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청소년 경찰학교 개소(開所)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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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청소년 경찰학교 개소(開所)에 즈음하여’
  • 승인 2014.06.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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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여성청소년과장(경정 서기원).jpg▲ 광주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 서기원
 
바람이 분다. 어디서 이 바람은 시작 되었을까. 바람의 노래, 바람의 길, 바람의 끝, 제발 우리 사회가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所望)을 안고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급작스럽게 풍향(風向)이 바뀐 적이 있었다. 적벽대전, 중국 후한 말기 조조가 양자강 상류에 위치한 형주를 점령하고 그 여세를 몰아 100만대군의 노도와 같은 기세로 오나라를 침략하였다. 적벽이라는 곳에서 양쪽 수군은 대치하였고 결국 오나라가 승리하여 바야흐로 위(魏), 촉(蜀), 오(吳), 천하 3분의 형세가 정립되었다.
 
당시 유비는 나라는커녕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입장에서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장수만 있었을 뿐 변변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고, 손권의 오나라도 양자강이 방벽이 되는 천혜의 지리적 이점만 있었을 뿐 군사력 면에서는 조조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유일한 방법은 화공(火攻)으로 조조의 군선을 불태워 수장시키는 것이었다.
 
조조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계절풍의 풍향은 북서풍 일색으로 화공은 오히려 오나라 군선을 불태우는 자해수단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본 것이다. 이때 제갈량이 등장한다. 뽀득뽀득 목욕 제계한 후 남병산에 칠성단을 짓고 밤하늘 별님을 향해 제발 남동풍을 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노심초사한 제갈량의 간절한 바람(所望)이 기적같이 바람(風)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 3일 동안 북서풍이 남동풍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광주 북구에도 풍향동이 있다. 물론 여기에서 풍향은 豊鄕으로 지금까지 말한 風向과는 사뭇 다르지만 아무려면 어떠한가. 바뀌기는 매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풍향동에 광주교육대학이 있고 그 맞은편에 풍향치안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청소년경찰학교가 개소하게 된다. 마치 남병산에 칠성단을 쌓아 올리듯 풍향치안센터 2층에 청소년 경찰학교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요새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이 반복되어 왔다. 바꾸어 말하면 청소년들이 미래의 새싹들이기 때문에 싸가지 운운이 가능한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많이 아프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가 무겁게 그들을 짓누르고 있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저속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하급 문화가 질풍노도와 같이 그들 사이에서 주류로 부상하게 되었다.
 
차갑고 메마른 북서풍이 그들을 조금씩 고사(枯死)시키고 있는 것이다. 새싹을 움트게 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듯하고 촉촉한 바람, 바로 ‘남동풍’이다.
 
광주에서 유일무이한 청소년 경찰학교가 개소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광주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이다. 주무과장으로서 당연히 잘 운영해 보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그냥 운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잘 운영하는 것은 어렵기 그지없다.
 
 우선 풍향(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의 시각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경찰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을 변하시키겠다는 욕심은 애당초 버린 지 오래다. 다만 그들과 친해지고 싶고, 공감하길 원한다.
 
 상처주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모아서 저녁에 요리도 하고, 댄스, 노래, 마술, 공예, 요가도 같이 해보고 싶다. 또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해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사방팔방으로 각양각색의 재능기부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영화관, 병원등과도 일부 협약을 체결하여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애타게 ‘남동풍’을 기다릴 뿐이다.
 
“부지런히 배워서 남 주자”라는 말이 있다. 주자라는 의미에서 주자(朱子)의 권학시(勸學詩) 한 구절을 읊어 볼까 한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 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도 깨기 전에)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가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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