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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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 몽골 초원의 푸른 꿈 (25화)
  • 안정산
  • 승인 2016.10.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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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관의 의미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에델바이스관의 의미

숲과 초원이 어우러진 접경지역으로 이동해 각조의 깃발 앞에 줄을 세우고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진행에 대한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발 묶어 달리기, 각 조별로 나누어서 발로 풍선을 이동하는 단체게임과 난센스 퀴즈 등 회원 모두가 함께 즐기는 레크리에이션이다.

승부에 대한 집착성과 응원은 운동회 때보다 더한 열기가 숨어있겠지만, 그보다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는 한마음 축제임에 틀림없었다. 조별 응집력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우승보다 더한 즐거움이 엿 보였으나 아쉬운 것은 모기가 어디서나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응원단은 삼삼오오 모기장 속에 숨어서 응원을 펼쳐야만 했다.

8조는 종목별 우승은 한 번도 못하고 매번 준우승이다. 두 시간 정도 웃고 즐기는 동안 단체 우승은 3조에 넘어갔다.

그러나 오늘 체육대회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에서 우승한 남녀에게 1. 2. 3등까지 개인상품을 주었는데 시상식 때 가장 인기가 높았다.

그 중 1등은 하얀 에델바이스 꽃줄기로 만든 올림픽 월계관처럼 씌워주고 고도원님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이 어찌나 덧보이던지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스태프의 기발한 에델바이스관 이벤트는 회원들에게 너무도 많은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패자는 말이 없다지만, 2등 여성회원의 소감발표가 더욱 인상적이다.

고교시절 장거리 대표 선수였는데, 마라톤이 장거리 코스인줄 알고 수위조절 하다가 뜻밖에 초원이 나타났고, 완주 테이프선이 보여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는 푸념과 함께 눈시울까지 붉힌다.

각 조원 단합으로 이루어 낸 웃음과 즐거움을 겸비한 가족 축제로 진행되었으며 끝날 때까지 화기애애했다.

오늘은 유난히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와 숲 속에 숨어있는 꽃밭을 구경 다니는 날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풍광 좋기로 이름난 칭기즈 칸 고향마을 뒷산 언덕을 오르는데 요새(要塞)처럼 느껴졌다.

소나무 숲으로 어우러진 능선이 부채꼴처럼 펼쳐져 있어 모처럼 한국의 산을 연상케 했는데, 산불로 인해 일부가 붉게 타버려 옥에 티였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널따란 초원마저 한국의 들판처럼 보였으나 거기도 초원일 뿐, 우리는 그곳을 배경으로 기념촬영만이 좋은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고도원님도 어느새 경치 좋은 곳에 마네킹처럼 자리 잡고 사진촬영에 포즈를 취해준다.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서슴없이 밟고 다니는 무모한 내 발자국부터 야속하기 그지없다.

천연하고 고요하기만 했던 언덕에 80년대 광주 도청 앞에서 민주화 바람을 짓누르며 쳐들어온 계엄군처럼 아름다움도 외면하고, 향기와 느낌마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군화발로 양탄자를 짓밟고 지나가는 것 같아 더욱 무모해 보였다.

자연 속에 빠져들어 쉼터처럼 차분하게 쉬어가고 싶었지만, 출발한다는 마이크 소리가 산울림마저 깨우니 놀라서 귀를 후빈다. 이제 다정했던 이장 목소리도 명령처럼 들리는가 보다.

태양도 지평선을 남겨두고 떠나기 아쉬워서 석양 노을에 아름다움만 색칠하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잠시라도 더 머물고 싶은 경치 좋은 언덕이었다. 갈 사람은 태양과 함께 떠나보내고 하룻밤이라도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머무른 자리는 달빛 그림자도 편히 쉬어가는 것이 삶의 지표인데 아름다운 꽃밭에 상처만 남기고 떠난 듯싶어 서운한마음 그지없다. 어디서나 산길은 유난히 외롭게 느껴지고 기약 없는 아쉬움까지 남겨두고 숲 속을 빠져나와 초원을 향해 달리는데 칭기즈 칸 고향마을 “빈테르송”이란 표지판이 우리를 멈추게 한다.

김정명 목사님께서 설립 중인 빈테르송 선교문화재단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를 제외하고 이처럼 큰 마을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인구는 계절에 따라 약간 다르지만 4천명부터 5천명으로 추정되며 유목민의 움직임에 따라 인구 변화가 심하다고 했다. 김목사님은 2년 전, 이곳에 기독교 선교문화재단 설립을 계획하고 마을 대표들을 한국까지 초청해서 무실론 자들에게 단합과 몽골인의 미래발전을 위해, 순수한 신앙정신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꿈 너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슴 깊게 새겨주는 좋은 사례였다. 이 마을에는 특별한 종교가 없기 때문에 이 지역 군수와 학교장까지도 문화재단을 설립하는데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수 백 년 동안 세계 인류문화와 단절하고 숨어 지내던 빈테르송 마을에 새롭게 주님 말씀이 전파되어서 옛 몽골제국처럼 강인한 정신력이 되살아날 것만 같다.

목사님 3남매가 문화재단을 설립하기위해 건축비가 6만 불쯤 예상하고 한옥 통나무집을 짓기 시작했다는데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도 2개월 후 쯤에 개관하려고 기도하며 신앙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나님이 원하신 군사의 삶은 내 삶에 비중보다 하나님 뜻에 따라야 하고, 진정한 신앙적 소명으로 순종하는 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항상 주님을 섬겨야 나를 높이 세우는 제자가 된다는 말씀을 떠오르게 했다.

나는 아직도 육과 혼이 주인이 되어 세상 속에서 살고 있으나 목사님은 영(靈)이 임해서 자신의 몸과 혼(魂)을 지배하고 성령도 충만하여 하나님께 바치는 모든 일마다 기쁨이 넘칠 것이다.

한옥건물이 완성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외부 모형은 아주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회원들은 미완성된 중앙예배 실에 들어가서 축복기도를 드렸으며, 저마다 꿈도 이루어지길 주님이름으로 기원했을 것이다.

울란 바타르에서 4년 동안 선교 활동하시던 선교사님을 목사님으로 추대했다는데, 서울대학교 출신 사모님과 어린 두 자녀가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몽골 풍습에 많이 젖었지만 자녀 교육에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머무르다 숙소인 게르로 다시 향했다. 어제 말 타고 지나갔던 초원의 모퉁이를 푸르공으로 달려보니 또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는 느낌이었다.

어제는 말 타고 불모지를 향해 개척하러 갔다면, 지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초원을 바라보며 모처럼 자동차여행을 즐기는 기분이다. 게르는 어느새 어둠이 깔렸고 도착하자마자 저녁 식사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가 끝나자 각조원은 가족을 찾아, 마지막 날 우정의 무대에서 출연할 준비를 위해 바삐 나갔다. 8조 콘셉트는 “무작정”이란 노래에 맞추어 말 타는 모습을 소재로 한 율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벌써부터 어색한 감정에 사로잡혀서 좀처럼 흥미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밤 따라 피곤마저 몰려와서 연습하다말고 살며시 빠져나와 게르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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