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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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4화)
  • 안정산
  • 승인 2016.09.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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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그려 놓은 초원의 그림.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자연이 그려 놓은 초원의 그림.

이곳 초원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푸른 숲이 우거지고 산들은 둥그런 테두리모양을 이루며 마치 품에 안긴 평야처럼 포근해 보인다. 어쩌면 화가가 캔버스에 푸른 색깔을 더 많이 덧칠해 놓은 느낌이다.

하늘은 청명하다 못해 양털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이곳 초원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함께 춤추며 놀아 주는 듯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

몇 발자국 앞에 흐르는 오논 강 수심은 낮은데다가 주변에 자갈밭으로 이루어졌고, 한적해서 천사라도 내려오면 목욕하기 아주 좋은 분위기다.

회원들은 강에서 목욕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땀으로 뒤범벅 된 옷을 입은 채 마치 강을 건너는 누 떼처럼 앞 다투어 뛰어 든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운 날씨에다 마라톤까지 했으니 부끄러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고기가 물 만난 듯 물장구치며 아수라장으로 놀아난다. 그 속에서도 카메라맨이 동원되고 기념 촬영에 여념 없는데 물세례까지 피하느라 안간힘을 쓰지만, 어느새 옷만큼은 흠뻑 젖어 있다.

강물은 너무 차가워서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있을 수 없어 자연스럽게 슬슬 빠져 나간다. 이곳에 피어오른 야생화는 지금껏 보고 느꼈던 꽃들과 향기마저 사뭇 다르다.

에델바이스는 사람이 재배해 놓은 꽃 단지처럼 군락지를 이루었고 이름 모른 꽃들이 자기네 세상인양 끝없는 꽃 평야를 이루어 놓았다.

삼삼오오 꽃 속에 파묻혀 포즈를 취하고 ‘와이키키’소리에 함박웃음 만들어 추억 속에 여러 가지 모습을 담느라 셔터 소리가 요란하다.

카메라에 비추는 미소가 피어오르면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고 우정의 향기마저 숨어 난다. 초원을 가로지른 오논 강과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야생화 꽃밭을 어떻게 가슴속에 간직해야 한결같은 느낌으로 지금처럼 와 닿을까.

내가 표현한 글로는 감정의 한계가 있고 사진으로 보관한다 해도 이 모든 향기가 풍부하게 추억 속에 품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유명한 화가나 시인의 영감이라도 어찌 하나님께서 창조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모방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경치는 누가 보아도 유네스코에 등록 될 만큼 가치가 있고 세계적인 걸작임에 틀림없다. 오직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했다가 틈틈이 앨범처럼 끄집어내어 손자들한테 자랑하고 싶다.

오늘 체육대회하며 머무를 초원의 넓이는 눈으로 측정하기 어렵겠지만 여의도 광장의 7배정도란다.

 

▶ 몽골 전통 후르헉 요리

강변에는 푸르공 기사를 비롯한 십여 명의 몽골 사람들이 9마리의 양을 잡고 있다. 배를 10센티미터 정도 가르더니, 손을 집어넣어 먼저 손가락으로 폐동맥을 끊는다.

3~4분 정도 경과되어 양이 죽으니까 가죽을 벗긴 후, 그 가죽위에다 뼈 마디마디를 조각내고, 심장에 고인 피를 그릇에 담아서 내장에 넣고 피 순대를 만들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다른 한쪽에서는 몽골전통 점심 메뉴로 후르헉 고급 요리가 시작되었다. 후르헉은 몽골 양고기 전통요리법인데 양철통 속에 냇가에 자연석 자갈을 넣고 뜨겁게 달구어 고기를 굽는 것이다.

몽골은 양을 잡아 뼈를 칼로 조각내지 않고 마디만을 끊어 양철통 속에 달구어진 자갈 위에다 차곡차곡 올려놓고 요리한다. 양념과 양파, 감자 등을 고기 위에 넣은 후 40분정도 기다리니 맛있게 익혀졌다.

약간 원시적인 요리방법 같았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익은 고기를 꺼낸 후 돌을 손으로 쥐고 있으면 혈압치료나 심장을 건강하게 하는데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고 자랑한다.

그들은 어디서나 협동심으로 살아가고 건강을 유지하려는 모습은 옛날 우리풍습을 그대로 엿보는 듯 했다. 우리가 타고 온 수십 대의 푸르공도 초원에서는 역할이 다양하다. 푸르공을 양쪽에 줄 세우고 넓고 검은 포장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더니만 임시 식탁에서 후르헉을 먹게 했다.

마치 옛날 농부들이 모내기 때, 들판에서 점심 먹는 모습처럼 느껴져 그 추억을 되돌려 보는 것 같다. 후르헉은 부위에 따라 사람 팔마디만큼 큰 뼈도 있었는데 통째로 들고 뜯어먹어야하니 얼마나 야만스럽게 보이겠는가.

여성 회원에게 조금 부담스러운 눈치였으나, 식성 좋고 야성미 넘친 회원들은 이런 모습이 더 좋다며 곁눈 쳐다볼 틈도 없이 개 눈 감추듯이 먹어 치운다. 후르헉은 현지에서 처음 먹어보는 살코기 맛과 모처럼 야외의 낭만도 깃들여 있어서 모두가 좋아한 편이었다.

더욱이 가족 소풍처럼 친근감이 있고 즐거웠지만 술잔 나눔이 없어 대한민국 하늘아래서 무더위와 싸우고 있을 옛 술친구들 모습이 유난히 아른거린다.

다가오는 말복에는 친구들과 무등산 계곡에서 물소리 새소리의 운치 느끼며 후르헉을 자랑삼아 흑염소 다리라도 뜯고 싶다.

옛날 농경사회에서 여름철이면 일에 시달리고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떨어지면, 동네사람들이 한데모여 돼지 잡아먹던 기억도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농촌이 가난했어도 여름철에는 여러 가지 보양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는데 삶의 지혜가 깃들여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은 다이어트로 몸매를 가꾸다보니 여성회원들은 많은 고기를 남겨둔 채 살며시 자리를 떠나기도 한다.

식욕 좋은 나에겐 횡재처럼 여기며 6.25 전쟁 직후 기아에서 허덕였던 배고픔까지 마음껏 채울 수 있어 좋기만 하다.

한국에서 이처럼 맛있는 양고기는 어디서도 푸짐하게 먹을 날이 없을 것 같다. 몽골은 후진국이면서도 축산업이 발달하여 고기만큼은 배불리 먹고 산다. 이젠 배도 부르고 초원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자유시간인데 모기가 너무 많은 것이 흠이다.

각자 한국에서 가져온 개인용 모기장을 치고 그늘에서 오수를 즐기는 모습들이 전시용 퍼레이드처럼 보인다.

지금 회원들께서 꿈을 꾼다면 스스로 선남선녀가 되고, 오논 강에서 목욕을 한 후 울긋불긋한 야생화 밭에서 밀월여행을 즐기는 모습으로 나타날 듯싶다. 삶의 고통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즐거움으로 가득한 행복뿐일 것이다.

아름다운 천국처럼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함께하며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기쁨과 행복을 마음속에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환경에서 평화와 자유 그리고 즐거움은 그 어떤 무엇으로도 견주기 힘들 것만 같다.

수많은 야생초 군락지를 찾아다니며 카메라에 담노라니 체육대회 준비 사이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초원을 뒤흔든다. 야생화는 처음 들어보는 문명의 마이크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마냥 웃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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