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마음을 담아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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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마음을 담아낸 선물
  •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 승인 2017.12.1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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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마음을 담아낸 선물

얼마 전 아들내외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내게 전기면도기를 선물하였다. 인편으로 전해 받은 새 면도기는 감촉도 좋았고, 내게는 안성맞춤 선물이었다. 넉넉지 않은 여행 경비를 아껴, 선물을 마련한 아들 내외의 마음씨가 기특하였다.

그리고 저희가 쓰고 싶은 이기심 참아내며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어른스러움이 믿음직스러웠다. 얼마 후 아들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완전히 충전되면 전기 공급을 중단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비싼 것이니 조심해서 사용하라는 당부의 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나의 말이었다. “별로 비싸지도 않더라, 인터넷 찾아보니 00원 이던데 ……” 갑자기 아들의 말이 뚝 끊어져 버렸다. 아들내외의 마음을 돈으로 저울질 해버리는, 비정한 아버지에 말에, 순간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나 스스로도, 본래 전하고 싶은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수화기 건너편의 아들내외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돈으로만 환산해 버리는 천박한 습성 탓이다.

얼마 전 지인이 입원한 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홀로 세 자매를 키운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다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상태가 되었다. 세 자매들은 어머니에게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고단한 삶 속에서도 공부시켜준 어머니를 위해 마지막 공연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내, 성악을 전공한 큰딸과 글을 쓰는 둘째, 무용을 전공한 막내딸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콘서트를 열었다. 이미 입소문으로 병원의 행사가 되었고 많은 환자와 의료진들이 참석하였다. 축하와 더불어 눈시울을 적셔가며 세 자매의 선물을 축하해 주었고 어머니는 자기만을 위한 사랑하는 딸들의 마음을 담아낸 연주 속에서 편히 눈 감았다.

「삼국지」의 위지(魏志)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동우(童遇)라는 사람을 찾아와 배움을 청하며, 한가한 날이 없어, 책을 읽을 여가(餘暇)가 없다고 하자, 동우는 물고기 세 마리를 그려서 선물(膳物)한다. 물고기 세 마리는 밤과 비오는 날, 겨울을 상징하며 이 세 가지 여유(餘裕)만 있으면 학문하는데 충분하다고 설명하며 삼여도(三餘圖)를 선물하였다. 선물이란, 주는 사람의 속마음을 담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선물이란, 순수한 마음에서 호의를 표하는 예물이거나, 언약의 확증 또는 존경의 표시이거나,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 사용된다. 그래서 선물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훈훈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 조차 “선물이 사람의 앞길을 평탄하게 하고, 폭넓게 친구를 사귀게 하며, 맹렬한 분노도 멈추게 한다(잠언)”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뇌물의 성격을 지닌 선물 이면에는 반드시 조건이 따르기 마련이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한데, 선물(膳物)이란 글자의 뜻은 고기‘肉’자의 변형인 ‘月’을 부수로 만든 글자라고 한다. 즉 육류(肉類)가 흔하지 않던 시절, 반찬으로 할 만한 육류 정도를 가까운 이웃과 나누어 먹는 것에서 유래된 단어라고 한다. 반면 뇌물(賂物)은 재물(財物), 재화(財貨) 등 돈이 될 만한 선물을 말한다. 결국 뇌물은 대가성을 바라고 주는, 돈이 될 만한 선물을 말한다.

나는 남에게 선물을 주기보다 많은 선물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지금껏 가슴에 긴 여운으로 남아서 나에게 위로가 되는 몇 가지의 선물이 있다.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로 부터 받은 눅눅한 엿,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었을 때 누님이 사준 일기장, 시골학교에서 학부형에게서 받은 달걀 한 꾸러미, 부자 되라고 친구가 건네준 2달러 지폐, 해외여행준비에 들뜬 나에게 아스피린, 일회용 밴드, 소화제, 감기약 등 몇 알씩을 봉투에 넣어 건네준 동료직원의 깊은 마음과 내 소소한 불편함을 읽어내고 아들내외가 마련해준 면도기는 ‘김영란’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낸 선물이었다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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