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격과 인품 그리고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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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격과 인품 그리고 품격
  •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 승인 2017.10.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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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뉴스깜] 편집국 편집위원= 새벽 6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 강변을 달린다. 40여 년 전 부터 자전거 국토종단을 꿈꾸어 온 터였다. 이제는 질주하는 차량 때문에 위험도 하려니와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4대강 자전거 도로를 일주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다.

자동차나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강변 자전거 전용도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풍취를 만들어낸다. 내 머리처럼 하얀 색으로 산발한 갈대밭, 하늘하늘 코스모스, 듬성듬성 서있는 고고한 자태의 들국화, 구절초, 쑥부쟁이, 그리고 코발트색 하늘에 흰 구름이 한가롭다. 물아일체!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을까?

패달질에 몸이 지쳐갈 즈음 초막에 다다른다. 초막집 옆에 핀 들국화 한 송이, 인품이나 외모가 뛰어난 위남자(偉男子)는 못될지언정 저렇게 깨끗하고 선량하고 청량(淸良)한 인품을 닮고 싶었다.

가을꽃은 봄꽃보다 향기가 덜하다. 다만 청량(淸凉)한 공기에 어우러져 그 자태가 빛날 뿐이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의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면, 더 이상 만나기 싫은 사람도 있다. 딱히 그 이유를 단정하여 말하기 어렵지만 출중한 외모나 언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속 깊고 그윽하며 소박하고 넉넉한 인품의 향기로움 때문이 아닐까?

가을은 사람의 품성에 비교하여 보면 옥과 같이 맑고 바다처럼 깊고, 강철과 산처럼 굳건한 옥해금산(玉海金山)의 고상한 인품을 가지고 있다. 빛바래어 누추하고 비천하기 보다는 소박하고 넉넉한 인품과 행동거지가 뛰어난 고결한 친구(高朋)와 같다.

인품을 빅데이터로 처리해보면 ‘됨됨이, 마음씨, 사람됨, 인간성, 인격, 인물, 인간’ 등의 유의어가 출력된다. 결국 인품은 이러한 단어들을 속성으로 하는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품격이나 됨됨이다.

빅데이터에서 인품과 관련된, 제일 많은 빈도수를 가진 유의어는 ‘인격’이라는 단어다. 인격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자격이나 품격”이다. 법률적으로는 인격을 갖추기 전의 인간은 짐승이나 다름이 없다. 인격이 없으면 사물로 취급된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격이 없다”는 말은 심각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진다.

윤리학적 측면에서 인격은 옳고 그름, 선악을 판단하고 자유로운 의지로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 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신의 ‘충동, 욕망, 정서, 기분’ 등을 잘 통제하여 도덕적 이상을 실현할 때 품격 있는 인격인(人格人)이 형성된다(Ernst Linde)”고 했으며, 정리하면 이것이 사람 됨됨이, 즉 인품에 대한 윤리학적 정의가 되는 셈이다.

자전거 라이딩 중, 가을 볕 초막집에서 내 인품을 가늠하여 본다. 육욕칠정(六欲七情)이 지배하는 ‘용인(庸人)’일까?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는 못하지만 순리에 따를 줄 아는 ‘사인(士人)’일까? 하는 말이 믿음직스럽고 인의(仁義)를 지키며 사려가 밝고 마음에 원망이 없는 ‘군자(君子)’일까? 아니면, 하는 일이 법칙에 자연스럽게 부합되고 그의 본성을 위반하지 않는 ‘현인(賢人)’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용인(庸人)과 사인(士人)을 넘어서지 못하는 천열(賤劣)한 속물이다. 인품을 ‘돈 저울’ 하는 최소한의 비천함에서는 벗어났다고 하나, 아직도 품격은 고상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관용의 덕이 부족한 탓이다.

나의 인품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무애(無碍)’의 경지나,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는 공자의 ‘종심(從心)’단계는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깊은 강물처럼 바람에 부침하지 않는 속 깊음과 넉넉한 품성을 흉내 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가을하늘의 한 점 바람처럼, 그 바람에 나부끼는 강변 쑥부쟁이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집착이 없으며 맑고 깨끗한 품격 있는 ‘호호야(好好爺)’를 꿈꿀 수는 있을 것이다.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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