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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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하기
  • 오명하 기자
  • 승인 2018.03.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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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뉴스깜] 칼럼= 모처럼의 제주여행에서 서귀포의 ‘이중섭’ 미술관에 들렸다. 전시된 작품의 대부분의 1951년경에 그려진 것들이었다. 그 당시 그의 아내와 아들 두 명은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중섭’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중섭’의 그림은 ‘바닷가의 아이들’ ‘어린이와 물고기와 게’ ‘꽃과 어린이’ ‘길 떠나는 가족’ 등 대부분 가족과 함께였다. 담배 갑 은박지에 새겨진 ‘중섭’의 그리움은 ‘소’도 아니고 ‘파란 게’도 아니고, 더욱이 ‘꽃’도 ‘새’도 아니었다. 오직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가 함께 뒹구는 조그마한 단칸방, 절절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은 그림 속 행복이었다.

공기처럼 너무 흔하고 늘 있는 것이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에 무심했던 이름, 그러면서도 ‘사랑 합니다’로 다 채울 수 없는, 하늘같은 이름이었으나 ‘중섭’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가족’은 채울 수 없는 그리운 아픔이었다.

어디 ‘중섭’만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까? 현대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도 외롭다. 더욱이 1인가구로 혹은 별거, 가출, 이혼, 유기 등의 가정 붕괴로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은 더욱 고독하다. 특히 건강이 나빠져서 가족들로 부터 유리된 요양원의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고독도 ‘중섭’ 못지않을 것이다.

가정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며,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다. 인간의 삶은 가족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태어날 때에도 가족들의 축복 속에 세상으로 나오고, 생을 마감할 때도 가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에 안도하며 눈을 감아야 품위 있고 존엄한 인간의 모습이다.

가정은 가족들에게 평생의 힘이다. 가정의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가족으로 부터 거부당한 경험을 반복한 사람은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스스로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가정에서 가족 간의 관계는 사회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붕어빵틀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관계하고 용서하고 협상할 수 있는 자녀교육도 가정의 중요한 사회화 기능이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들이 만든다. 따뜻한 감정이 교류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가 최소한의 조건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족들과 주 4회 이상 대화하며 식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직장관계로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스마트 폰, TV, 인터넷 등의 지나친 사용이 가족 간 대화의 장애물이다. 대화시간이 줄어들면 가족 간의 갈등은 커진다. 그렇다고 생계가 걸린 직장을 포기할 수도 없고, 문명의 이기(利器)에서 홀로 이탈 할 수도 없다.

요사이 일부 가족들 사이에서 카톡, 밴드, 페이스북 등, 가족들만의 SNS계정을 만들어 가족 간 대화에 활용하기도 한다. 문자, 음성은 물론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망라하여 가족들 간의 소식도 전하고, 일상생활이야기, 서운한 점, 고마웠던 점, 가족행사계획 등에 활용한다. 어쩌면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횟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가족 간 대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도 있다. 이미 스마트 폰은 우리의 생활을 깊숙이 점령하였다. 스마트 폰의 SMS(Short Massage System), SNS(Social Network Service)기능을 활용하여, 거리는 멀어도 마음만은 가깝게 할 수 도 있다.

가족도 조직이다. 결속력이 강한 팀은 공유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가족의 가치관을 지켜내며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500년간의 “노블레스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명문가문이 있다. 경주 ‘최부자’ 집의 육연(六然 : 자연의 순리대로 행동하라는 여섯 가지 지침)은 가족들의 수신(修身)에 관한 생활지침이다. 또 육훈(六訓)은 가족들이 지켜야할 행동지침 이며, 가거십훈(家居十訓)은 가족들이 지켜야 내야할 가치관이다. 명문가의 버팀목은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 그리고 행동지침이었다. 행복한 가족은 한 방향을 보아야 한다.

가족은 상대방이 뛰어나고 훌륭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사랑하게 되어있는 것이 가족의 본질이다. 우리는 가족을 통해서 삶의 위안을 얻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가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보살핀다. 는 계명을 가슴에 새겨두자. 가족의 가장 위대한 선물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신뢰가 무너진 가족들은 심리적,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족은 감정 덩어리다. 가족이어서 더 감정적이고 반사적이다. 가족 간에는 의외로 단순하고 하찮은 감정의 편린들이 가득하다. 그가 남편이기 때문에, 혹은 그녀가 아내이기에 이해되지 않는 화를 낸다. 더욱이 자녀와의 가치관 충돌은 이미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래도 참아내고 또 참아내면, 먹구름 사이에 햇살이 보인다. 사랑의 둥지인 가정에서 마음의 위로도 받지만 밖에서보다 더 큰 상처도 받는다. 역설적으로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에 따라 상처의 강도는 더 세어지는 모순 덩어리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다.

완벽한 가정은 없다. 그러나 행복한 가족은 있다. 심지어 가족들 간의 싸움 조차도 행복을 위한 여정이다. 가족들 간에 만날 수 없으면, SNS를 활용하라. 따뜻한 속살거림은, 끊어진 가족의 끈을 이어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머리를 마주대고 둘러앉아 가족들의 가치 행렬 표를 만들어 보라. 가족들의 행복과 행복의 충돌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된다. 말이 없는 대화, 가족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 빛 하나, 손짓하나로도 가족들의 사랑과 신뢰가 쌓인다. 이젠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해 질 일만 남았다. 그래서 일상의 어려움쯤이야, 숨 쉬고 있는 것처럼 거뜬히 견디어 내고, 가족들의 작은 바램들로 행복을 한 땀씩 엮어 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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