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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명하 기자
  • 승인 2017.09.09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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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뉴스깜]오명하 기자=아침 공기가 싱그럽다. 아내와 함께, 집 둿 산을 산책 한 후 내려오는 길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등교중이다. 올망졸망 친구들과 장난하면서도 만나는 아이마다 배꼽인사를 한다. “참, 예쁘다. 그렇지?” 아내가 혼자 말처럼 중얼거린다. 나도 아이들 덕분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울 참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 아이가 빈 과자봉지를 거리에 휙 던져버린다. 당혹감에 붙잡고 나무랄 수도 없다. 그리고 금세 먹구름이 밀려온다. “저 아이는, 어떻게~” 그리고 며칠 전 시청 앞 정자주변에서 느꼈던 암울함을 다시금 맛보았다. 전망이 아름다운 팔각정 주변에는 휴지, 담배꽁초, 빈 술병과 종이컵 들, 그리고 음식물 찌꺼기, 몰려든 파리 떼 들이 득실거렸다. “만들어 놓기만 하면 뭐하나, 코앞 시설물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행정당국이나, 공공의 시설을 아무렇게 사용하는 시민이나 똑같지 뭐!” 이것이 우리 시민의식 수준이고 겉치레만 요란한 행정 당국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모방하면서 세상을 배운다. 부모와 친구와 사회가 그들의 선생님이다. 거리 곳곳에 버려진 휴지, 경기 관람 후 남겨진 휴지와 담배꽁초, 음료수 병 등으로 난장판이 된 관람석의 모습, 관리인이 없는 공중화장실의 불결함 등, 작고 사소한 것들이어서 더욱 부끄럽다. 지하철역에 가서 보면 우측통행 규정의 시행(2010년 7월)이 7년을 넘어 가는데도 보행의 무질서함은 여전하다. 아예 내 몸은 행인들에게 내어주고 걸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음식점, 목욕탕 등 공공장소에서 천방지축 날뛰는 아이들의 행동을 꾸짖지도 않고 바로 잡아주지도 않는다. “내 발 가지고 내 마음대로 가는데 왜 시비하느냐”, “내 아이를 내가 어떻게 키우든 당신이 왜 참견이냐”고 말하면, 말문이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예절, 청결, 질서, 정직, 절제, 배려, 자조 등 기본생활습관에 대한 규범적 가치관들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느새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의 기본권과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존중한다하여도 자신의 편익과 이익만 고집하는 이기적 개인주의나 집단적 이기주의 행태가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는 다수의 행복 실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인데, 때로는 공익성과 보편성, 정당성은 무시된 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억지를 강변하는 사람이 사회의 지도층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암울해 진다. 이러한 모습에서 성숙되지 못한 유아적이고 원시적인 사회의 전형을 마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화와 상업주의, 대중주의의 크나큰 물결은 전통으로 버텨왔던 예의, 절제, 정직, 배려 등의 내재적 가치관조차 무너져 내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한반도는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하고 평등하며 나름대로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어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살맛이 안 난다고 한다. 또한 자녀들의 장래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 걱정의 핵심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의 확립과 안정된 사회 체제에 대한 염려와 조바심 때문이었다. 정말로 우리의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지켜 줄 흔들림 없는 공동의 공유된 가치관이 존재는 하는가? 이러한 가치관들은 이기적 개인주의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하고 안정적인가?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가치관이란 바람직한 것들에 대한 ‘관념’과 ‘태도’다. 그래서 가치관에 의해서 행위의 방향과 내용이 결정된다. 체계화된 가치관이 사회와 소통하며 개인의 인성 속에 내면화 된 사람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가치관은 체계적으로 조직되어야 하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가치관으로 승화되어 적응하여야 한다. 이것이 개인이든 국가든 올바른 가치관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문명사적 사회 변화는 다시 한 번 삶의 목표와 규범적 가치 체계를 바꾸어 버렸다. 이젠 부와 권력, 대가족 중심의 가치관에서 자아실현과 여가, 화목한 가정과 경제적 여유 등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집단목표와 충성을 강조하던 규범적 가치관은 개인의 인격적 존엄성과 기본권이 강조되는 개인주의적 내용으로 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 개인주의를 가장한 이기적 개인주의는 극복하여야 할 우리사회의 과제다. 최소한 권리 주장 보다 먼저 할 일은, 내가 해야 할 사소한 의무부터 챙겨 볼 일이다. 개인이나 나라의 성장은 작고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품격 있고 살맛나는 아름다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작고 사소한 기본생활습관부터 챙겨볼 일이다. 왜냐하면 하찮은 것들이 쌓여 내(川)를 이루고 강을 만들어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그래서 옛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타고난 것은 원래 다르지 않으나, 습관에 따라 큰 차이가 만들어 진다”(性相近也, 習相遠也, 論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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