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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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27화)
  • 안정산
  • 승인 2017.01.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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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 살아 숨 쉬는 역사

이제까지 꿈꾸었던 말과 함께 마음껏 초원을 달려보고 싶은 희망이 현실로 다가왔다.

마치 칭기스 칸 후예처럼 초원의 녹색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는 중거리 마라톤이다.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으로 말과 호흡하며, 다리에 내 모든 힘을 주고 달리기 때문에 발목의 통증이 걱정된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긴장을 사라지게 하고 때로는 선두대열에 합류했던 열정도 상기 시켜본다.

지금껏 어떠한 시련과 가시밭길이 내 앞을 가로막아도 정신일도가 샛길을 만들어 준다는 희망으로 살았고, 지금도 젊다는 자부심과 아직은 체력이 뒷받침되기에 대담하게 앞질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벽마다 체력을 단련함이 이제야 발휘되고 40대 근육이라는 의사진단까지 떠올리니 힘이 더욱 솟아난다.

이처럼 야무진 마음으로 다짐하며, 한국에서 가져간 두개의 빨간 마후라 중 한 개를 파트너 한나에게 선물하고 서로가 목에 걸쳐주며 정겨움도 나누어본다.

마치 출정식처럼 기념촬영도 하고 악수로 좋은 성과를 다짐하며, 그녀에게 “마예룰라(고맙다)”로 내 깊은 마음까지 전해 준다.

그녀도 나에게 행운을 빌어주듯 두터운 겨울옷 ‘델’로 안장에 깔아주며 최선을 다해보자는 듯 미소 지어 응답한다.

이제 우리는 어떤 요구사항과 느낌도 소통되는 몸짓 언어가 형성된 것이다.

 

▶선두 그룹에 합류하다.

처음부터 선두그룹에서 달릴 작정이다.

8조 옥성희이는 말 탄 경험이 풍부해서 고도원님으로부터 기수능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은 상태이고, 헬멧과 검은색 승마복장까지 차려입었으니 더욱 세련되어 보인다. 대학생 준호도 딱 벌어진 가슴을 자랑하듯 내 곁을 지나는 모습이 너무 늠름하고 당차 보인다.

자신감 넘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수차례 주의했건만 지금은 안중에도 없다.

때로는 “섣부른 무당처럼 장고 찢는 경우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되고 과거에 교통위반으로 큰 사고 냈던 옛 기억이 떠오르니 혼돈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한나는 내 옆을 따르며 말고삐 조절하는 모습과 자세를 지켜보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주며 자신감을 심어준다. 마음이 소통될 때마다 함께 미소 짓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힘이 솟고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첫날에 그리도 부러웠던 8조 가이드 무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념 촬영까지 부탁할 정도이니 얼마나 여유로운 심경이겠는가.

때로는 스태프 눈을 피해 대열에서 벗어나려고 ‘준디쉬’, ‘바룬디쉬’(좌, 우)를 번갈아가며 고삐를 당기고, 말채로 뒷등을 후려치며 ‘호르땅’, ‘호르땅’(빨리, 빨리)까지 외쳐 된다.

제법 말 타는 요령과 지혜가 스스로 생겨난 느낌이다. 다리에 힘주면 자연스럽게 선자세가 유지되고 뛰는 말의 움직임에 따라 두발을 모아가며 말과 호흡도 맞추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각반을 찬 다리로 말 옆구리에 모둠발차기까지 해가며 선두그룹에 다시 끼어들었다. 헬멧 속 머리띠가 땀에 흠뻑 젖었고, 그마저 넘쳐흘러 내리면 눈시울까지 시리게 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간혹 땀방울이 선글라스에 묻어나고 시야가 가린 채로 달리다보면 불안감이 감돌 때도 있다.

어느새 한나가 옆으로 다가와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고삐마저 뺏어들고 ‘오땅’, ‘오땅’(천천히)을 연발한다.

말미 대열은 먼지로 가려져 안 보일정도였지만, 안간힘을 다하며 경주마처럼 오직 앞만 보고 달려든다.

이젠 가이드들도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 날보다 부드러워졌고 호령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만 두 줄만 유지하라는 주의 정도였으며, 회원들도 말 다루는 자세가 제법 능숙해지고 긴장감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조교들이 대열에 끼어들면 등자끼리 부딪치고 말고삐가 엉킬 때마다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혹여 실수로 말고삐라도 놓치게 되면 말이 튈 수가 있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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