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3화)
상태바
[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3화)
  • 안정산
  • 승인 2016.09.12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숲 속의 마라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숲 속의 마라톤

모든 회원들은 선두 깃발을 따라 마라톤 출발 장소까지 준비운동하며 천천히 걸어간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걱정된 마라톤 경주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 체육대회는 마라톤으로 현장까지 가야만 행사에 참여 할 수 있다니 태산 같은 걱정이 몰려온다. 아침 단거리 마라톤이나 말을 타고 가는 위치와 거리는 절대 말해주지 않았듯이, 오늘도 심기일전하라는 각오만 심어주고 입 뻥긋도 하지 않는다.

설령 거리나 장소를 말해준다고 한들 주소도 없는 그곳이 어디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 거리만큼은 궁금하기 그지없다.

구급차량이 뒤따른다는 안심만 시켜주고 긴장감은 더욱 풀어주지 않았다. 매일같이 아픈 발목 단련을 위해 속보 연습은 많이 했으나, 운동장은 아스콘 바닥이고 평탄했으나 마라톤 코스는 울퉁불퉁하고 언덕에 버금가는 산길이다.

어쩜 오늘은 청년들을 위한 축제요, 젊음을 만끽하는데 적합한 체육대회란 볼멘소리가 머뭇거리다 못해 입에서 절로 뛰쳐나올 지경이다. 대부분 회원들은 마라톤 옷차림을 갖추었고 언제든 투우처럼 경기장으로 솟구쳐 나가려는 태세를 갖추고 서있다.

출발 징소리와 함께 회원 모두가 뛰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회원들이 눈에서 사라지고, 나 혼자 기진맥진한 상태로 달릴 것을 생각하니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처음엔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속보와 달리기를 겸해 보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 후미 쪽으로 밀려난다.

함께 달리던 회원들의 모습은 점점 멀어지고 앞뒤에는 여성회원들만 듬성듬성 거친 숨소리를 내며 스쳐지나간다. 평소 수영과 배드민턴으로 체력단련을 해서 지친다기 보다는 왼쪽 발목통증 때문에 오른발로 버티며 절뚝거릴 뿐이다.

한참 동안 달리다 보니 오른쪽 무릎에서 장딴지까지 근육통이 일어난다. 대부분 회원들은 시야에서 멀어지고 몇몇 여성들만 달리기를 포기한 듯 서서히 걸어가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앞지를 때면 포기하지 않는 내 모습이 장해 보이고 의지력만큼은 아직 살아있다고 자부도 해본다. 어떤 회원은 자신의 지친모습을 제쳐두고 내게 다가와 다쳤냐며 위로와 함께 천천히 걷기를 종용한다.

산길 중간마다 몽골 가이드가 아침편지 깃발을 흔들며 길 안내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울창한 숲 속이라서 초원처럼 무찔러 갈수도 없고 마라톤 코스는 오직 한길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았다가 구급차량을 타고가면 내 속사정도 모르고 나이랑 연결시킬까봐 아픈 통증은 더욱 참아야만 했다.

내 의지의 집념과 싸우며 40분정도 속보로 달렸더니, 탁 트인 초원이 나타나고 먼저 도착한 회원들의 모습이 시야에 아련하게 보인다. 내 발목이 아픈 줄 안 스태프가 달려와 함께 뛰어주고 카메라 세례까지 받으며 완주의 테이프를 박차고 들어갔다.

8조 회원들이 껴안아주고 양어깨도 주무르며 생명수처럼 느껴진 물병을 건네주지만, 발목 통증엔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 내 뒤를 쫒아오듯  따라온 10여명의 여성들까지 모두 안착했다.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기분이다. 숨을 가다듬고 혼미한 정신에서 깨어나니 8조 막내 용진이와  변순애께서 남녀 1등을 석권했다는 기쁜 소식이 그때서야 귀에 들어온다.

40대 주부가 1등 한 것은 더욱 값졌으며 매일 10킬로미터 이상씩 연습한 보람이라고 했다. 삶 속에는 준비된 자에게 풍요로운 결실을 거둔다는 철칙이 승리의 기쁨과 함께 행복을 누리게 한 것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