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9화)
상태바
[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19화)
  • 안정산
  • 승인 2016.07.2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 더 한번 조심하자.  8월 2일(일)

 오랜 세월동안 새벽에 일어나게 했던 뇌리의 진동이 오늘도 습관처럼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나는 노트만 들고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게르 문을 열고 이슬 맺힌 초원으로 나섰다.
바깥 날씨가 한국 늦가을만큼 추워서 또다시 푸르공 문을 두드렸으나 열어주지 않아 깔판을 깔고 앉아야만 했다.

탁 트인 초원을 바라보며 명상하기가 아주 좋았고 고요한 아침인데  저 먼 게르에서 개짓는 소리가 적막을 깨운다.
먼 훗날 맑은 공기를 사서 마시는 시대가 온다면 이곳 공기는 최고의 명품 브랜드가치가 될 것이다.

사방이 초원으로 둘러싸인 지평선은 방향 감각을 엉뚱한 곳에 고정시켜 놓아서 아침 햇살은 아직도 내가 생각하는 동쪽하늘에서 비추지 않는다.
하늘엔 구름한 점 없고 저 멀리 무등하게 이루어진 언덕은 너무도 가까워 보인다. 설령 가깝게 보인 마을이라도 수십 킬로미터의 거리라니 이해 할 수 없다.

이처럼 몽골 초원의 거리가 타국인에게 거리측정을 하기 어려운 까닭은 맑은 공기에 의한 착시현상 때문이란다. 명상의 세계는 너무 아름답지만, 점점 체온이 떨어져 견디기가 쉽지 않다.
게르마다 새벽녘에 피워놓은 난로 불에서 하얀 연기가 하늘을 향해 흩날리고 있다.

벌써 식당 주위엔 도우미들이 아침식사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고요했던 칭기스터 넛 캠프가 생동감 있게 변화되어 간다.
새벽 시간을 혼자 이용해서인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고, 6시가 되자 기상 나팔소리가 울려 퍼진다.

42여개 게르에 숨어 잠자던 회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속속들이 빠져나와 10분도 안되어 집결된다. 초원에 울려 퍼진 구령 소리에 맞추어 체조가 시작되었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한 회원들과 늦잠을 즐기는 모습 간에 대조적인 얼굴로 그림자가 아침햇살 조명에 그대로 나타난다.

오늘 아침은 말 타기가 피곤해서인지 불참한 회원이 어제보다 훨씬 많아졌다. 오늘은 혼자서 말을 다루기도 하고 호흡조절하며 조금  더 빠르게 멀리 달리는 2단계란다.

그래서 아침조회 수칙도 ‘한 번 더 조심하자’이다. 맨 처음 면허증을 발급받은 왕 초보 때보다 익숙해지고 규칙을 벗어나려는 순간에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는 경고 메시지 같다.

어제는 한사람 낙마했어도 다행히 느린 행보와 헬멧 때문에 큰 부상은 없었다고 알려주며 가슴에 긴장감을 새기게 했다.
회원 모두에게 안전은 절대적이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일 것이다.

널따란 초원이지만 말 타는 자세와 말 호흡조절이 조교랑 삼위일체가 안 되면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었다.
또한 옆 말이 갑자기 끼어들었을 때 자신의 말이 우쭐하는 순간,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낙마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승마했던 회원이나 운동신경이 발달한 청년들은 제법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해 갔다. 8조 진호와 현미도 감상적인 말을 타며 대열에서 벗어나려다 가이드 제재를 받았지만, 그들 시야는 훨씬 더 넓어보였다.

둥지를 빠져나오려는 병아리처럼 대열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픈 과시욕 때문에 스태프들의 호령과 말발굽소리가 더욱 요란해 진다. 마치 인디안 추장의 호령소리처럼 초원의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고도원님 중심이 된 선두그룹과 말미까지의 거리는 수 백 미터 거리로 밀려날 때도 있다.

4~5중 대열이 겹쳐 달리다보면 부딪칠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가이드들은 2열 종대를 외치며 조교들께 더욱 질서강요를 한다.
조교들은 부딪쳐도 낙마가 안 되지만 회원은 절대적으로 위험한데도 규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앞질러서 달려가려는 젊은 혈기가 요동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