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2화)
상태바
[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2화)
  • 안정산
  • 승인 2016.08.26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환경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8월 3일(월)

지난밤의 날씨가 무척 추웠나 보다.

새벽에 난로 불이 꺼지자 게르 안은 너무 추워 3시경 선잠에서 깨어났다.

우리 집 같으면 전등불을 켜고 TV 감상이라도 할 텐데 게르 안은 손전등 없이는 어둠 속에 빠져들어야 하고, 모든 일은 접고 오직 명상과 고요만을 즐기는 시간이어야 한다.

때 마침 게르 촌 도우미 아가씨가 문소리와 발소리 죽이며 잘게 쪼겐 장작나무를 한 아름 안고 살며시 들어와 난로에 불을 지핀다. 장작불은 순식간에 타오르고 그 소리는 어려서 부엌 아궁이에 불쏘시개를 태울 때처럼 타오르더니만, 금세 나무 향이 게르 안에 자욱해 진다. 침실은 순식간에 따뜻해지고 온기는 아침까지도 보존 될 것 같다. 오늘도 즐겁게 말 타기 위해서는 휴식을 더 취해야 하는데 옆 침대에서 코고는 소리가 더욱 심해져 잠은커녕 지난여행의 추억만 떠오르게 한다.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 했던 청년시절 내 꿈과 사람마다 여행의 차이점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는데, 건강과 행복이란 초점에서 생각이 멈춘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어떤 생활이든 하고자할 때 게으름에 잠식되면 변명이 앞서고 하루가 짧으며 더 좋은 일도 찾지 못한다는 평소 철칙 때문에 망설임 없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불면증은 필요이상의 공상에서 나타난 잔유물이거나 내 경험으로는 억지로 잠을 자려는데 더 심하다고 정의해 본다. 잠이 안 오면 마음의 양식을 위해 책을 읽거나 무슨 일이든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게으른 습성은 관능장애를 일으키고, 하고 싶은 일도 못하며 인생이 추하게 늙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부지런히 활동하면 새로운 지혜를 찾아낼 것이며 건강도 잃지 않을 것이다.

아직 밖에는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새벽 맑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는 것이 침대에 누어있는 것보다 더 좋을 듯싶다. 어제부터 가보고 싶었던 숲 속의 먼 언덕이 떠오른다.

낮에는 자유시간이 할애되지 않아 갈 수 없기 때문에, 마침 혼자서 어둠 속에 여명을 열어 무작정 가보고 싶어진다. 초원의 가시거리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손전등 밝히며 한참 동안 걷는데 큰 짐승의 두려움에 앞서 수많은 모기떼가 나타난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걸을 수 없고 벌 떼를 만난 것보다 더한 혼란스런 분위기에 봉착되어 버린다. 전쟁에서는 복병을 만난 것과 같다. 아무리 양손을 흔들고 뿌리쳐도 소용없고 앞으로 달려가기는커녕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이다.

컴컴한 길 되돌아 게르 촌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모기떼는 얼굴과 목은 물론이고 안경 속까지 쳐 들어와 독침을 쏘아 된다. 어디 그뿐이랴. 옷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고 쏘아 되니 정신이 혼절해지며 어질병이 나타날 것 같다.

모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쫓기며 달아나는 내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다. 마치 동물의 세계에서 들소가 하이에나 떼를 만나 현란한 공격에 정신 잃고 쓰러지는 장면을 보듯이 내 스스로 실감하는 순간이다. 모기 위력에 두 손을 든 모습도 처량하지만, 이 체험담을 글로 표현한들 누가 믿겠는가 말이다.

한국모기는 멀리서 손짓만 보고도 미리 달아나는데, 이곳 모기는 도망치기보다 무조건 달라붙는데서 부터 견주어 설명하기조차 힘든 현실이다. 살에 붙은 모기는 죽을 각오를 한 듯 손바닥으로 치면 그대로 피를 머금고 죽는다. 마치 전쟁에서 자살 특공대처럼 활동하는 것 같다. 초원의 생물들은 포식 동물처럼 강한 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태계의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다.

▶ 초원에 숨은 숲의 세계

태양은 오늘 체육대회를 일조하겠다는 듯 붉은 햇살을 가득안고 밝게 떠오른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으나 어제의 태양이 아닌 것 같다. 내 인생을 차츰 늙게 만들려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어제의 낡은 것들은 모두 털어버리고 오직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살고 싶어진다. 그래야 오늘 하루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체조를 끝내고 회원들 간에 사랑과 우정을 가슴에 듬뿍 품어주니 하루 프로그램에 뜨거운 에너지가 되고, 무엇이 참된 평화와 행복인지를 일깨우게 한다. 하루 중 아침편지 낭송시간이 가장 뜻 깊은 시간이다. 오늘은 수칙마저 재미나고 긴장감도 사라지게 한다. 오랜만에 “마음열고 더 잘 놀자”이다. 마치 오늘 하루일정을 예견해 준 것 같다.

오늘 체육대회는 지금껏 초원에서 말 타기하느라 지치고 피로한 몸 상태를 화합의 한마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레크리에이션으로 개인의 장기자랑도 발휘해 보자는 뜻이 담겨져 있다.

프르공으로 한 시간 삼십분쯤 달리다보니 지금껏 말 탔던 초원과 사뭇 다르게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타났다. 울창한 산속이지만 모든 지면은 평탄했으며, 간혹 갈림길에서 프르공이 대열에서 이탈되면 툭 터진 초원과 다르게 헤매기 일쑤였다.

무전 통신으로 안내 받아 선두차를 찾아가야 하는데 그나마 15호차는 엔진 고장으로 멈추었으니 어쩌자는 말인가. 숲 속 도로사정은 초원과 달리 앞차를 급하게 추월 할 수도 없고 때로는 뒤 차량 모두가 멈춰 서야 했다.

우리는 스태프운송 차에 갈아타고 산길을 달리는데 며칠 전, 폭우로 인해 도랑처럼 파인 도로가 나타나면 아찔한 곡예운전을 하기 일쑤다. 그때마다 여성회원들은 놀라 소리 지르고, 마치 정글 속 타잔처럼 이정표도 없는 길을 찾아 가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도로가 곳에 따라 깊은 계곡으로 변해버리면 길마저 사라지고 멈추어서 선두 차의 무전기 지시에 따라 방향을 바꾸거나 다시 시작해야 했다. 회원들은 무서움에다 방향 감각마저 잃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정글 숲 속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 향이 오장육부를 정화시켜 주는지 초원보다 훨씬 상쾌했으며 삼림욕장처럼 느껴졌다.

이곳을 여행 안했다면 몽골은 마치 초원으로만 이루어졌다고 오류를 범했을 것이며, 난로 땔감도 수입 할 것이라는 추측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가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한다.

울창한 산속에는 햇살이 아련히 비추는데 목적지가 가까워 졌는지 선두차가 멈추고 회원들도 차에서 내리게 했다.

긴장된 몸과 마음을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풀도록 한 장소는 여기서도 몽골식 휴게소이고 우리들의 자연스런 화장실이었다.

넓은 초원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마음을 누렸다면, 깊은 숲 속은 가슴으로 파고드는 피톤치드 향기가 심신을 치유해 주는 것 같다. 역시 자연의 냄새는 아무리 맡아도 싫증나지 않는 신비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에게 더욱 활력소를 불어넣어 준다.

비릿하지만 바다의 신선한 냄새나 들판의 풋풋한 풀냄새, 그리고 한여름 깊은 숲 속의 짙은 녹색 나뭇잎이 뿜어내는 그 신선한 향기는 아무리 멋쟁이 숙녀가 비싼 향수 냄새를 풍길지라도 어찌 자연의 향기보다 더 감동시킬 수 있겠는가.

그래서 숲 속의 초록색 향기로 삼림욕을 즐기는 도시인들도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삼림 속 초록향의 신비는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질까. 숲 속의 나무향기는 대개 사시사철 녹색 바늘잎을 갖고 있는 편백나무나 소나무 같은 침엽수에서 더욱 많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가 숲 속의 향기에 젖어서 일까. 프로그램이 즐거워서인지 언제 어디서나 세뇌교육에 빠진 사람들처럼 리더의 통솔력에 일사분란하다. 이번에 참여한 회원들 중에 절반정도가 학생들인데, 과연 학교생활에서도 이처럼 가슴에서 눈빛까지 선생님지시에 잘 따르는지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