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장차 나라를 지키고 이끌어나갈 주인이다. 어린이가 어려서 어떤 부모와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느냐에 따라 가정과 국가 백 년의 앞길이 결정된다.
밤 10시가 되면 방송에서 “청소년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어서 집으로 가서 잠을 잡시다.”라는 방송이 있으며 하루의 최적 취침시간은 자시(밤 11시~새벽 1시)이고, 기상 시간은 묘시(새벽 5시~7시)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해방된 1945년 후의 초등학교 음악책에는 새 나라의 어린이노래가 있으며 학교에서는 이 노래 가사를 음미하며 가르치고 즐겁게 불렀다. 가사의 1절에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로 되어 있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이다. 남보다 먼저 시작하고 앞서 가려면 아침 시간이 중요하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 계획을 세우고 출발해야 한다.
남들은 일어나 일터로 나가고 학생들은 일찍 등교하여 아침공부를 맑은 정신으로 하고 있는데, 늦잠을 자고 늦게 출근과 등교하는 학생과 직업인이 있다면 경쟁사회에서 앞서 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을 선출했으며 이 중 13개 시․도는 진보진영 교육감이 당선되었고 4개 시․도 (경북 대구 대전 울산) 교육감은 보수진영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교육감이 어떤 생각과 교육철학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당해 지역의 교육이 바뀔 수 있다. 지난 7월 18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2학기부터 경기도 내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잠을 충분히 자고 아침 식사도 가족과 함께한 뒤인 오전 9시에 등교해서 공부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이 교육감의 주장이다.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고, 빠른 등교 시간 때문에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학생들을 배려하겠다는 그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등교 시간 조정이 그런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현실에 맞는 정책일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다. 등하교 시간의 변경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의 생활 방식까지 바꿀 가능성이 크다. 맞벌이하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난 뒤 출근하거나, 출근길에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 준다. 당장 2학기부터 '9시 등교'가 시행되면 대다수의 맞벌이 학부모들은 지각 출근을 해야 하거나 아이들을 집에 남겨놓고 먼저 출근해야 한다.
이처럼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는 학부모들이 꽤 많을 것이다. 9시 등교는 학생들의 충분한 수면을 보장해주기 위함이라는 게 이 교육감의 주장이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과연 등교 시간을 한 시간 늦추는 것이 수면시간을 늘린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등교 시간을 한 시간 늦추면 하교 시간도 한 시간 늦춰지고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과 귀가하는 시간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모든 일상이 뒤로 밀리면 학생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춰질지 모른다. 등교 시간이 오전 9시로 바뀐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잠을 많이 잘 수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아이들을 여러 학원에 보내는 등 밤늦게까지 과외를 시킬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아이들 수면 부족의 주범이다.
학생들이 이런저런 과외를 받지 않고서도 원하는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참다운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등교 시간을 늦추는 것보다 중요한 교육시책이다.
등교 시간은 학교장의 고유권한이므로 학교장이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등교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교육감을 민선으로 뽑는 것은 지역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민선인 이재정 교육감은 일선 학교의 학습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9시 등교의 시행 여부는 교육감이 독단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다수 학생과 학부모의 뜻을 잘 헤아릴 수 있는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 교육선진국으로 꼽히는 핀란드에서는 중고교 등교 시간이 대체로 오전 8시이고, 미국은 등교 시간이 오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이며, 독일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이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선진국에서 등교 시간을 왜 이렇게 정하고 있는지 이재정 교육감은 깊이 연구해 보기 바란다. 등교 시각은 지역특성과 학교 실정에 따라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다. 학생이 건강하고 튼튼히 자라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2014년 8월 7일 정기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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