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26화)
상태바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26화)
  • 안정산
  • 승인 2016.12.16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구령소리의 기(氣)

<8월 4일(화)>

오늘 새벽은 너무 추워 두터운 스웨터를 입어야 했다.

낮과 온도 차이가 너무 심하다. 모든 만물은 자연의 흐름을 벗어나 살아 갈 수 없듯이 인생도 세월과 함께 자연에 근접하여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은 마음에 여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것이다. 여행의 즐거움이라도 고통의 느낌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하고, 모든 삶은 여러 가지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 곳 헨티 아이막 칭기스터넛 캠프에서 며칠 동안 보냈지만, 나의 뇌리는 아직도 입력된 방향설정을 바꾸어 놓지 못해 밤에는 북극성만 바라보고, 아침이면 떠오르는 태양에 의존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치 나침반의 가르침으로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네비게이션에 의존하며 달리는 로봇신세가 된 기분이다.

아침 단거리 마라톤은 발목이 회복되지 않아 참여정신에 목적을 두고 후미에서 겨우 대열에 유지하며 속보로 걷고 달린다.

그러나 마라톤이 끝나면 어깨 주무르기와 “사랑 합니다”로 포옹하며 “행복 합니다”를 주고받을 때,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고 몸과 마음이 더욱 상쾌해진다. 맑은 공기와 좋은 느낌, 희망찬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전한 프로그램 덕분일 것이다.

오늘따라 내 주위에는 유난히 젊고 예쁜 여성들이 많고, 포옹할 때도 다른 때보다 아주 다른 느낌이다.

오늘은 회원들도 지쳤는지, 아니면 게으름과 나태한 정신이 다시금 발동한 탓인지 참여인원은 100명뿐이다. 고도원님도 며칠 지났으니 평소처럼 긴장이 풀렸을 것이라며, 해이된 회원들을 두둔해 주는 배려까지 엿보인다.

오늘 말 타기는 빠른 집결과 단합된 조부터 우선순위가 시작되었다. 8조는 3번째 순서로 양호한 편이다. 오늘 따라 말 타기 전, 준비체조가 군대 훈련소 조교의 구령처럼 기(氣)가 솟아나고 우렁찬 목소리는 회원의 정신을 압도한다.

혼자하기에는 너무 힘든 하체 보강운동과 온몸 스트레칭이었지만 단체행동 때문에 구령에 맞출 수밖에 없었고, 스태프의 절묘한 기력(氣力)으로 1에서 10까지 이겨내게 했다.

“한 번 더” 라는 고도원님 지시에는 정말 힘겨우면서도 따르는 끈기가 어디서 솟아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 인생왕도(人生王道)는 짧다.

오늘따라 고도원님 편지낭송은 애환과 긴장감을 풀어주고 평소와 다르게 성우처럼 목소리도 은은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기쁨과 행복이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감정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제목은 ‘누구나 낭떠러지에 다다랐을 때, 절망과 희망의 두 갈래 길을 생각하게 된다.’이다. 희망을 가지면 낭떠러지에서라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지혜가 생길 것이고, 절망이 가득하면 앞길이 막혀 낭떠러지에 대한 무서움만 가득해진다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교훈하며 심기일전하게 했다.

수칙도 ‘고통을 즐기자’ 이다. 말 타는 것이 꼭 즐거움만이 아니라 피곤과 고통을 겸비한다는 뜻이 담겨졌다.

그러나 그 속엔 인생길을 새롭게 개척하는데 묘미가 있을 것이며, 즐거운 하루이길 빌어주는 느낌도 곁들여 있다. 말 탈 때 척추 꼬리뼈에서 피가 흘러 기저귀에 젖고, 엉덩이가 멍들어 아플지라도 이처럼 젊음을 만끽하는 희열을 또 다른 어디서 맛보겠는가!

지금 내게는 가혹한 벌이 아니라 고통을 즐기는 기분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날 때면 남다른 행복과 명상 속에 인생철학이 묻어나듯이, 초원에서 일어난 모든 고통은 새로운 삶의 교훈이 되고 가슴속에 깊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으로 확신한다.

인생은 항상 편해서도 안 되고 영원한 왕도는 없다. 설령 옛날 임금처럼 잠시 왕도가 있다한들 즐거운 소풍이 아니고, 인생을 즐기는 기쁨과 수명도 다하지 못한 오히려 1%가 부족한 짧은 인생이었다. 삶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항체 면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면역은 생체의 내부 환경이 외부 인자인 항원에 대항하고 방어하려는 현상으로,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선천적인 면역과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획득면역이 있다.

외부로부터 침입한 물질이나 세균 등에 대항하여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좋은 음식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임금은 편하게 살면서 행복만을 추구하고 운동이 부족해서 지금 우리처럼 오래 살지도 못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고종황제가 서양인 선교사들이 테니스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자나라 사람들이 어찌 하인들 시키지 않고 저처럼 땀을 뻘뻘 흘리는가, 안타까워했다는 일화도 있다. 왕도란 부귀영화를 누리고 편한 삶에 대한 가치가 중심이 될지라도, 내 인생에는 큰 보탬이 부여되지 않으며 깊은 의미가 없다.

고통과 행복. 자유와 평안 그리고 사랑과 배품은 항상 삶속에 하모니를 이루어야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생활에 감사를 느끼며, 인생도 영원토록 보람 있게 형성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