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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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7화)
  • 안정산
  • 승인 2016.06.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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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련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숙련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육신의 아픔이라도 말 타는 희열만이 그 고통을 감싸주는가 보다. 긍정적 사고가 삶에 용기를 부여하고 꿈의 비전도 희망과 함께 좌절을 딛고 일어서게 하지 않던가.

꿈은 반드시 이루어져 결실을 맺는다는 확신으로 살았기에 지금 말 타는 모습도 이 자리에 우뚝 서있게 된 것이다.

초원의 놀이터는 젊은 청년들과 마음이 하나 되고, 말 타면 레포츠처럼 신명나니 피곤마저 온데간데없이 어디서나 즐겁기만 하다. 게르에서 말 타고 출발 할 때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러 가는 기분으로 달렸지만, 되돌아 갈 때는 조원들과 밤을 지새우며 보낼 생각에 젖어서 또 다른 설렘으로 말과 함께 가속도를 내게 한다.

조교 한나도 아직은 내 모습이 서툴지만 흥미로운 듯 달리는 내말에 채찍을 가해준다. 말 타기가 전신 운동임을 직접 느끼는 순간이다. 말 속도만큼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다리도 더욱 힘주어야 했으며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말과 호흡까지 맞추니 더욱 빨라져 간다. 때로는 하반신이 마비되듯 발목과 무릎통증이 겹치다보면 초조와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도 있다.

그래도 아직은 젊음을 과시하며 중간대열에 끼어들려고 안간힘을 써본다. 처음엔 말이 나를 끌고 다니는 듯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말 타기가 조금씩 숙련되자 호미(백마 이름)도 내 푸른 꿈을 싣고 구릉 넘어 어디론가 한없이 여행하고 싶은가보다.

내 옆에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열 살 정도 보이는 조교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생기가 더욱 솟아난다. 어느새 게르 동산이 나를 가로 막고 안식처로 인도한다.

아직도 한나가 엉덩이 받쳐주는 도움으로 겨우 내렸고, 무릎 통증 때문에 다리를 펴기조차 힘들어서 덥석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회원들도 여기저기서 헛웃음과 낑낑거리는 소리가 일관되게 들려온다.

잠시 풀밭에 누워서 허리 펴기와 여러 가지 스트레칭을 한 후  무거운 각반마저 풀고서 한참 동안 다리를 주물었더니 어머니의 약손처럼 아픔이 치유되고 근육도 겨우 회복되었다.

게르 입구에서 가이드들이 정성스럽게 따라준 따뜻한 보리차 한잔은 마치 생명수처럼 갈증도 해소해 주고 안정마저 찾을 수 있었다.

말 탈 때 찬바람을 몰아쉬었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마셔야 기관지를 보호하는데 아주 좋은 효과라고 했다.

여름에 땀 흘리고 따뜻한 물이 목마름에 좋은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다. 헬멧도 벗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땀과 피로를 씻으러 남녀 구별 없이 오논 강변을 향해 몰려간다.

오논 강은 중심 물살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흘렀으며, 스태프들도 핸드마이크로 유속(流速)을 조심하라고 당부를 한다.

며칠 전 큰비가 내려서 버드나무가 넘어지고, 강변 둑이 무너져 샛강까지 만들어 놓았다. 강물이 넘실되고 아주 맑았으나 너무 차가워서 물속에 잠시도 몸을 담그기가 힘들었다.

마치 야생말들이 악어가 나타날까봐 조심스럽게 물마시듯, 회원들도 강가 자갈밭에서 구정물을 일으키며 몸만 대충 씻고 땀 젖은 빨래에 더 열중이다.

벌써 친해진 청년회원들은 여기저기서 물장구치고 옷 입은 회원들에게까지 물 뿌리는 장난기까지 발동한다. 여성 회원들도 부끄러움 없이 옷 입은 채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가 다시 나가곤 한다.

어느새 강가에는 회원들로 가득 메워졌고 떠날 줄을 모른다. 오논 강은 총길이가 808킬로미터이며 헨티 아이막에서 흐르기 시작하여 칭기즈 칸의 탄생지를 거쳐 러시아까지 뻗어 간다고 했다.

몽골을 경유하는 길이만도 약 445킬로미터이며 여러 가지로 생명수 역할을 한다니 그들에겐 정말 소중한 강이었다. 강물에서 잠시 몸을 식혔더니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 피곤도 다소 풀어졌다.

▶  초원의 푸른 꿈을 나누다.


태양은 지평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저녁노을은 그냥 가기엔 못내 아쉬운 듯 장엄하게 피어오른다.
 
내 가슴속 깊이 흐르는 행복감과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서쪽하늘에 함께 머물며 악장 단락에 클라이맥스 코다처럼 타오르고 있다. 오늘밤 프로그램에서 “꿈 나누기”가 미래의 동쪽하늘에 현실로 떠오르기 위해서일까.

각 조별로 가장 큰 게르에서 단합된 모습을 나타내고 서로의 마음도 열기위해 모두 모이게 했다. A-5 게르는 모양새가 같았지만, 공간이 아주 넓고 4개의 침대가 둥글게 놓여 있어 13명 회원 모두가 앉아서 놀이 할 수 있었다.

게르 크기는 벽면의 기둥 개수로 결정된다고 한다. 유목민들 게르는 대부분 5개의 벽면으로 구성 되었으며, 생활공간은 보통16~18평방미터 정도이란다.

천정에 있는 구멍(터넛)을 통해 난로를 피우고 밥을 짓는데 연기도 뽑아내지만, 밤에는 투명한 비닐구멍으로 별들의 잔치마저 구경할 수 있었으니 그들만의 지혜가 엿보인다.

더울 때는 아래 부분 펠트천만 걷어 올리면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으나 모기 때문에 모기향을 피우지 않고서는 잠시도 버티기 힘들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 게르마다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리도 형제자매처럼 허심탄회한 대화로 스위트 홈 분위기가 이루어 졌다.
 
고등학생 누리와 용진이 부터 꿈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들의 꿈 이야기는 너무도 당찼고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담긴 마음을 서슴없이 피력했다.

그들은 벌써부터 철들어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학자와 미래과학자 꿈을 키우고 있었다. 뉴욕에서 온 여성교민, 부산의 50대 CEO와 전북대학교 수의학 교수 꿈은 스케일이 크고 나와 너무 다를 듯싶어 묵묵히 귀담아 들었다.

대학생과 미혼여성들의 꿈은 가까운 미래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성인들은 대부분 60세까지 안정된 직장생활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 다음에야 여행하고 취미활동하며 즐겁게 살겠다는 공통된 견해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 나이가 되면서부터이니 현재 내 삶이 그들의 자화상이거나, 나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고 채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내 차례가 되자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 유난히 긴장되어 한참동안 사양했지만, 오히려 많은 지혜가 담긴 노년의 꿈 이야기가 더욱 듣고 싶다며 졸라 된다.

세대 차이가 많아 내 꿈과 너무 다른 세계일 듯싶었으나 인생의 아름다운 꿈은 비슷해 보였다. 지금 일상생활과 내 활동범위가 먼 훗날 그들이 실천하거나 보강해야 할 꿈인 것 같아 꿈보다 먼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모습부터 서슴없이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글 쓰고 매일 아침마다 운동하며, 하루 일과 중에 시간나면 무등산 자락 충효동 텃밭으로 달려가 노년의 삶, 현장 실습처럼 화단의 돌 틈새 풀을 뽑고 나무도 가꾸며 땀 흘리곤 한다. 철따라 텃밭에서 손수 가꾼 유기농 채소는 약초 같은 느낌으로 가끔 밥상에 오르게 큼 수확하는데 재미가 쏠쏠하다고 소박한 생활모습부터 전해 주었다.

언젠가는 그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다람쥐 벗 삼아 도토리 따다가 묵 만들어 누구라도 찾아오면 잔디밭에서 막걸리 잔을 나누고 싶다. 산새들이 평화롭게 노래하면, 나 또한 시 읊으며 그들과 공감대를 이루련다. 늙어서 부귀영화가 무엇이며 진주 보화가 넘치면 무엇 하겠소. 노년의 아름다움은 건강하고 해맑은 빛살만이 내 가슴에 비추어 주면 되는 것을……,

내 삶이 부귀영화보다 못할지언정 “만족은 내 느낌에 있다”고 선인들 비석에서 자주 보았듯이 자연을 벗 삼아 하얀 마음으로 글 쓰며 정신적인 여유를 느끼는 것이 여생을 위한 순수한 꿈이라고 전해 주었다. 아직은 젊음으로 여행하고 문예창작부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새벽마다 수영과 배드민턴으로 건강도 저축하니 노년을 아름답게 준비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들도 ‘바로 그런 인생’을 선호하며 심금마저 울렸다는 듯이 요란하게 박수를 쳐준다. 높고 위대한 삶에서 보람을 찾는 것보다 곱게 늙어가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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