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 탓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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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탓 입니다
  •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 승인 2018.02.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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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내 탓 입니다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는 자신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가족이나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고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가 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것이 알코올 중독 치료에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이렇게 용납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그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자기애적(自己愛的인)방어기재를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어찌 보면 '잘 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핑계가 ‘투사’의 병리적인 상태를 잘 설명한 것일 수도 있겠다.
 불치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자기는 그런 병에 걸렸을 리가 없다면서 부인한다. 즉 특정한 일이나 생각,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인정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인 상태를 부정(denial)이라고 한다.
  ‘이솝우화’에서 여우는, 열매가 높이 달려 있어서 딸 수 없는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덜 익어서 신 포도일 거야”하면서  포기하고 만다. 즉, 여우는 따 먹으려는 태도와 그에 따른 행동을 하지만, 결국 포도를 따지 못해서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인지부조화가 생기게 된다. 결국 여우는 인지부조화라는 증상을 ‘자기합리화’로 대응함으로써 이 상황을 해소한다.
 어찌 보면 이상과 현실이 멀어질수록, 의무와 책임과 기대치로 가득한, 따라서 뭐 하나 해내기도 빠듯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학습’되어진 무의식의 ‘투사’나 ‘부정’ 그리고 ‘자기합리화’가 일상적인 삶의 버팀목이 되어 하루를 지탱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투사’나 ‘부정’ ‘합리화’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습관으로 굳어지면 영리하게 비겁해지거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찾는 능력마저 마비되고 만다.
 자신이 책임지어야 할 일에 대해 ‘핑계’만 대는 사람에게서 희망을 찾아볼 수가 있는가? 억지 논리로, 뻔 한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편한 식사를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습관적인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 꿀 수 있는가? 이들과 잘잘못을 논쟁하느니 차라리 돌을 자기 몸에 묶고 물에 뛰어드는 것이 쉽다. 하물며, 조직의 학습된 행태가 이러하다면, 아무런 희망도, 논쟁도, 도약도 꿈 꿀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당들의 정쟁의 모습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우 임금의 아들 ‘백계’는 반군 ‘유호’의 군대에게 참패하였다. 그의 부하들이 다시 싸우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백계는 “내가 그에 비해 근거지가 작지 않고, 병마 또한 약하지 않았으나 도리어 우리가 패하였으니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이는 나의 덕행이 그에 비하여 부족하고, 부하를 가르침이 그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신으로부터 원인을 찾아내 더욱 노력하고 자신부터 바로잡는 일에 열중해야 옳은 것이다." 이때부터 ‘백계’는 뜻을 세우고 분발하여 재능이 있는 사람을 기용하고 품덕이 있는 사람을 존중하였다.  이렇게 1년이 지나자 ‘유호’가 이를 알고 감히 침범하지 못했으며, 도리어 기꺼운 마음으로 항복하여 귀순하였다.
 이 고사가 있은 다음부터 반구제기(反求諸己 )란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자아는 수많은 외부의 위협으로 노출되어 있다. 습관 되어져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투사’ ‘부정’과 ‘합리화’의 덫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현실을 왜곡 수용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최소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의식이나 행위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자기이해를 통한 뼈아픈 자기비판의  고통과 마주설 때만이 反求諸己의 고사를 체득할 수 있을 따름이다.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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