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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31화)
안정산 | 승인 2017.04.07 11:16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 칭기스 칸의 후예들

처음에는 어느 초원이든 비슷해 보였으나 이젠 배경의 분별력도 많이 생겨났다.

언덕위에 하얀 집, 게르 촌이 구분되고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의 높낮이와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모양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낀다. 오늘따라 주위에 양떼들이 무리를 이루며 한가롭게 풀 뜯는 모습들도 여기저기서 유별나게 눈에 띈다.

우리가 마치 800년 전 칭기즈 칸이 이뤄 놓은 후손처럼 자유로운 삶의 가치관과 현시대를 인식하며 우리선조 역사현장을 둘러보는 것 같다. 그 시대 칭기즈 칸은 말 타고 국토를 넓혔다면, 지금 우리는 꿈과 희망의 시야를 더욱 넓히고 미래 비전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자세가 역역하다. 네트워크 시대에 살고 있는데 어찌 한치 앞 땅에만 길이 있겠는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실버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절대 노인의 모습으로만 늙어가지 않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미지의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페이스 북에서 서로 간에 꿈을 나누며 더 깊은 생각으로 구태의연한 정신세계만 벗어나면 나도 다가오는 세상에서 지도자의 자부심이 생겨난다.

지금껏 역경과 고통을 설득하며 사는 것이 내 노력과 인내였으나, 나를 지배하는 정신력과 합의만 끝나면 새로운 세계에서 만사형통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특별한 삶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보람된 일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실천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으로 헬렌 켈러나 테레사 수녀가 그처럼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겠는가?

아이디어만으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최고의 CEO가 되었겠냐는 뜻이다.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을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99% 평범한 사람들도 수천 가지의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들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특별한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서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려고, 좋고 나쁜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1% 실행자가 되어 99명을 이끌었던 역사적인 인물로서 지금은 심판과 평가를 받거나 존경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히틀러나 후세인 그리고 카다피 같이 세상을 전쟁 포화 속으로 몰아넣은 영도자가 있는가하면, 칭기즈 칸처럼 삶의 발자취를 위대하게 남기고 영원한 정신적인 진로를 만들어주는 영웅도 있다.

유목민들은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고, 말 발자국으로 무덤 흔적을 없애버리는데 깊은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죽으면 육신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진리가 숨어있다. 그러나 영혼을 바탕으로 한 그 사람의 역사는 길이 보존된다는 교훈을 새겨 놓은 것이다.

칭기즈 칸 유적지는 근래 역사를 쫓아 추측으로 만들어낸 장소이다. 칭기즈 칸의 정신세계와 업적은 영원불변하며, 우리 가슴에 깊이 간직되어 있지 않는가 말이다.

내 가슴속에 새겨둔 죽음의 철학과 같은 맥락이다. 신라 전성시대 왕 능처럼 큰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이 후대에게 남겨준 정신세계가 더 빛나는 21세기가 다가왔다는 의미를 말해주고 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하는 영혼의 역사 현장이었다.

언덕에는 자연이 만들어 낸 신선한 바람이 회원마다 몰아쉬는 숨소리를 가라앉히고 땀마저 식혀준다.

칭기즈 칸이 온 천하를 두 눈에 집어 넣어버리겠다는 욕심이 생겼을 때처럼 내게는 끝없이 펼쳐진 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벌써부터 스태프와 가이드가 합동으로 진행하려는 프로그램이 더한층 즐거움으로 형성하고 분위기가 색다르게 연출되고 있다.

잠시 후 노래와 장기자랑이란다. 몽골 가이드와 조교 그리고 회원들이 함께 어우러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귀 뜸해 준다. 그들은 순수한 생활문화 때문에 대중 앞에서는 노래도 안 부르고 사양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회원들이 활동하는 모습에 변화되고, 이번에는 사회성을 배우며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 1년 동안을 전통노래를 준비한 조교도 있다고 한다.

회원들은 땅바닥에 덥석 주저앉자마자 신명나는 듯 웅성거렸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점점 무르익어 가듯 기대된다.

먼저 유목민 노래부터 들어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회자는 몽골 전통음악이 산 능선에서 울려 퍼지면, 메아리가 되어 짐승들 심장까지 감탄 할 것이라고 자랑으로 운을 뗀다. 특유한 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영광된 시간이다.

조교들은 10세부터 60세까지였지만, 회원들에게는 20대 처녀총각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 대부분 순수한 몽골 노래였는데 세 번째 청년의 가창력이 너무 뛰어나 전 회원들은 일어나서 환호하고 기립박수로 앵콜을 연발 한다.

나도 흥분한 듯 빨간 머플러를 벗어 그의 목에 걸쳐 주었다. 비록 시커먼 얼굴에 터프한 옷차림이지만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래서 열렬한 팬들이 사인을 받고 꽃다발을 준비하는가 보다.

몽골 문화에 흠뻑 빠져 있던 회원들도 장기자랑 차례가 되자 열창으로 답례한다.

한국 클럽 밤무대에서 활동한다는 가수가 출연하고 몽골여행을 위해 편곡한 회원도 있어 마치 야외음악회 같은 느낌이다. 회원들 노래와 장기자랑은 시간이 흐를수록 끼를 발동했으며 열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8조 분위기파 김진호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간다. 그는 경상도 말씨로 “나는 가수보다 나름대로 노래를 더 잘 부릅니니더, 박수 치이소.”라고 인사말을 건네더니만, 음율 높낮이가 없고 미소도 없이 굳은 얼굴로 음치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모든 회원들은 배꼽 잡고 웃느라 폭소 한마당이 되어버렸다.

가장 인기 높은 연출이었고, 어떤 회원은 배꼽사인까지 부탁할 정도로 웃음이 절정에 달했다.

몽골 사람들과 처음 어우러진 야외 음악회였지만, 다른 문화를 서로 즐긴 소풍처럼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 포기 나무도 없는 자갈밭 능선에서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수백 마리의 말과 회원들, 그리고 조교들까지 한 발자국씩 옮길 때마다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눈빛과 몸동작을 통해 칭찬하고 나름대로 자랑도 아끼지 않았으나 걷는 말발자국에는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환상적인 광경을 어찌 영화로 만들어 나타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젠 조교들과 혼연일체가 되었고, 자연을 마시며 문화적인 정서마저 어우러진 관경을 여기저기서 촬영하는데, 내 가슴엔 어떠한 영상으로 영원히 남겨질까 걱정이 앞선다.

삶 속에 색다르게 연계되고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되길 바래본다. 내리막길은 경사가 심하고 자갈밭이라서 아주 미끄럽고 평지를 달릴 때보다 자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낙마할 것 같아 긴장이 감돈다. 말 타는 담력이 어느 정도 생겼다지만, 순간적으로 일어난 불안한 자세 때문에 아직도 엉덩이뼈 통증이 나타나니, 연륜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한나는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미소와 함께 말고삐를 빼앗아 간다. 한나 말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내 말의 배와 부딪치고 가죽각반을 착용했어도 종아리가 씻겨서 통증이 느껴진다. 오른쪽으로 벗어나려고 말에게 채찍 을 가하고 ‘바룬디쉬’를 외치며 빠져 나가려다가 다른 말들과 뒤엉킬 때면, 순발력과 기술발휘가 더욱 필요하게 된다.

전쟁 영화에서 말 탄 용사가 한손에 패를 들고 창을 휘두른 장면이 얼마나 힘들고, 고도의 연기인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말 타는 영화장면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평지에서만 달리는 연출이 각색되고 내려가는 모습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모두가 내려갈 때는 지친 발걸음이나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들 모습처럼 보인다. 실제로 자갈밭에서 미끄러지는 위험도 발생했지만, 아무 탈 없이 평지에 다다르자 그 아름다운 배경은 뒤로하고 습관처럼 말고삐 당기며 게르 본부를 향해 달려간다.

 

 

 

 

안정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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