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탬버린과 텐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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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탬버린과 텐버린
  • 승인 2014.07.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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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여청과장님 사진.png▲ 광주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 과장 서기원
 
가수 현숙이 부른 ‘춤추는 탬버린’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중에 “훌라훌라훌라 훌라훌라훌라 훌라춤을 춘다 탬버린” 이라는 후렴이 반복되는데 경쾌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꽤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찮게 현숙의 인터뷰를 보니 노래방에서 일행들과 어울리면서 탬버린을 돌린 것에서 훌라춤이 연상되어 가사를 그렇게 지었다고 하던데 듣고 보니 그럴 듯하기도 하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김혜수가 노래방에서 신기에 가까운 탬버린 솜씨를 과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니컬한 김혜수의 무표정이 가볍다 못해 경박하기까지 한 탬버린 춤과 대비되며 폭소를 자아냈다.
 
유원지에게 가면 ‘타가 디스코’ 내지 ‘디스코 팡팡’ 이라는 놀이시설이 있는데 속칭 탬버린이라고도 불린다. 탬버린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공간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원반(jingle) 대신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대롱대롱 매달리며 용을 쓰는 모습이 흡사 탬버린을 흔드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이다. 다른 것은 탬버린 소리를 아이들의 비명이 대신 한다는 것이다.
 
전국에 노래방이 3만5천 곳, 하루 평균 이용자는 2백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방마다 탬버린이 기본 2개씩은 비치되어 있는데 탬버린 없는 노래방은 그야말로 팥 없는 빙수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필자 같은 음치, 몸치들이 멋쩍은 분위기를 감추기 위해 열심히 흔들었던 눈물 젖은 탬버린, 직장상사 노래에 맞춰 딸랑딸랑 아부하며 맬랑꼴리한 작태를 연출하는 탬버린, 애절한 가곡을 부르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는 눈치코치 없는 탬버린 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밀란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같이 깃털 같은 중량감에 공명(共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금속성의 새소리 같은 날카로운 음색, 약간의 손짓에도 전율하며 112순찰차 같이 신속무비하게 반응하는 모습, 집에 있으면 발로 차고 다니는 미천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일단 한번 흔들면 몸이 움찔움찔, 계속하면 심장이 쿵쾅쿵쾅, 우리 몸속 세포를 깨어나게 하는 이온음료, 우리의 영혼을 잠 깨우는 각성제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탬버린의 역사는 그야말로 장구하다. 기원전 320년경 도자기에 상감된 여인의 그림을 보면 한손에는 코란, 한손에는 칼이 아닌, 한손에는 탬버린, 한손에는 거울을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듯하다. 고대 발칸반도 내지 중동에서 기원했다고 하며 13세기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상륙했으며 18세기 터키 군악대의 연주가 유행하면서 일반 대중화 되었다.
 
자, 지금까지는 사설에 불과하고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탬버린 말고 ‘텐버린’이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지. 만약 들어 봤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지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광주 북부서에 여성청소년과라는 데가 있고 그 안에 아동청소년계가 있으며 그 안에 학교전담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는데 도합 10명이다. 그래서 텐(Ten)이다. 이쯤 되면 눈치 챘을 것 같다. 그렇다 학교전담경찰관 10명으로 중국 기예단 수준의 탬버린 공연단을 만들었다.
 
공연단 이름이 바로 학전 ‘텐버린’이다.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고난도 기술도 습득하였고 합숙훈련을 통해 팀워크도 다졌다. 김혜수와 같은 여경이 없다는 것만 빼고 완벽 그 자체다. 실제 6월 25일 청소년경찰학교 개소식에서 공연을 했는데 열화와 같은 내외귀빈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어르신들은 노래방에서 돈깨나 썼겠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경찰이 하다하다 별짓거리를 다하는 구만 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우리라고해서 이렇게까지 하며 근무하고 싶겠는가. 어쩔 수가 없다. 학생들 눈높이가 워낙 높아져서 이제는 별짓거리를 하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지친 영혼을 일깨우고 그들이 등하교시 한번이라도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우리가 쪽팔리는 것이 뭐가 대수겠는가. 이제부터 학생들을 향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학전 ‘텐버린’은 엉덩이를 사정없이 흔들어가며 구애를 할 것이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그래야 롱런 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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