 초침 소리가 새롭게 들려오고 시간은 미소와 함께 무지개 색깔로 자리 잡음하기 때문이다.

말 탈 때 긴장된 자세로 안자에 버티다보면, 무릎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그 충격은 엉덩이 꼬리뼈까지 아픔이 밀려와도 치유를 가능케 할 능력은 오직 즐거움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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