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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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32화)
  • 안정산
  • 승인 2017.04.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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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추억 만들기

점심때 쯤 식당본부 외벽에는 갤러리처럼 연 전시회가 열렸다. 각조에서 2명씩 심사위원을 추천했는데 8조는 나와 조장이 참여했다. 깜짝 놀랄 만큼 창의적이고 뜻 깊은 내용들이 담겨져 감탄을 자아 낼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 청년과 학생들이 그만큼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숨겨진 능력도 십분 발휘하여 구시대적인 사고를 일깨워 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우리 8조 연 평가는 만들기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았으나, 그림 구상과 꿈의 이상에서 연출내용이 몽골추억을 만드는데 부족하다고 젊은 심사위원들에게 많은 점수를 부여받지 못했다.

또한 그림기획과 연 앞면에 새겨진 글 내용이 후한 점수가 성립되는 바람에 우리 연은 심플하다는 평가로 1등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몽골에서 느꼈던 추억을 연 표지에 표현하고 평점에 반영이 될 줄 전혀 예상치 못한 정보 부족이었다. 대부분 젊은 세대가 심사위원들이었기에 내 견해와 너무 다르다는 점도 실감했다.

오후에는 전신마사지와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된다는 기대 속에 천막 홀에는 벌써부터 회원들로 가득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여러 파트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자기가 태어난 달에 지정된 노래를 부르며 회원들끼리 모이는 게임이다.

내 생일과 같은 8월 태생은 ‘산토끼’ 동요가 선정되었다. 생일이 같은 달인데도 두 파트로 나누어진 경우가 있어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12개의 파트가 형성되어야 할 텐데 14개조가 나뉘어졌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우습겠는가.

탄생한 월별로 새로운 파트가 이루어졌고, 여러 가지 게임 할 때마다 유난히 재미있어 청년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었다. 한참 후 전신마사지가 시작되었는데 내 파트너는 경남 창원에서 온 중년 부인 김현숙이었다.

먼저 마사지를 해 주기 위한 가위 바위 보에서 내가졌다. 회원들에게 마사지를 가르치는 서윤숙도 나랑 몇 차례 식사했던 항상 웃고 소박한 얼굴에 말 수마저 적었으나, 이 시간 리더로서 마이크를 잡으니 너무 당차고 눈빛마저 강해 보였다.

맛 사지를 가르친 대로 했더니 전문가에게 받은 것처럼 온몸에 긴장이 풀리고 황홀감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팔목과 발바닥을 사용하기 때문에 힘쓰는 부담도 적고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번개 불 향연

마사지 프로그램이 끝나고 게르로 향하는데, 변덕스러운 몽골 날씨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낮인데도 먹구름은 어느새 푸른 하늘을 가리고 칠흑 같은 어둠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늘이 갈라진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며 번개와 함께 순식간에 우리를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큼 게르 안에 묶어 놓는다. 자연의 무한한 힘이 발휘되어 대지를 삭막하게 해놓고 언덕 너머 하늘은 검은 스크린처럼 펼쳐서 빛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사람이 만들어낸 조명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광활한 번개 빛이 하늘을 수놓는 것이다. 평소 그토록 순해 보이던 하늘이 대지의 모든 삶을 혹독하게 다루며, 오만하게 사는 사람들을 억누르도록 명령해 놓고서 겸손을 가르치는 세미나처럼 느껴졌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갑작스럽게 신비스런 조화를 이루고 시간이 흐를수록 걸 작품을 연출해낸 능력은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여행하도록 경고하는 메시지가 틀림없었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가지 기(氣)를 가슴에 담고 삶 속에 생소한 힘과 새롭게 살아가려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순(耳順)이 지나면 자연의 순리 앞에 더욱 순응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오묘함과 여러 가지 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한다. 이러한 자연을 언제나 스승처럼 여기고 깨달으며 순수함도 찾아서 영위해야 지혜로운 삶이다.

아직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밤낮이 구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몽골 전통음식으로 저녁 만찬이 시작되었다. 테이블마다 전기불은 꺼지고 촛불이 켜진 것은 분위기를 살리려는 뜻이 아니라 낙뢰의 위험 때문이란다.

아직도 번개 불과 뇌성 소리에 긴장감이 감돌았고, 스산한 분위기 때문에 음식 맛을 잊은 채 회원들은 바깥 구경에 몰입되어 있다. 한국 하늘에서 보고 느끼지 못했던 번갯불 놀이가 계속되자 회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게르 관리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지붕에 옮겨 다니면서 연통을 내리고 펠트 덮개로 구멍마저 봉해버린다. 이곳은 피뢰침이 없기 때문에 전선에 위험이 따르고 쇠붙이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우산의 사용도 금지되고, 비옷 입은 사람만이 게르를 왕래하게 한다. 천둥과 번갯불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먹구름과 함께 장관을 이루었고, 그때마다 곳곳에서 두려움과 감탄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아름다운 번개 불 향연을 카메라에 담으려는데, 그 빛이 역반응을 일으켜 촬영마저 불가능하게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차 마실 때쯤에는 식당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해 진다. 나는 김정명 목사님의 목회활동을 진지하게 듣고 싶고, 신앙고백도 할 겸 자리를 게르로 옮겨갔다.

목사님과 대화는 나눌수록 인생에 대한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성령이 부족한 나에게 깨달음과 고정관념을 변화시키는데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목사님 말씀은 여행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 더욱 가능성을 엿보이게 큼 일러주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선물해 주었다는 10세 된 아들자랑이 한참동안 이어진다.

어느 날 갓 태어난 아이가 대문 앞 보자기속에 보물처럼 쌓여 있었다고 한다. 애지중지 키운 아기가 자라서 이번 여행에 함께 한 것이다. 진정한 성령으로 기름 부어지진 주님의 사도요, 섬기고 체현하는 목회자였다. 나는 많은 것에 반성하고 주님 뜻에 따르려는데 좋은 시간이 되었다. 게르 본부에서 안석현 실장님의 카랑카랑한 집합 소리는 빗속을 뚫고 울려 퍼졌으며, 여기저기서 회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차츰 크게 들려왔다.

비록 본부까지 10미터밖에 안 떨어졌지만 장대비를 뚫고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매일 늦게까지 준비했던 ‘우정의 무대’시간이 실제로 오늘 밤에 열리게 된 것이다.

각 조마다 각양각색으로 분장한 얼굴과 놀이 작품도 옮겨서 출연해야 하는데 비 때문에 요지경이다.

모든 소품들은 이곳에서 자급자족해 만들어졌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연출 분위기 파악이었다. 시작하자마자 무대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우리 8조 가족들도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해 있다.

전국 팔도 장기자랑과 뜨거운 열기가 몽골 초원의 장터에서 각조별 응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장르가 너무도 여러 가지 형태로 펼쳐진 예상 밖이었다.

대학생이 직접 작곡하고 기획한 깡통 폐품 난타소리와 어우러진 합주곡은 감탄과 함께 녹화하고 싶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아침편지 꽃마을 장터에서 선전하는 생식품을 콩트로 꾸며낸 청국장 광고도 상상을 초월한 코믹한 연출이었다.

말 타다가 안장에 부딪혀 묻어난 엉덩이 피 자국을 연상하게 해 놓고 “당신은 여자이구먼.” 난센스 한 마디로 터진 폭소는 밖에 뇌성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빨간 염색머리 임홍철도 인상적이었지만, 기타연주에 맞추어 열창하는 그 모습은 모든 여성회원들이 반해버린 듯 유난히 큰 함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온다. 아침편지 카페에서 정보를 입수하여 준비해온 5조에게는 감점의 불이익도 받게 했다.

모든 회원들의 재능과 콩트를 십분 발휘하는 무대에서 8조 여성들은 브래지어를 대신해 버프로 가슴막이를 통일하고 비옷 패션으로 장식해 무대에 올랐다.

남성들은 말 타고 몽골어 사용하기와 흥미로운 율동으로 무대를 연출했지만, 즐거움이 부족하다고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더구나 ‘무조건’이란 편곡은 이미 다른 조에서 큰 박수를 받아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노래자랑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아침지기 고대우 가창력이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회원들과 함께 어우러진 피날레는 더욱 흥미롭게 장식되어 갔다.

원도 한도 없이 웃고 즐기는 무대는 밤하늘에 별들의 잔치 같았다. 늦은 밤인데도 분위기에 젖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포옹을 아끼지 않았고 “사랑 합니다” 행복 했습니다“를 거침없이 나누었으나 새벽쯤 아쉬움만을 간직한 채 게르로 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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