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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33화)
안정산 | 승인 2017.05.02 09:34

[연재1]안정산 :몽골 초원의 푸른 꿈

'뉴스깜'은 독서와,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안정산의 몽골 여행기를 연재하고있다.
 
▶ 비 내리지 않는 하늘은 없다.

8월 6일(목)

오늘은 말 타기 하이라이트인 50Km거리 대장정의 날이다.

장거리 말 타기를 대비해서 심신운동만 끝내고 각자의 소지품을 준비하느라 여기저기서 유난히 분주하게 움직인다.

지금껏 숙련으로 단련된 자신의 말 타기를 평가해 보는 마지막 날,스스로 기대와 긴장도 가득해 보인다. 어느 속도로 달려야 선두가 유지되고 그 희열을 어떤 마음으로 만끽할 것인가도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가슴속에 간직하려는 것은 두 마리의 토끼몰이가 아닐 수 없다. 오늘만은 흘러간 청춘을 보상 받아서라도 유목민들처럼 초원에서 말 타며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다. 젊음을 포장해서라도 말 타기가 능숙하게 발휘된다면 내 마음에 활력이 더욱 솟아날 것이며, 여생도 만개한 꽃잎으로 승화될 것만 같다.

내 실력과 낙마의 걱정은 뒤로하고 오직 말 타며 달리는 그 희열 속에 나를 파묻고 싶다. 어젯밤 뇌성과 번개까지 동반하며 쏟아 부었던 소낙비가 그치고, 오늘 아침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는 마치 오늘 대장정 축제를 맞이하려고 준비한 것처럼 보인다.

음식도 요리하는 솜씨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지듯이, 몽골 하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고유한 예술작품이었으며, 내 가슴도 아름다운 추억만을 장식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침식사는 양고기 감자탕이지만 룸메이트들과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고, 잠시 후 50km초원을 질주하려는 설렘이 뒤따르니 진수성찬보다 더한 일미로 느껴진다. 그래서 사랑과 우정은 마음의 병을 치유해 주고 행복 조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가 보다.

누구에게나 편안한 마음의 토양이 있어야 영양분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어제 수칙은 ‘나를 생각하고 전체를 생각하자’였으나 오늘은 마지막까지 조심하자이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은 위험하기 때문에 경고 메시지로 더욱 정신무장을 강화시켜 준 것 같다.

오늘따라 고도원님은 트레이드마크인 웃음마저 숨기고 카리스마적인 눈빛으로 들뜬 마음과 흥분을 제압해 버린다.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은 없다”란 비유법까지 인용하며 실수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 순간 어느 회원이 눈치도 없이 불쑥 큰 소리로 자기 심경을 피력한다. “그래도 몽골까지 왔으니 초원에서 자유분방한 말 타기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쳐 된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경직된 어조로 김창우는 오늘 말 타기를 중단시키라고 특별명령까지 내려 버린다.

순간적으로 전체 분위기가 썰렁해졌고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른다. 과연 회원들은 어느 편에서 어떤 생각으로 평가할지 궁금해진다. 그때 단상 옆에 서있던 헨티 칭기스터넛 캠프 총 매니저인 “한다”가 마이크를 빼앗는다.

그녀는 식사 때마다 어머니처럼 모든 요리에 자상했고, 말 탈 때도 초원을 누비며 우리들의 관심과 조교들의 행동까지 섬세하게 조력해 주었던 칭기즈 칸 후예요, 여장부였다.

내 조교 한나도 그녀에겐 유난히 조심스런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그녀는 한참동안 우리를 바라보더니, 미소 지으며 온유한 목소리로 초원에 대한 기본상식을 알려 준다.

회원들 마음과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파고들었으며, 비 온 후에는 땅과 풀이 미끄럽고 웅덩이가 초원 속에 복병처럼 숨어있기 때문에 말이 헛딛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어제는 2008년 몽골 말 타기 대회에서 1등 했던 소년이 말의 실수로 낙마했다며 뉴스처럼 전해 준다. 몽골에서는 낙마가 가장 큰 불명예이며 모든 대회에 1년간 출전마저 금지된다고 했다.

설령, 말의 실수로 웅덩이에 빠졌을지라도 낙마는 마찬가지란다. 이처럼 비온 후 낙마는 눈, 비 내리는 날 시내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와 비슷하다고 일러준다.

말 타고 달리기를 좋아한 조교들이 순간적으로 무리 속에 끼어들 때, 속도조절이 부족한 우리가 더욱 위험하기 때문이란다. 여러 무리에서 한사람이라도 실수하면 뒤쫓던 말들은 피할 틈도 없이 대형사고가 유발된다는 경험담까지 전해 주었다. 그래서 매니저 한다는 조교들에게 계속적인 질서 명령을 내리고, 그들도 옳다는 생각 때문에 응해주었을 것이다.

행동반경이 옳지 못한 조교들은 다음기회 때 채용되지 못할까봐 그녀 눈치만 살폈던 것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말 타기 대장정.

조교 한나가 처음으로 열 살짜리 귀여운 아들을 데리고 왔다. 한국 아이처럼 어찌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순박해 보이던지 과자 봉지를 꺼내주었다. 예의도 바르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 모습이 마치 우리 어릴 때 시골 아이처럼 청순해 보였다. 몽골사람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공통된 풍습을 자주 엿볼 수 있었다.

한나 신랑도 근처에서 친정어머니와 함께 자신의 파트너 회원을 기다리고 있어 나는 모든 가족을 동반하여 기념촬영을 했다. 그 가족들과 네 마리의 말을 배경으로 어깨동무하며 포즈를 취하고 “김치”소리까지 내면서 미소 짓도록 모습을 유도해 보지만, 활짝 웃기보다는 소박한 표정뿐이다.

또한 그들에게는 사진도 전해 줄 주소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유목민의 게르는 주소와 번지가 없고 머무르는 초원이 그들 현주소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배경과 멋있는 사진일지라도 오직 가슴속에 간직해야만 했다.

한나 신랑 나이는 많이 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앞니가 빠지고 새까맣게 그을려 훨씬 늙었으나, 얼굴 표정은 항상 행복해 보인다. 이번 말 타기에서 열 살짜리 어린조교가 세 명이었지만, 한나 아들은 늑대처럼 큰 개 2마리와 함께 말 타기만을 즐긴다.

우리가 칭 기스터넛 캠프에서 말 타는 동안은 근처마을과 게르촌 사람들의 잔칫날처럼 즐거우며 모처럼 서로 만나는 기회이다.

오늘은 말만 타고 따라다니는 마을 사람들도 더 많이 늘어났으며,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성대한 분위기가 형성된 날이다.

이젠 말과 교감을 주고받으며 말 다루는 방법도 많이 익숙해졌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아쉽기만 하다.

오직 빨리만 달리려고 거친 숨 몰아쉬며, 옆 말과 속도 조절하니 희열감은 배가 된다. 경마장 기수는 말과 호흡이 일치되어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말이 잘 달려야 1등 한다는 잘못된 생각도 이제야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 황홀한 느낌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도 말에게 채찍을 가하고, 더 빨리 달리고 싶을 것이다.

영화 "벤허"에서 경주마차 기수처럼, 위험이 뒤 따를지라도 스릴만큼은 넘쳐흐른다.

한나 아들 보기(이름)가 순식간에 내 곁을 빠른 속도로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도 귀엽지만, 말 타는 미래가 대단히 촉망해 보인다. 어제 밤 폭우로 오논 강 수위가 말 무릎보다 더 높아져서 공포심을 더욱 가중시켰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강우량을 짐작케 하는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으며, 물웅덩이도 말 타는 초원에 복병처럼 자주 나타났다. 내 말도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앞으로 쓰러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바 있다.

아침 훈시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잠시 앞 말과 거리가 생겨 힘차게 달려보지만, 선두그룹과는 더욱 멀어지고 겨우 중간 대열에 합류했다. 호미도 내 육중한 몸무게를 이겨내고 달리는데 더 많이 힘겨웠을 것이다.

마라톤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후미 행렬은 끝없이 뻗어났고, 내 실력도 대장정에서는 젊음의 한계가 현실로 나타난 능력의 위치에서 조심스럽게 달려야만 했다.

언덕에 오를 때는 자연스럽게 행렬이 깨지고 자유분방해진다. 나는 모처럼 가로질러 먼저 올라가서 후미를 내려다보니 칭기즈 칸 정예부대 같아 보인다. 젊음이 불타오르고 정열에서 품어낸 가쁜 숨소리가 한없이 세찬 바람결에 여기저기서 묻어나온다.

사람마다 자기 여건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 수밖에 없겠지만, 누구나 번민을 벗어나 단순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희망이고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그보다 자연과 더불어 순수한 의지대로 산다면, 생각의 에너지도 굵게 몰입되고 인생을 나답게 살 수 있다며, 내 스스로를 유심히 관망해 본다.

생각보다 짧은 인생을 대신해서 살아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앞만 보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어느 분기점부터 변화를 일으키며 즐겁게 살도록 설파하고 싶어진다.

한참동안 나만의 아름다운 세상 속에 빠져들어 헤매는 행복감도 잠깐이었다. 언덕의 바람이 가로막으며 칭기즈 칸 생가 흔적지에 도달했다는 소식이다. 칭기즈 칸 생가는 800년 전 역사책의 분석과 추측으로 찾아낸 곳이란다.

생가 주변에 별다른 설치물도 없이 자연 그대로였으며, 말뚝처럼 생긴 기념비만 덩그러니 서있어 너무 초라해 보였다. 한국의 역사관리 문화와 대조적이어서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유목민의 가슴속에는 영원한 영웅이고 정신적 얼이 담긴 유적지이기에 관광객은 생각보다 많이 다녀간다고 했다.

벌러리마 교수는 칭기즈 칸 유년시절에 오논 강을 중심으로 말 타고 지냈다는 전설적인 근거로 다른 곳이 탄생지라고 주장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언덕에서 저 먼 평원을 바라보는데, 먼 거리의 게르촌도 다른 곳과 다르다는 것을 한눈으로 알아 볼 수 있었으니 다음에 오면 가이드라도 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쉬는 시간이면 조교들이 회원들보다 더 좋아하고 그들만의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들이 정겨워 보인다.

 

 

안정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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