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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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 승인 2013.11.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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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17년간 무의식 상태로 생과 사를 헤매던 아까운 젊은 목숨이 운명을 달리했다. 지난 1996년 6월 14일 오후 조선대학교에서 시위진압 중(당시 전남경찰청 기동9중대 소속)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2차에 걸친 수술을 받고 지난 1997년부터 광주보훈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故 김인원씨, 올해 나이 37세.
 
그의 죽음은 이 지역 대학 출신의 의경이 이 지역의 대학에서 일어났던 시위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끝내 비운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슬픔과 아픔이 더 크다.
 
 의경제도는 부족한 경찰인력을 보조할 목적으로 시행된 제도지만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위해 치안보조 보다 시위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90% 이상의 일과였다. 전경이 시위현장에 투입될 것이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생각과는 다른 것으로 전경은 주로 해안경비나 비상시 전투요원으로서의 활동을 주로 할 뿐이다.
 
고인이 의경으로 입대할 당시는 민주화 운동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을 때여서 의경들은 거의 시위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 그들의 대부분은 군복무를 위해 의경에 자원했지만 신분만 다를 뿐 아마 대학생 동년배였을 것이다.
 
한쪽은 민주화를 위해 시위를 하고 한 쪽은 그들을 진압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민주화가 정착된 지금에 그들은 장년의 나이에 접어들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열심히 각자의 삶을 영위하고 있을 테지만 고인의 죽음이 안타까운 건 동시대를 살았던 동년배 젊은이들의 회한을 되짚어 보는 것 같아서다.
 
 오늘날의 시위는 정치적 목적의 시위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한 시위가 더 많지만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은 지금도 의경들이 대부분이다.
 
고인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으면서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오열했고 빈소를 찾았던 경찰청장은 “시위 현장에서 쇠파이프 등이 등장하지 않도록, 이로 인해 젊은 청춘이 다치고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2015년 의경제도가 폐지된다고 한다.
 
2년여의 기간이 남아있지만 폐지되는 그날까지 유족과 경찰청장의 바람처럼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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