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깜/칼럼]'사랑의 식당'허 상회 원장의 거룩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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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깜/칼럼]'사랑의 식당'허 상회 원장의 거룩한 삶
  • 정기연
  • 승인 2016.08.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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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깜/칼럼]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의 사랑과 친절, 봉사의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광주공원 '사랑의 식당' 허 상회 원장이 삶을 마쳤다. “내가 죽은 후에도 사랑의 식당이 노인을 위한 가장 좋은 복지 식당이 되게 해 달라.”라는 유언과 “모든 가진 것은 천주의 성 요한 수도회에 기증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임은 갔지만, 광주공원 '사랑의 식당' 에는 하루 500여 명 노인이 점심 제공을 받고 있다. 빈부의 양극화 속에 최소한의 삶의 기본도 누리지 못한 버림받은 인생들의 영원한 대부 허 상회(81세)'사랑의 식당' 원장이 25일 새벽 3시 20분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눈만 뜨면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식사 준비에 온 정성을 쏟았던 허 상회 원장은 세상 관심의 밖에 사는 어려운 노인들을 두고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어떻게 그들을 잊고 눈을 감았는지! 주변 사람들은 그의 유언에 따라 별세 직후 부고도 내지 못하고 침묵 속에 눈물만 흘렸다.

시신은 7월 25일 요한 병원으로 옮겨 8시에 입관했고 26일 10시에 영결미사를 마친 후 영락공원 화장터에서 화장했고 26일 13시에 그가 평생 가꾸고 사랑했던 사랑의 식당 입구에 수목장으로 안장되어 수많은 사랑의 식당 식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허 상회 원장의 삶에서 빛나는 친절과 봉사의 자비심은 누구나 실천하기 어려운 무욕·무소유의 철학이 낳은 결과였다.

정신적으로 욕심이 없으니 순수한 사랑이 작동하고 물질을 거부하니 생겨난 건 모두 남에게 베풀 수 있었다. 허 상회 원장의 훌륭한 삶은 언론을 통해 그동안 셀 수 없이 외부에 알려졌지만, 그만이 갖고 있던 무욕·무소유의 철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고 사랑의 식당을 지어 노약자들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한 사실이 모든 걸 웅변한다.

올해 81세인 허 상회 원장은 지난 1991년 돈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식당’을 세웠다. 부부명의 아파트 부지를 처분해 6억 원을 마련, 식당 운영비로 사용하다 이후 화순에 있던 땅 6만㎡까지 출연해 25년째 배고픈 노숙자들과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해왔다. ‘사랑의 식당’에는 하루 500명 이상이 몰려 허기진 배를 채웠다.

자식이 있으면 부모는 물질 앞에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천주교 신부님들이 독신 생활을 하는 것도 물질이 주는 유혹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천주교 신자인 허 상회 원장은 베풂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동반자로 부인을 맞았지만, 자식은 끝내 두지 않았다. 이 세상에 이러한 각오로 사회 봉사활동을 펼치는 인사가 있는지 알고 싶어진다.

허 상회 원장은 스스로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진지함과 순수함으로 무장 할 수 있었다. 그러한 무장은 흔들림 없는 이웃 사랑과 헌신으로 이어졌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이 겪은 고통을 남이 또 경험해서는 안 된다는 영감이 떠올라 성스러운 베풂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신의 재산을 털어 없는 자를 위한 식당을 차리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의 베풂은 무한정이다. 불우한 사람을 보면 그저 베푸는 것이 공식적인 생활로 자리 잡았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명절 때면 선물과 차비까지 주며 위로를 했다. 하느님의 부름을 받기 전 병세가 악화해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후 호전 가망이 없다는 최후 진단이 나오자 산소 호흡기를 끊게 했다. 그리고 바로 사랑의 식당 곁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절대 쓸데없는 낭비는 있을 수 없다는 신념에 나온 결단이다. 그리고 자신이 써놓은 유언대로 부고를 알리지 말고 장례도 치르지 말고 거적에 덮어 화장시킬 것 등을 다시 당부했다.

그리고 병원 입원 1개월, 병원에서 나온 후 2주 만에 하늘나라로 승천하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은 모든 사후 절차를 그의 유언에 따라 이행했다. 이제 󰡐사랑의 식당󰡑에서 사랑과 친절의 미소로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의 인사말로 자비로웠던 허 상회 원장은 더는 볼 수 없다.

허 상회 원장이 사랑하였던 천주의 성 요한은 모든 이들 가운데서 자기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자신 외에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비와 환대의 정신으로 사랑의 삶을 사셨던 성인이셨다. 여기에 평생을 통틀어 천주의 성 요한과 닮은 한 명의 삶이 있었으니, '사랑의 식당' 허 상회 원장의 사랑과 봉사와 친절로 노약자를 위해 베풀고 살다간 거룩한 삶이다. 허 상회 원장님을 주님 품에 안겨 드리면서 그의 영혼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도록 우리 모두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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